국세청, ‘황제사택’ 세무조사 본격화.. 200억 집에 회사 돈 펑펑
인테리어비·관리비부터 유학비까지…회사 돈으로 사적 지출
200억원대 황제사택에 회삿돈 투입…탈루 혐의 1조9000억원
법인 명의 내세운 편법 자산 이전…세금 형평성 논란 확산

사주 일가의 사적 편의를 위해 회사 자산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탈루 혐의 금액만 약 1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 자금의 사적 유용과 조세 회피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커지고 있다.
국세청은 25일 법인 명의로 고가주택을 취득한 뒤 사주 일가에게 무상 또는 저가로 제공한 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사주 일가가 거주하는 형태가 28개로 가장 많았고,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활용한 업체가 5개, 별장처럼 이용한 업체가 17개로 분류됐다. 조사 대상 기업들이 보유한 주택은 서울 강남과 용산 등 고가 주거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이 들여다보는 핵심은 법인 명의라는 외형을 이용해 개인이 누려야 할 주거·생활 비용을 회사가 대신 부담했는지 여부다. 법인이 업무 목적으로 취득한 부동산이라면 비용 처리가 가능하지만, 임직원의 업무와 관련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주 일가가 독점적으로 사용했다면 세법상 적정한 비용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특히 시가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주택을 사실상 개인 주택처럼 활용하면서 임차료나 사용료를 제대로 부담하지 않았다면 회사와 개인 사이의 부당한 이익 이전으로 판단될 여지가 크다.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수법도 다양하다. 일부 사주는 200억원대 고급주택을 법인 명의로 보유하면서 가족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했고, 고급 인테리어 공사비와 관리비 등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업무와 관련성이 불분명한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허위 비용을 계상하는 방식도 동원됐다. 해외에서 유학하는 자녀에게 고급 레지던스 임차료를 법인이 대신 내주고, 사주 배우자에게 근무 사실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 약 30억원을 빼돌린 사례도 확인됐다.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기업의 자산과 개인의 재산을 구분하는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회사가 벌어들인 돈은 주주와 임직원,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연결돼 있다. 그런데 경영권을 가진 사주가 회사 자산을 개인 생활비처럼 사용하면 소액주주나 일반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할 기업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세금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성실하게 납세하는 기업과의 형평성도 훼손될 수 있다.
특히 법인 명의 주택을 활용한 세금 회피는 부동산 시장에도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고가주택을 개인 명의로 취득할 때 부담해야 할 세금과 각종 비용을 법인이 떠안으면 자금력이 큰 기업이나 사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인과 개인의 거래를 면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고가 부동산을 둘러싼 편법적인 자산 이전을 포착하기도 어렵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일시보관, 계좌조회, 디지털 포렌식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법인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방침이다. 특히 회사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사주 일가의 주택 구입이나 금융자산 등 재산 형성에 활용됐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세금 추징에 그치지 않고 탈루 자금의 최종 귀속처까지 확인하겠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법인에 대해서도 탈루 혐의를 분석해 순차적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고가주택을 둘러싼 법인과 사주 일가의 거래가 어디까지 업무 목적이고 어디부터 사적 이익인지 엄격하게 따지는 것이 관건이다.
기업의 합법적인 자산 운용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되지만, 회사라는 법적 틀을 이용해 개인의 주거와 생활비를 충당하는 행위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조사가 고액 자산가와 기업의 편법적인 자금 운용 관행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