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승 동력 잃고 하락 국면에 진입… 5000선 붕괴도 가능”
한국의 닥터 둠
김영익 한양대 교수
지난 17~18일 방송된 조선일보 경제부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 ‘곽 기자의 취재 수첩’에서는 한국의 닥터 둠(비관론자)으로 불리는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연구원 겸임교수가 출연해 시장에 대한 과도한 낙관을 강력히 경고했다.

김 교수는 현재 주식시장을 “투기로 변질된 레버리지의 마지막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2000년 IT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결합된 사상 유례없는 거대한 복합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무리한 빚투가 증시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키우고 있으며, 수면 아래 곪아 있던 사모 신용(Private Credit) 시장의 부실마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코스피 상승 동력 잃고 하락 국면에 진입”
김 교수는 지난해 말 조선일보 머니와의 인터뷰에서 “코스피가 3500선에 머물고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 코스피 지수는 6000대 후반을 기록 중이고, 삼성전자 주가는 20만원대 후반까지 치솟았다. 전망이 보기 좋게 빗나간 데 대해 그는 “당시 예상했던 명목 GDP 성장률 6%를 훌쩍 뛰어넘는 12%의 호조가 있었고, 데이터에 근거한 적정 수준 추정이 어긋났다”며 담담히 인정했다. 그의 전망을 믿고 투자했다가 실패했다는 한 어르신의 손편지를 받고 깊이 고민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자신은 여전히 철저히 데이터 기반의 객관적 전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현재의 코스피는 상승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고점과 저점이 낮아지는 본격적인 하락 추세에 접어들 것이며, 지수가 5000선 아래로 붕괴될 최악의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국가데이터처가 내놓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언급했다. 3~6개월 뒤 실제 경제 흐름을 예측하는 이 지표는 상반기까지 뚜렷한 상승 국면이었지만, 가장 최신 수치인 올해 6월 지표는 정점을 지나 꺾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수치 외에도 한국 수출 증가세 둔화 현상 등은 명백한 주가 하락 신호를 보여준다”며 “나는 2024년과 2025년엔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매수를 권한 바 있는데, 지금은 명백한 과대평가 영역에 진입해 비중 축소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맹목적 낙관 부른 AI 거품 붕괴와 신용 균열
김 교수는 시장의 진짜 폭탄은 화려한 인공지능(AI) 열풍 이면에 숨겨진 사모 신용 시장의 균열이라고 주장했다. 사모 신용이란 은행 등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 같은 비은행 기관이 기업에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사적 대출 시장을 말한다.
글로벌 AI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 설비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이 사모 신용으로 조달했는데,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다 보니 빌린 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면서 신용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방 안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인 것은 벽장 뒤에 수많은 바퀴벌레가 숨어 있다는 뜻”이라며 “유사 부실 사태가 쏟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가올 위기가 주가지수가 폭락한 2000년 IT 버블과 대형 금융사가 파산한 2008년 신용 위기가 결합된 최악의 복합 형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핏 지수(국가 GDP 대비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 PER(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 토빈Q(기업의 시장 가치를 자산 대체 비용으로 나눈 값) 등 주요 지표가 극단적인 거품을 가리키는 가운데 사모 신용 부실이 겹치며 두 악재가 한꺼번에 터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예년 같으면 이런 위기 국면에서 최종 대부자 역할을 했던 각국 중앙은행들의 활약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맞았던 지난 2008년과 코로나19 유행으로 경제가 침체했던 2020년에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거나 막대한 돈을 풀어 ‘V자형’ 반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의 경우 정부 부채가 120%를 넘고, 사상 처음 40조달러(약 5경5645조원)를 넘어설 정도로 규모가 커서 무작정 돈을 풀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경기선행지수가 꺾인 현 국면에서는 선제적 위험 관리가 필수”라며 “60% 이상인 주식 비율을 20% 안팎으로 과감히 줄이고 남은 자금을 단기 채권 중심 현금성 자산으로 안전하게 옮겨두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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