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美 에이본 매각… 닥터그루트ㆍ빌리프 중심 북미사업 재편
2019년 1450억원에 인수
매출 7000억→2518억 급감ㆍ4년 연속 순손실
닥터그루트ㆍ빌리프 등 자체 브랜드 중심 전환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LG생활건강이 2019년 인수한 미국 화장품 기업 ‘더 에이본 컴퍼니(The Avon Company)’를 7년 만에 떼어낸다. 빠르게 바뀌는 소비자 구매 패턴과 유통 환경에 맞춰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와 채널로 자원을 몰아주기 위한 북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이다.
LG생활건강 북미법인(LG H&H USA)은 24일(한국시간) 더 에이본 컴퍼니 지분 100%를 ‘스트랫포드 월드와이드(Stratford Worldwide)’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스트랫포드 월드와이드는 에이본 인터내셔널을 운영하는 글로벌 투자회사 리전트(Regent)의 관계사다. 매각 대금은 거래 종결 시점에 확정된다.
매각 대상인 에이본은 1886년 창립한 세계 최대 화장품 방문판매 회사의 북미 사업이다. 에이본은 2016년 북미 사업을 사모펀드 서버러스에 분리 매각했고, 이때 세워진 법인 ‘뉴에이본’을 LG생활건강이 2019년 4월 1억2500만달러(약 1450억원)에 사들여 지금의 사명으로 바꿨다.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리코 사업권과 물류ㆍIT 인프라를 한 번에 확보해 북미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구상이었다.
인수 후 에이본은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인수 직전인 2018년 약 7000억원이던 에이본 매출은 2024년 2518억원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2020년 20억원 흑자를 낸 뒤 2021년 55억원, 2022년 470억원, 2023년 404억원, 2024년 2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이어가며 4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매출의 78.2%가 오프라인 방문판매에서 나오는 구조가 이커머스로 옮겨간 북미 소비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적자가 길어지자 LG생활건강은 2021년 12월 441억원, 지난해 4월 860억원을 각각 에이본에 투입했다. 지난해 투입분은 북미법인 유상증자 1860억원 가운데 일부다. 그럼에도 2024년 회계연도에 997억원의 손상차손이 반영되며 에이본 장부가치는 1435억원에서 438억원으로 낮아졌다. 자본총계도 마이너스로 돌아선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LG생활건강은 에이본을 정리하고 자체 브랜드 중심으로 북미 사업을 재편한다. 닥터그루트(Dr.Groot), 빌리프(Belif), CNP 등을 앞세워 리테일과 디지털 채널에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K-뷰티, 웰니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뷰티ㆍ건강 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주력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에 두겠다는 것이다.
인수자인 리전트는 지난 1월 에이본 인터내셔널을 인수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북미를 제외한 에이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거래가 종결되면 에이본 북미사업은 인터내셔널 사업과 제품 개발과, 마케팅, 소셜셀링(Social Selling) 등을 협력하게 된다.
LG생활건강 북미법인은 이번 거래와 함께 에이본에 대여한 자금을 출자 전환한다. 내부 채권 관계를 정리하는 절차로, 별도의 현금 납입이나 지분율 변동은 없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에이본은 소셜셀링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동시에 LG생활건강은 북미에서 브랜드 중심의 성장 전략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리테일, 디지털 채널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뷰티, 웰니스 브랜드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해 성장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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