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없는 11세 장애 아동, 국가가 죽였다 [뉴스룸에서]

강지원 2026. 8. 2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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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지난달 말 지방의 한 소도시. 요즘 지방에선 인조잔디 없는 운동장 찾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지역 교육청이 남아도는 예산을 투입해 마련한 인조잔디 운동장엔 폭염과 방학 탓이겠지만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눈물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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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교회 아동 학대 사망 사건
정부와 경찰 등 학대 아이 방기
아동 보호 국가가 적극 나서야
11세 아동 사망 사건이 발생한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교회 내부 주택 출입구. 독자 제공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한 지난달 말 지방의 한 소도시. 지나는 학교마다 운동장에 깔린 초록의 인조잔디가 눈에 띄었다. 요즘 지방에선 인조잔디 없는 운동장 찾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지역 교육청이 남아도는 예산을 투입해 마련한 인조잔디 운동장엔 폭염과 방학 탓이겠지만 아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없는 아이를 붙들기 위해 운동장에 인조잔디 까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눈물겹다. 출산율 경쟁에 지자체의 출산장려금은 아이 한 명당 최대 2,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집도 주고, 일자리도 주고, 대출도 해준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출산지원정책 재정 규모는 3조172억 원으로 전년(1조4,660억 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그래도 아이가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명. 2023년 역대 최저치(0.72명)를 찍은 뒤 반등하고 2년 연속 증가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여전히 꼴찌다. 돈을 많이 주면 아이를 낳을 것이란 얄팍한 저출생 정책의 한계다. 정부의 현금 지원에 기대 아이를 낳는다 해도 기르면서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크다는 현실을 모르는 이가 없다.

태어날 아이는 걱정하면서 정작 태어난 아이는 돌보지 않는 현실이 반복됐다. 충남 천안시 한 교회에서 11세 장애 아동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숨졌다. 혈육이 버린 아이는 정부와 지자체, 경찰과 사법당국, 교육당국과 의료계에 온몸으로 구조 요청을 했지만 아무도 아이를 구하지 않았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 맡겨졌다.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의 출생축하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매달 수십만 원의 양육 수당도 없었다. 지적장애가 있었지만 장애 수당을 받은 적은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부모 등 보호자가 신청해야 수당을 줄 수 있다고 항변한다. 수당을 신청할 보호자가 없는 아이는 국가 지원도 못 받는 게 현실이다.

특수 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이는 기본 교육도 못 받았다. 외할머니는 아이가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겪자 장애아동 특수 교육권 대신 취학 의무 면제를 신청했다. 특수 교육이 필요한 아이를 교육 당국은 돌보지 않았다. 아이는 병원과 교회에 감금됐다.

살려달라는 아이를 국가가 살리지 않았다. 아이는 숨지기 사나흘 전인 2, 3일 교회에서 두 차례 빠져나와 주민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학대를 의심한 주민들은 아이를 경찰에 인계했고, 아이는 "외할머니가 때렸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아무 조치 없이 아이를 교회로 돌려보냈다. 법원이 경찰의 외할머니 접근금지 명령 신청을 기각한 날 아이는 고열과 의식저하 증세로 여러 병원을 찾다 숨을 거뒀다. 아이의 손발에는 결박 흔적이 있었고 얼굴엔 멍 자국이 또렷했다.

태어난 한 아이의 죽음은 태어날 무수한 아이들의 목숨을 앗는다. 돈이 없어서, 제도가 없어서, 아이를 안 낳는 게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온전히 지키는 사회라는 굳건한 믿음이 없으면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는다. 위기에 놓인 아이부터 구해야 아이들이 태어난다. 국가가 방기한 아이들의 명복을 빈다.

강지원 전국부장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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