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간 북극해 누빈다…한국 해운 미래 건 북극항로 시범운항

정용진 2026. 8. 2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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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에즈항로보다 7000㎞ 짧아 물류비 절감 기대감 커져
연료비·보험료·제재 등 경제성과 지정학 리스크 변수
2030년 정기항로 목표…시범운항서 경쟁력 검증 나서
[지데일리] 북극의 얼음 바다를 가르는 국내 첫 컨테이너선이 출항하면서 한국 물류산업의 새로운 항로 개척에 시동이 걸린다. 해상 물류의 핵심 축인 수에즈항로를 대신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북극항로가 한국 해운업계의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팬스타 아크로호. 팬스타그룹 제공

해양수산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초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는 22일 오후 9시 부산신항 3부두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다.

2758TEU급 내빙 선박인 팬스타 아크로호는 부산을 출발해 베링해협과 북극해를 통과한 뒤 유럽 주요 항만을 거쳐 부산으로 돌아오는 약 45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국내 컨테이너선이 북극해를 관통해 유럽까지 운항하는 만큼 향후 북극항로의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가늠할 중요한 실증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항해에서 팬스타 아크로호는 오는 30일 전후 북극해에 진입하고 9월 7일 전후 북극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영국 펠릭스토우에 9월 9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9월 11일, 폴란드 그단스크에 9월 15일 각각 기항한 뒤 10월 5일 전후 부산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다만 북극권의 기상과 해빙 상황에 따라 항해 일정과 세부 경로는 달라질 수 있다.

북극항로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운항 거리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기존 수에즈항로와 비교하면 북극항로를 이용할 때 약 7000㎞의 거리를 줄일 수 있고, 거리 기준으로 약 35%의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운항 시간이 짧아지면 선박 운항에 필요한 연료 사용량을 줄이고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물류 효율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부산항을 비롯한 국내 항만이 북극항로 시대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 역시 북극항로를 미래 해운 경쟁력을 좌우할 전략적 물류망으로 보고 2030년 정기 서비스 개통을 목표로 관련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항로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면 부산항을 중심으로 유럽 주요 항만을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네트워크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조선업과 항만, 해운, 물류 서비스 등 연관 산업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극항로의 경제성을 낙관하기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운항 거리가 짧아진다고 해서 물류비가 자동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북극해 운항에 적합한 선박을 확보해야 하고 연료비와 보험료, 쇄빙 지원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특히 해빙 상황에 따른 운항 지연과 계절적 운항 제한은 정시성이 중요한 컨테이너 운송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지정학적 위험도 변수다. 북극항로의 상당 구간이 러시아 인근 해역과 연관돼 있어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와 외교 관계 변화가 운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로를 이용할 화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도 핵심 과제다.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선사들이 기존 수에즈항로에서 북극항로로 이동하려면 비용뿐 아니라 안전성과 정시성, 항만 인프라까지 종합적인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환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북극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지역인 만큼 선박 운항 확대가 해양 생태계와 빙권 환경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항로 개척을 경제적 기회로만 접근할 경우 새로운 환경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팬스타 아크로호의 시범운항은 이런 기대와 우려를 검증하는 첫 관문이다. 45일간의 항해에서 확보되는 운항 데이터와 비용, 연료 효율, 해빙 대응 능력, 항만 운영 경험은 향후 정기 항로 구축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가 한국 해운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는 이번 항해가 보여줄 냉정한 숫자와 현장의 경험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