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전력에 5강이면 만족? "죄송합니다. 저희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정철우 2026. 8. 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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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KIA 타이거즈를 지금의 위치에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KIA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즌 전 불확실성으로 분류됐던 요소들이 하나씩 '플러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즌을 시작할 때 KIA의 가장 큰 물음표 가운데 하나는 마무리였다.

실제로 심재학 KIA 단장에게 "5강 정도면 성공한 시즌 아닌가"라고 묻자 돌아온 답은 예상보다 욕심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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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시즌 전만해도 중.하위권 평가
그러나 빠진 전력 충실히 메우며 조금씩 도약
이제 3위까지 올라온 상황 "좀 더 높은 목표를 보고 있습니다만..."
출처:KIA 타이거즈

(MHN 정철우 기자)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KIA 타이거즈를 지금의 위치에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력에서 빠져나간 이름부터 너무 컸다. 중심 타선을 지탱했던 최형우와 내야의 핵심 박찬호가 FA로 팀을 떠났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도 보이지 않았다. 김도영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던 선수였다.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을지부터 장담하기 어려웠다. 외국인 투수진도 압도적인 보강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웠고 새 외국인 타자가 패트릭 위즈덤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약점을 찾으려면 어렵지 않은 팀이었다. 테이블세터는 두껍지 않았고 중심타선에는 늘 부상 위험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전력의 중심이 빠져나간 자리를 확실하게 메웠다는 평가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시즌 전 KIA를 향한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우승 후보보다는 중위권 경쟁을 펼칠 팀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러웠다. 5강에만 들어도 상당히 성공적인 시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런 KIA가 이제 3위까지 올라왔다.

KIA는 18일부터 20일까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5연승을 달렸다. 20일 LG가 KT에 패하면서 순위까지 뒤집었다. KIA와 LG 모두 선두와 5.5경기 차였지만 KIA가 승률 0.551로 LG의 0.550을 간발의 차로 앞서며 3위에 올라섰다.

이제 질문 자체가 달라져야 할 것 같다.

KIA가 5강에 갈 수 있을까가 아니다. KIA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를 물어야 할 때가 됐다.

KIA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즌 전 불확실성으로 분류됐던 요소들이 하나씩 ‘플러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출처:KIA 타이거즈

그 중심에는 역시 김도영이 있다.

지난해 김도영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기록이 아니라 건강이었다. 세 차례나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지면서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라도 그라운드에 서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했다. 올 시즌 역시 김도영이 얼마나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느냐가 KIA 전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였다.

그러나 지금 김도영은 부상에 대한 걱정보다 홈런왕 경쟁으로 더 많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일 한화전에서 시즌 37호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 2위 오스틴 딘과의 차이를 5개로 벌렸다. 시즌 초반 2할 중반까지 떨어졌던 타율까지 끌어올리며 어느새 3할 타자가 됐다. 2024년 38홈런에 이어 다시 40홈런을 바라볼 정도의 페이스다.

KIA가 최형우를 잃고도 중심타선의 파괴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다.

김도영이 중심을 잡자 나성범의 가치도 다시 살아났다. 건강한 나성범은 여전히 생산력이 뛰어난 타자다. 시즌 내내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이 따라붙는 선수지만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때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이미 충분히 증명된 바 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도 김도영과 나성범이 나란히 홈런을 터뜨리며 KIA의 승리를 이끌었다.

외국인 투수 쪽에서도 예상보다 많은 것을 얻었다.

아담 올러는 시즌 초반 KIA가 버틸 수 있는 힘을 제공했다. 7월에는 3패 평균자책점 13.06으로 크게 흔들리며 위기를 맞았지만 8월 들어 다시 살아났다. 8월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38을 기록하며 반등했다. 시즌 전체를 놓고 보면 기복은 있었지만 KIA가 예상했던 것 이상의 구간을 만들어준 투수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출처:KIA 타이거즈

여기에 양현종이 있다.

젊은 투수들처럼 강력한 구위로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는 아니지만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아준다는 것 자체가 KIA에는 큰 힘이다. 양현종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도 롯데를 상대로 5이닝 1실점으로 시즌 6승과 통산 192승을 챙겼다. 시즌을 길게 치르는 팀에서 계산할 수 있는 선발 한 명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큰 자산이다.

예상하지 않았던 새 얼굴도 나타났다.

박재현의 등장은 KIA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19일 한화전에서도 2-2로 맞선 9회 무사 1·2루에서 결승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어 김도영의 3점 홈런이 터지며 승부가 갈렸다. 이름값 있는 몇몇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팀이었다면 만들기 어려웠을 승리였다.

박재현 같은 선수가 경기의 중요한 순간을 책임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KIA에 매우 중요한 변화다. 긴 시즌을 버티려면 주축 선수들만 잘해서는 안 된다. 예상하지 않았던 곳에서 새로운 힘이 나와야 한다. 특히 최형우와 박찬호가 빠진 상황에서 KIA가 기존 선수들의 몫을 단순히 다른 베테랑에게 떠넘기지 않고 새로운 자원을 발견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불펜에서는 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시즌을 시작할 때 KIA의 가장 큰 물음표 가운데 하나는 마무리였다. 하지만 시즌 초반 성영탁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그 부담을 덜어줬다. 그리고 후반기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카드가 등장했다.
출처:KIA 타이거즈

이의리다.

선발로 고전했던 이의리를 마무리로 돌린 선택은 이제 KIA의 시즌을 바꾼 승부수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의리는 8월 들어 6경기에 등판해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며 4세이브를 올렸다. 19일 한화전에서는 9회 무사 1·3루라는 어려운 상황에서 등판해 공 4개만으로 승리를 지켰다. 3경기 연속 세이브였다.

선발 이의리가 갖고 있던 약점이 마무리 이의리에게서는 오히려 크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긴 이닝을 계산하며 힘을 배분할 필요가 없어졌고 자신의 강한 공을 짧은 이닝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제구가 흔들렸을 때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까지 기다려야 했던 선발과 달리 마무리에서는 타자를 힘으로 찍어 누르는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시즌 초 성영탁이 버텨주고 후반기 이의리가 뒷문을 잠그기 시작하면서 KIA가 시즌 전 가장 불안하게 평가받았던 마무리 자리는 오히려 지금 팀의 강점 가운데 하나가 됐다.

결국 올 시즌 KIA의 반전은 한두 명의 대폭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김도영은 건강하게 뛰며 홈런왕을 향해 가고 있다. 나성범은 건강할 때의 생산성을 보여주고 있고 올러는 선발진에서 예상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양현종은 묵묵히 로테이션을 지킨다. 박재현이라는 새로운 카드가 나타났고 성영탁을 거쳐 이의리까지 마무리에서 답을 찾아냈다.

시즌 전에 하나하나 물음표였던 자리에서 하나씩 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KIA의 현재 3위는 단순한 ‘8월 반짝 상승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출처:KIA 타이거즈

물론 8월의 기세는 대단하다. KIA는 8월 9경기에서 7승2패, 승률 0.778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갑자기 8월에만 강해진 것이 아니다. 폭염으로 긴 휴식기를 가진 뒤 팀 곳곳의 퍼즐이 보다 정확하게 맞기 시작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무엇보다 KIA가 바라보는 눈높이도 달라졌다.

시즌 전 전력만 생각하면 5강 진출도 충분히 성공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심재학 KIA 단장에게 “5강 정도면 성공한 시즌 아닌가”라고 묻자 돌아온 답은 예상보다 욕심이 컸다.

“죄송하다. 5강만으로 만족하긴 좀 아쉽다. 좀 더 높은 곳에서 야구하고 싶다.”

지금의 KIA라면 단장의 욕심이 무리하게 들리지 않는다.

3위까지 올라왔고 선두 KT와는 5.5경기 차다. 2위 삼성과도 4.5경기 차에 불과하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지만 포기하기에는 아직 충분한 거리가 남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순위보다 팀의 모양새다.

김도영의 장타력이 살아 있고 나성범이 중심에서 버틴다. 해럴드 카스트로가 꾸준히 출루와 안타를 만들어내고 젊은 선수들이 빈틈을 메운다. 선발진에는 올러와 양현종을 비롯해 계산 가능한 카드들이 있고 경기 후반에는 이의리라는 새로운 무기가 생겼다.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면 오히려 더 흥미로운 팀이 될 수도 있다.

단기전에서는 확실한 중심타자와 강력한 뒷문이 중요하다. 김도영이 한 번의 스윙으로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고 건강한 나성범이 뒤를 받친다. 이의리가 지금처럼 9회를 지워낼 수 있다면 상대가 느끼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2024년 KIA가 우승할 때도 가장 무서웠던 것은 특정 한 명의 힘이 아니었다. 필요한 순간마다 다른 선수가 등장해 답을 만들어냈다는 점이었다.

올해의 KIA도 조금씩 그런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출처:KIA 타이거즈

시즌 전에는 최형우가 없어서 걱정했고 박찬호가 없어서 걱정했다. 김도영의 건강이 걱정됐고 마무리가 없다는 것도 걱정이었다. 외국인 선수들 역시 확신보다는 물음표에 가까웠다.

그런데 야구는 빈자리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떠난 선수들이 만든 구멍보다 남은 선수들의 성장이 컸고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새로운 자리를 만들었다. 그렇게 하나씩 약점을 지워나간 KIA가 어느새 3위에 서 있다.

5강에만 들어도 대성공이라고 했던 팀이다. 그런데 이제 KIA는 5강 이야기를 하기엔 너무 높은 곳까지 올라왔다. “5강이면 만족하느냐”고 묻기에 KIA가 바라보는 곳은 이미 그보다 위다.

선두까지 5.5경기.

아직 KIA의 2026시즌 목표를 확정하기에는 너무 이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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