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세계 오페라 극장 휩쓴 40년… 포기한 건 사랑과 우정”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아서 ‘제가 맞느냐’고 몇 번이고 되물었죠.”
20일 소프라노 조수미의 세계 데뷔 40주년 인터뷰 장소에는 붉은색 상자 안에 트로피 하나가 들어 있었다.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1923~1977)가 두 팔을 감싸 안은 모습을 형상화한 조각상이었다.
조수미는 지난 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마리아 칼라스 특별상을 받았다. 지난 1947년 8월 2일 칼라스가 베로나에서 이탈리아 무대에 데뷔한 날을 기념해 2014년 제정됐다. 아시아 성악가가 이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가 태교를 위해서 들었던 목소리”라며 “수상 전날 칼라스가 데뷔 직전 묵었던 호텔 방에서 베로나 극장까지 걸어가면서 감회에 젖었다”고 했다.
조수미는 지난 1986년 이탈리아 북부 트리에스테 극장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 역을 맡았다. “이탈리아 무대에 데뷔한 나이도 스물네 살로 칼라스와 같다”고 했다. 데뷔 당시 비화도 들려줬다. 그는 “통째로 악보를 외운 건 물론이고, 석 달 전부터 이탈리아 여배우를 섭외해서 연기 지도까지 받았다”고 했다. “이탈리아어 억양은 물론이고 표정과 걸음걸이, 목선까지 모두 연습하고 무대에 섰다”는 것이다. ‘얼짱’ 각도로 살짝 눈을 감은 채 활짝 웃고 있는 유명한 데뷔 사진도 그렇게 탄생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꽃을 받은 날”이라고 했다.
그 뒤 카라얀 앞에서 오디션을 받으면서 세계적 성악가로 발돋움한 건 잘 알려진 일화다. “서른도 되기 전에 뉴욕·런던·파리·빈·밀라노 등 세계적 명문 오페라 극장 5곳에서 모두 노래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정작 간담회에서 “필리핀부터 남미까지 세상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노래는 타고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재능과 노력 외에도 후배 성악가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덕목들을 직접 꼽았다. “언제든 어디서든 노래할 수 있는 튼튼한 체력과 악착같은 근성, 나에겐 철저하고 남에겐 관대한 성격, 혼자 있는 시간을 온전하게 즐길 줄 아는 집중력, 투명하고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등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조수미 국제 성악 콩쿠르를 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서울대 4학년 재학생이 대회 2위를 차지하고 중국의 메조소프라노가 특별상을 받는 등 아시아 젊은 성악가들의 실력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는 “지난 40년간 이룬 것만큼이나 잃은 것도 많다”고 고백했다. 포기한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사랑과 우정”을 들었다. “요리도 잘하고 착한데 지난 10년간 남자들이 접근한 적이 없었다”며 웃었다. 다음 달 4일과 8일 예술의전당에서 세계 데뷔 40주년을 자축하는 기념 공연을 연다. 8일은 음악 전공생들을 위해 전석 초대 공연으로 꾸민다. 그는 “이미 매진”이라는 ‘깨알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조폐공사는 이날 조수미의 세계 데뷔 40주년을 기념하는 공식 메달을 출시했다. 조수미는 인터뷰를 마친 뒤 서울 중구 신세계 남산에서 열린 메달 출시 기념 행사로 총총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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