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등 차세대 소자에 쓰이는 위상절연체의 수수께끼였던 '맥놀이' 신호의 정체가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공동 연구팀은 위상절연체 나노선에서 양자신호 해석의 큰 걸림돌이었던 맥놀이 신호가 표면과 내부의 서로 다른 양자 진동이 겹치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위상절연체를 머리카락보다 훨씬 가는 나노선으로 만들어 실험했습니다. 위상절연체는 물질 내부로는 전기가 잘 흐르지 않지만 표면에는 전기가 흐르는 특이한 양자물질입니다. 이를 나노선으로 만들면 표면 전자가 돌면서 규칙적인 신호 변화가 나타나는데, 이를 '아하로노프-봄 진동'이라고 부릅니다.
연구진이 위상절연체 나노선에서 측정한 양자수송 데이터를 분석하는 모습
연구팀은 이 신호를 분석하다가 예상치 못한 '맥놀이'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맥놀이는 두 소리굽쇠가 동시에 울릴 때 소리가 웅웅거리며 커졌다 작아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신호 세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현상입니다.
분석 결과 맥놀이는 표면의 위상 전자 신호와 표면 바로 아래를 흐르는 일반 전자 신호,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신호가 겹치면서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동안은 표면 전자 신호만 있다고 여겨져 왔지만 표면 아래 전자도 함께 관여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진 겁니다.
연구팀은 공주대 송태근 교수팀과 함께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존 분석에서 뒤섞여 있던 두 신호를 구분해 냈고, 이론 계산과 별도 실험을 통해서도 같은 결과를 재확인했습니다.
KRISS 배명호 책임연구원은 "전자가 위상 상태뿐 아니라 일반 전자 상태도 오가며 양자간섭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원하는 위상 상태만 활용하려면 일반 전도 상태가 개입하지 않도록 도핑과 게이트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GIST 최상준 교수는 "각 기관의 실험과 이론, 데이터 분석 역량이 맞물려 수년간 풀리지 않았던 맥놀이의 원인을 하나의 물리적 그림으로 설명한 성과"라며, "서로 다른 전자 상태의 간섭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원리는 앞으로 위상 양자소자 설계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위상절연체의 양자 신호를 정확히 해석하고 원하는 전자 상태를 정밀하게 구현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성과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 7월호에 표지 논문으로 선정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