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정치관여’ 조태용, 2심 징역 2년 6개월…1심보다 형량 1년 늘어

임종현 기자 2026. 8. 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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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전후 비화폰 증거인멸과 정치관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치인 체포조 관련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데 따른 직무유기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유지됐지만,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증거인멸과 정치관여·위증 혐의 일부가 유죄로 뒤집히면서 형량이 징역 1년 6개월에서 1년 늘었다.

조 전 원장이 2024년 12월 6일부터 10일까지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홍 전 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한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도 1심 무죄에서 유죄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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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증거인멸 유죄
허위 내용 공표 ‘정치관여’도 유죄 뒤집혀
‘체포조 국회 미보고’ 직무유기는 무죄 유지
法 “정치적 중립성 강화한 법 취지 정면 반해”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11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전후 비화폰 증거인멸과 정치관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정치인 체포조 관련 내용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은 데 따른 직무유기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가 유지됐지만,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증거인멸과 정치관여·위증 혐의 일부가 유죄로 뒤집히면서 형량이 징역 1년 6개월에서 1년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윤성식 부장판사)는 19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원장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자격정지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조 전 원장은 비상계엄 당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를 보고받고도 이를 즉시 국회 정보위원회에 알리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과 공모해 홍 전 차장이 사용하던 경호처 비화폰에 저장된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기록 등 전자정보를 삭제한 혐의도 받았다. 헌법재판소 등에서 계엄 관련 지시나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로 위증하고,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허위 내용을 공표해 정치에 관여한 혐의도 적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홍 전 차장의 진술 신빙성 등을 토대로 조 전 원장이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또 정치인 체포 지시가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조 전 원장이 보고를 받은 즉시 국정원법상 국회 정보위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홍 전 차장의 보고를 받자마자 국정원법상 국회 정보위 보고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고 시점으로부터 1시간 남짓 뒤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조 전 원장이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국가 기능이 저해되거나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구체적인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반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홍 전 차장의 경호처 비화폰 관련 증거인멸 혐의는 유죄로 뒤집혔다. 재판부는 “홍 전 차장의 소재와 연락 여부에 대한 확인 조치 없이 박 전 처장에게 비화폰에 대한 보안사고를 인정해줬다”며 “사용자 계정 삭제 조치로 비화폰 내 통화기록 등 전자정보가 삭제된다는 사정도 인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조 전 원장이 박 전 처장의 증거인멸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고 두 사람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조 전 원장이 2024년 12월 6일부터 10일까지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홍 전 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지시와 관련한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부분도 1심 무죄에서 유죄로 바뀌었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이 자신의 발언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홍 전 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이를 외부에 유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해당 발언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찬성의 주요 근거를 약화시키고 윤 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지지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조 전 원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하는 등 이례적인 방식으로 허위 내용을 유포하면서도 납득할 만한 경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동기와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위증 혐의 가운데 일부도 1심 무죄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삼청동 안가 회동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사실과 비상계엄 선포문을 보거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다른 국무위원들에게 선포문을 전달하는 장면을 목격한 사실, 홍 전 차장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관련 지시를 보고받은 사실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양형 과정에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정원법이 개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개정법 시행 이후 국정원장으로 취임한 피고인은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성에 관한 논란 없이 본연의 직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홍 전 차장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한 보고를 받고도 그러한 사실이 없는 것처럼 허위 내용을 반복해 외부에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려는 국가정보원법의 규정과 취지에 정면으로 반할 뿐 아니라 국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배신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증거인멸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할 위험을 초래한 점과 국회·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해 대통령 탄핵 여부에 관한 심리·판단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불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임종현 기자 s4ou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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