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호 사직서 제출… 李대통령 수용 의사
鄭 “국회에서 할 일 더 많을 것”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8일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후속 인사가 이뤄질 때까지 맡은 바 역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며 사의 수용 뜻을 밝혔다. 정 장관은 그동안 건강상 이유 등으로 수차례 사의를 표했다. 이날 사직서에도 건강 문제와 함께 “검찰 개혁 관련 주요 입법이 마무리됐다”는 취지의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검사의 보완 수사권 폐지 등 관련 법안 처리가 마무리돼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사직을 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법무부는 검찰권 남용 의혹을 조사하겠다며 지난 6월 검찰인권존중미래위원회(검찰미래위)를 출범시킨 가운데, 최근 공소 취소가 가능한 이 대통령 사건 6건을 조사 대상에 올렸다. 이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쯤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새로 선출된 친명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내내 공소 취소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추진 가능성이 높다”며 “정 장관도 이런 상황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정 장관 사직으로 이재명 정부의 2기 내각 구성을 위한 개각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李사건 공소취소 땐 법무장관 손 거쳐야… 정성호, 부담 느낀 듯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선 정 장관에게 “잘 버티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사퇴를 만류했지만 정 장관은 보름여 만에 공식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 장관 건강이 장관직 수행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인데 버텨온 것”이라며 “사직 뜻은 확고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건강상 이유 외에도,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에 대한 부담, 최근 여당이 밀어붙여 통과시킨 ‘검사 보완 수사권 폐지’ 등도 사직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의 ‘조작 기소’ 여부를 수사할 수 있는 특검을 추진 중이고, 검찰미래위도 이 대통령 사건 조사에 나섰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결국 공소 취소가 된다면 법무부 장관 손을 거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정 장관은 보완 수사권 폐지 법안(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과정에서도 회의감을 많이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여러 차례 보완 수사권을 일부라도 남겨두자며 여당 설득 작업에 나섰지만 민주당 강경파 뜻에 따라 법안이 통과되자 주변에 “책임은 그들이 져야 할 것”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정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조만간 시행을 앞둔 형소법에 대해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법 시행 후에 발견된 문제는 반개혁적으로 적대하기보다 겸허하고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정 장관은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서도 “국회에 가서 당 통합이나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신속히 수정하는 데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정 장관은 이 대통령의 오랜 측근으로 친명계 ‘좌장’을 맡아왔지만 동시에 40년 법조인이기도 하다”며 “보완 수사권 폐지 과정에서 큰 환멸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른 인사는 “정 장관이 지금 시점에서는 법무부 장관보다 당내에서 친명계 ‘좌장’으로 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 2년 차 개각 작업도 빨라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역할, 방식 등을 바꿔야 될 데가 몇 군데 있다”며 개각을 예고했지만 당 전당대회 일정 등과 맞물려 미뤄졌다. 하지만 한성숙 국무총리 임명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가 한 달 넘게 공석이고, 정 장관도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개각을 더는 미루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다만 개각 규모를 두고는 이날도 “다음 달 정기국회가 시작되기 때문에 국정감사를 앞두고 장관을 대거 교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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