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 '친일재산조사위' 외면…'언론계 친일'에 눈 감나
조선, 다음날 짤막하게…중앙 연이어 보도 '상반'
동아·조선, 친일 행적 지우고 공로 자화자찬 일색
양상훈 주필 "운동권 눈에만 친일파 보이는 듯"
뉴스타파 "친일파 후손 1177명 중 언론인 46명"
기득권 온존, 친일재산 환수 걸림돌 작용 가능성
하영에 관심 쏟고 언론 돌아보기 주저하면 안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제81주년 광복절을 맞아 친일재산 환수를 통해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많은 언론들이 이를 다뤘다. 최근 논란이 된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증조부이며 한국 최초의 의사 가운데 한 명으로 여겨지는 안상호가 후손에게 물려준 재산을 국가가 환수할 수 있는지까지 다소 선정적으로 뻗어나간 보도도 있을 정도였다.
창업주 방응모씨 가문의 친일 행적에 미심쩍은 구석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온 조선일보는 정 장관의 발언을 17일 A10면에 실린 <'매국노 조롱 카페' 오픈런하고 '조상 중 친일파 몇명' 찾아보고> 제목의 기사 맨뒤에 짤막하게 붙였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조사위)'를 다시 설치하겠다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 5월 7일 상세하게 다뤘기 때문에 이날 비교적 작게 다룬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친일 행적이 공식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지난 2009년 10월의 일이다. 당시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는 4년여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사장 방응모, 동아일보 사장이었던 김성수가 포함된 친일·반민족 행위자 명단을 발표했다. 물론 두 신문사는 평가 기준이 잘못됐다고 즉각 반발했다. 반면 널리 알려져 있듯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인 김신석의 외손자다.
조선일보는 그 해 11월 28일 사설 '외눈박이 친일·반민족 조사위의 발표를 보고'를 통해 "김성수와 방응모는 자신의 전 인생과 재산을 민족언론, 민족학교 건립에 쏟아 부었다. 이들을 친일의 오명 속에 빠뜨려 파묻으려고 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이롭게 하기 위해서이며, 누구를 쓰러트리기 위해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개탄했다.
동아일보는 '인촌 선생 학병(學兵) 권유, 글과 말은 총독부 기관지가 날조한 것'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인촌기념회의 말을 빌려 "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지(신문)나 동아일보에 실린 인촌 김성수 선생 명의의 글이나 말은 인촌 선생이 스스로 기고하거나 실제로 한 말이 아니라 두 기관지가 왜곡, 과장, 날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두 신문은 일제강점기 자사 보도를 민족 정론지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는 일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2004년 과거사법 통과 직후 '조선일보 사람들'이라는 책을 발표하고 과거 친일 행적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실었다. '조선일보 사람들'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신문사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자선 사업 정도로 인식됐다. '잡지 3천리'는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를 인수한 방응모를 부호의 의미를 다 할 줄 아는 인격자로 평가했다"는 주장까지 보인다.
또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지난 2017년 3월 조선일보 지령 3만 호 발행 맞이 기념사를 통해 "나라가 없어진 민족 최대, 최악 위기에서 첫 호를 냈을 때부터 조선일보의 험난한 길은 예고된 일이었다. 겨레의 혼이 담긴 말과 글을 지키면 언젠가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에서 조선일보는 온 힘 다해 한글 보급 운동을 펼쳤다"고 일제강점기 자사가 한글을 지키는 데 일익을 담당했음을 자랑했다.
동아일보 역시 2017년 12월 '윤봉길 의거 동아일보가 처음 알려'라는 제목의 기사부터 이듬해 1월 '3.1운동 민족대표 48인 얼굴로 지면을 채우다' 등 일제강점기 자사가 민족지나 항일언론으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과연 그랬을까?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는 조일동화주의(朝日同化主義)를 표방하던 친일단체 대정친목회의 초대 평의원으로 활동했는데 그 대정친목회가 창간한 신문사가 바로 조선일보다. "일본 사람과 똑같다"고 했던 1918년 안상호 인터뷰가 실려 주목받은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이상협은 동아일보 초대 편집국장이었다.
조선일보는 이봉창의 폭탄 투척 사건이 있었던 1932년 1월 10일자에서 "어료차(천왕의 마차)에 이상이 없어 오전 11시50분 무사히 궁성에 환행하시었다"고 보도했으며, 그해 5월 8일자에선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 사건을 "흉행(兇行, 흉악한 짓)"이라고 표현했다. 조선일보는 1937년 1월 1일 1면에 일왕 부부 사진을 1면에 크게 실었고 1940년 폐간 전까지 매년 1월 1일 일왕 부부 사진을 싣는 충직한 보도 태도를 견지했다. 조선일보는 태평양 전쟁에 많은 이들이 고통받던 1939년 4월 29일 사설에서 일왕 히로히토의 생일축하문을 쓰며 충성을 넘어선 '극충극성'이란 표현을 쓰고 일왕을 '지존'이라 표현했다.
조선일보처럼 새해 첫날 1면에 일왕 부부 사진을 실었던 동아일보는 1921년 3월 4일자 사설에서 "재래의 한국 정치는 암흑 정치요, 총독부 정치는 문화 정치"라고 치켜세웠다. 1936년 8월, 손기정의 가슴에 붙은 일장기를 일부 기자들이 회사에 알리지 않고 말소하자, 사주 김성수는 "몰지각한 행동"이라 개탄했고, 회사는 사장부터 평기자까지 13명을 해고했다. 이후 동아일보는 반민특위 해체 이후 자신들을 '민족지'로 미화하는 작업에 나서 이런 해방 후 미화 작업이 친일 행동보다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이 대목에서 2015년 뉴스타파가 해방 70주년을 맞아 기획보도한 4부작 '친일과 망각'의 2부 '뿌리깊은 친일'을 돌아 볼 필요가 있겠다. 이 매체가 조사한 친일파 후손은 1177명으로 기업 대표와 임원이 전체의 약 30%(376명)를 차지했고, 이어 대학교수(191명)·의사(41명)·언론인(46명) 순이었다.
조사 결과 3명 중에 1명에 해당하는 381명이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불리는 명문대 출신이었다. 서울대 출신 친일 후손은 전체 중 22.8%(268명)에 달했다. 친일 후손 중에는 유학파도 많았다. 친일 후손들은 미국(204명), 일본(52명), 독일(14명) 등 선진 패권국 유학 경험이 있었다.
뉴스타파의 기사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친일파 후손 가운데 346명은 아예 한국 국적을 포기했는데, '국적포기자의 수는 친일파 명단이 발표되고 친일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했던 2000년대에 특히 많이 늘어났다'는 대목이다. 이들은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병역의 의무를 면제받아 '권리는 누리고, 의무는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게 했다.
'제4의 권력'으로 불리는 언론사에 근무하는 친일파 후손은 조선일보 9명, 중앙일보 8명, 동아일보 8명, KBS 6명 등이었다. 이른바 '조중동'과 KBS가 전체 46명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이준식 전 친일재산조사위 상임위원은 뉴스타파 인터뷰를 통해 "대다수 친일파는 계속 한국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살아남았고 그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자녀 교육이 가능했다, 그게 사회적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혼맥을 통해 얽히고설킨 관계를 보면, 다소 과장해 말할 때 지금 현재 한국사회 이른바 기득권층 중 친일파와 연결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진단했다. 이런 연결고리가 친일 청산을 가로막고,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을 국가가 되찾는 일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진일보한 듯한 보도 양태가 만에 하나, 위선적인 것이나 기만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긍정적인 태도를 유도하는 쪽으로 우리 시민사회가 노력하는 것은 물론, '눈가리고 아웅'하는 듯한 동아일보의 보도 자세를 꾸짖고 하릴 없음을 알리는 것도 시민사회가 할 일이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6일 '친일 청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 우리 언론이 안상호만 비판하고 정작 언론계 친일에 대해 관대하다면 시민들 눈에는 위선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남말' 하듯 친일재산조사위 재출범 소식을 다룰 것이 아니라 진정한 사과와 참회를 하고 친일재산조사위 활동에 동참하도록 친일파 후손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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