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쾅 대포 소리 나더니, 거실로 흙더미가 밀려왔다”

거제/김준호 기자 2026. 8. 18.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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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폭우 피해]
경남 산사태·폭우 사고 잇따라

“새벽에 갑자기 ‘쾅’ 하고 대포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흙더미가 거실로 확 밀려 들어왔어요.”

흙더미에 뚫리고… -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밀려 들어온 토사가 집 안을 넘어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복도까지 흘러내려와 있다. /뉴스1

17일 새벽 4시 30분쯤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한 아파트를 덮쳤다. 토사가 유리창을 깨고 밀려들어 1·2층 총 8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1층의 한 가구에서는 20대 남성이 흙더미에 매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또 다른 주민 2명도 골절 등 부상을 입었다. 이날 거제에는 시간당 최대 124.5㎜ 호우가 쏟아졌다. 이 아파트 2층에 살고 있는 박종기(78)씨는 “우르르 하는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려 놀라서 몸만 빠져나왔다”며 “안방 문을 닫아두지 않았다면 나도 죽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 곳곳에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터져 나왔고, 상당수 주민들은 짐도 챙기지 못한 채 대피했다.

광복절 연휴 기간 경남 거제·통영과 부산 등지에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와 침수 등 사고가 잇따랐다. 짧은 시간 폭우가 집중되면서 도로는 유실되고, 불어난 물에 차는 둥둥 떠다녔다. 지역 전체가 물바다로 변해 버린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인 15일부터 이날 오후 10시까지 거제 927.7㎜, 통영 751.3㎜, 부산 가덕도 481㎜ 등의 비가 내렸다.

물바다에 떠내려가고… -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장평동 일대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떠내려온 차량이 물바다가 된 도로에 뒤엉켜 있다. 이날 거제에는 시간당 124mm의 비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200년에 한번 내릴 만한 비”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밤사이 폭우에 주민들 속수무책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5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내린 폭우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부산·경남의 8개 시·군·구에서 240가구 389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여객선 4개 항로와 부산 금정산, 한려해상 등 국립공원 3곳의 288개 구간이 통제됐다. 이 지역 하천변 산책로와 지하차도 등도 610곳이나 통제됐다.

이번 폭우는 거제와 통영 지역에 집중됐다.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에서는 이날 새벽 5시 3분쯤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을 덮쳤다. 집 안에 있던 60대 여성 1명이 매몰됐다가 1시간 30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거제시 오비리에선 오전 9시 23분쯤 토사에 고립됐던 남성이 구조됐고, 거제 회진마을 등에서도 불어난 물에 주민 20여 명이 고립돼 있다가 구조됐다. 거제 수월천과 서정천 등 인근 도로는 하천 범람 우려로 통행이 금지됐다.

이날 오전 7시 24분 울산 남구 신정동에서는 강풍과 폭우에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지나던 택시를 덮쳐 60대 남성 승객이 허리를 다쳤다. 중구 교동 재개발 구역에선 주택 담벼락이 무너지고, 울주군 두서면에서는 도로에 돌이 굴러 떨어졌다.

◇폭우에 도로, 상수도관도 파손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내린 비로 도로와 상수도관 등 기반 시설도 버티지 못하고 파손됐다. 거제 옥포로와 옥포성안로 등 도로는 불어난 물에 아스팔트가 갈라지면서 흙길로 변해버렸고, 경사진 비탈에선 빗물이 폭포처럼 흘러내렸다. 거제시는 한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63개 노선, 125대 운행을 전면 중지시켰다. 또 상수관로 파손으로 18일 오후까지 일부 지역에 단수 조치를 내렸다. 옥포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64)씨는 “빗물에 토사가 가게로 밀려들어와 음식도, 가재도구도 엉망이 됐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뭄이 심각해 비가 오길 빌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니 참 원망스럽다”고 했다.

이날 거제 지역에서는 2100여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해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거제의 조선업체들은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출근하지 말고 대기하라’는 긴급 문자를 보냈다. 경남 지역에서는 이날 하루 유치원·초·중·고등학교 41곳이 침수와 누수, 파손 등의 피해를 입었다.

부산 해운대구에서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됐고, 사하구 두송대선터널도 출입이 통제됐다. 전남광주에서는 목포를 중심으로 주택과 도로, 상가가 일부 침수됐고, 제주 서귀포에서도 주택 2채가 물에 잠겼고, 나무가 쓰러지고 도로 배수구가 역류했다.

정부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전남광주·부산·경남에 재난안전관리 특별교부세 30억원과 재난구호사업비 4000만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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