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인가 러 궁전인가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8. 18.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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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장식’ 연회장 계획도 공개
설계 책임자 “러 건축서 영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백악관 동관에 신축 중인 연회장 계획도(위)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 알현실./미 백악관, 상트페테르부르크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백악관 동관(이스트윙) 연회장의 최신 계획도가 공개되면서 ‘백악관을 러시아풍으로 바꾸려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웅장하고 화려한 내·외관이 18세기 러시아 제국 스타일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연회장 설계안을 승인한 책임자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궁전 등을 모델로 참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 승인 없이 공사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결한 법원 판결에 불복하며 지난 14일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신축 연회장의 최신 계획도를 첨부했다. 연회장 외관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거대한 코린트식 기둥과 순백 석재 마감 등이 눈에 띈다. 입구 페디먼트(삼각형 박공) 정중앙엔 대형 황금빛 독수리 미국 국장(國章)을 새겨 넣었다. 금빛 장식, 크리스털 샹들리에, 철저한 좌우 대칭이 돋보이는 내부 역시 절대 왕정 시대 유럽 궁전을 연상시킨다.

트럼프는 ‘크고 아름다운(Big Beautiful) 것’ ‘황금빛’을 좋아하는 미적 취향으로 유명하다. 마러라고 사저의 연회장은 프랑스 베르사유궁을 모델로 했고, 백악관 집무실에도 베르사유풍의 황금빛 장식물을 대거 설치했다. 지난해엔 모든 연방 건물을 그리스·로마 신전 같은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으라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공개된 신축 백악관 연회장 최신 계획도를 보면, 러시아 황실 건축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대한 열주(列柱)와 화려한 금박, 대형 공간 등을 강조했는데 제국의 권위를 과시하려는 전형적인 러시아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임명한 연방미술위원회(CFA) 위원장이자 백악관 연회장 승인 총책임자인 건축가 로드니 밈스 쿡 주니어는 “러시아 건축에서 큰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쿡은 지난 6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 미국 대표단장으로 참석했다. 그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앞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백악관 연회장 건축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냐’는 질문에 “대답은 ‘예’”라며 “나는 평생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무도회장에서 영감을 받았고, 이 도시의 대성당과 궁전에서 많은 작업을 했다”고 했다.

뉴요커는 그가 ‘러시아 고전 건축의 애호가’로, 미 애틀랜타 북부에 러시아 전통 목조 건축 양식으로 커다란 탑이 딸린 다차(러시아식 별장)를 짓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쿡은 ‘트럼프 개선문’을 워싱턴에 지어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온 인물이다.

프랑스 고전주의 건축의 정점으로 꼽히는 루이 14세의 베르사유궁은 이후 한 세기 넘게 유럽 절대 군주들의 ‘왕궁 표준’이었다. 러시아 제국의 초대 황제인 표트르 1세가 베르사유를 방문해 자극을 받고 이를 능가하고자 상트페테르부르크 궁전을 극도로 화려하게 지었다고 알려졌다. 결국 백악관 연회장 설계는 트럼프의 유럽 고전주의 선호에 러시아에 심취한 쿡의 취향까지 혼합된 결과물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푸틴의 크렘린궁, 북한 김정은의 평양 연회장과도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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