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나중에 내세요”… 인플레이션 심화에 이란서 ‘외상 구매’ 확산

김송이 기자 2026. 8.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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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 제재에 이란 전쟁까지 겹치며 물가가 급등한 이란에서 기업들이 상품을 먼저 구매한 뒤 대금을 나중에 치르는 이른바 '외상'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이란 기업들은 소매품은 물론 여행 상품까지 결제 시점을 미뤄주며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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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선구매 후결제’ 소비 유도
식료품·의료 서비스까지 ‘외상’ 확산
구매력 급감에 판매자도 ‘고육지책’
“경제난 장기화 대비하는 모습 방증”

미국의 경제 제재에 이란 전쟁까지 겹치며 물가가 급등한 이란에서 기업들이 상품을 먼저 구매한 뒤 대금을 나중에 치르는 이른바 ‘외상’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이란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시민들이 노점 사이를 지나고 있다. / AFP=연합

15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이란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이란 기업들은 소매품은 물론 여행 상품까지 결제 시점을 미뤄주며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FT에 따르면 현재 이란에서는 10여 개가 넘는 온라인 플랫폼이 선구매 후결제(BNPL) 등 신용구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는 별도의 수수료나 이자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란의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 스냅페이는 테헤란 시내 곳곳에 “지금 사고 나중에 돈을 내세요”라고 적힌 광고판을 내걸고 있다. 스냅페이는 의류와 휴대전화, 금, 휴가 여행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해 최대 5억리알(약 270달러) 한도에서 이자나 수수료 없이 월말에 한꺼번에 결제하거나 4개월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실상 외상 거래인 셈이다.

리알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이란에서 판매자에게 손해가 될 수 있는 외상 거래가 확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이란 국민은 그동안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나 현금으로 물건을 구매해왔다. 그러나 물가 상승이 심화하면서 소비 여력이 떨어지자 판매자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외상 거래에 나서고 있다.

이란 경제가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어온 데다 이란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국민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진 상태다. 이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직전 한 달간 물가상승률은 130%에 달했다. 이란 현지 매체들은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식료품과 의류 가격 급등에 따른 것으로, 일부 식품 가격은 11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앞서 이란 국영 IRNA통신도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많은 가계가 소비재와 가전제품, 디지털 기기는 물론 의료·교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까지 신용구매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더 많은 소비자가 선구매 후결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외상 거래의 확산이 이란 국민들이 경제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민간 금융·경제 교육기관 에콘클리닉의 알리 사에드반디 설립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국민의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생산자와 공급자가 느끼는 절박함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다만 리알화 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외상 거래가 확산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소비자가 온라인 신용 플랫폼을 통해 물건을 할부로 구매할 경우 판매자가 상품 대금을 즉시 전액 받지 못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정산받는 구조여서, 리알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 판매자의 실질적인 수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메흐디 하디안 이란 중앙은행 통화·은행연구소 부소장은 앞서 이란 반관영 매체 YJC와의 인터뷰에서 BNPL 최근 몇 년 간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정확한 정책 수립과 금리의 투명성, 고객의 부채 규모를 통제하기 위한 적절한 시스템 구축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신용의 확대가 가계의 금융 위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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