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개입한 미 재무부...엔화가 아닌 미 국채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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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에서는 미국의 이번 엔화 매수 개입을 환율시장 이벤트인 동시에 배경에 놓인 통상정책, 달러자금 수요, 일본의 외환보유액 운용, 미국 장기금리까지 연결해 분석했다.
━ 워싱턴이 방어한 것은 엔화가 아니라 미 국채였다━ 이번 개입으로 미국이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는 채권시장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G7 개입 당시에도 미국분 10억달러는 연준 공개시장계정과 재무부 외환안정기금에 균등 배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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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공식 명분은 엔화의 과도한 변동성과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한 대응이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지난 3일 담화를 내고 "미국 동부시간 7월 31일 미 재무부와 협조해 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같은 날 "금요일의 공동 외환 조치는 엔화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 좋은 관계이기 때문"이라며 "엔화가 약세였고 일본에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번 개입을 단순한 동맹 지원 이상으로 보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이 단독으로 엔화를 방어하려면 외환보유액 내 달러자산을 동원해야 한다. 일본 외환보유액의 상당 부분은 미 국채 등 달러표시 증권으로 운용된다. 일본의 반복적인 엔 매수 개입은 미 국채 매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이는 미국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여겨질 수 있다. 또 하나의 배경은 미국의 통상정책이다. 미·일 무역합의에서 일본은 미국 전략산업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외환시장에서 이 약속은 장래의 달러 수요로 읽힌다. 일본 기업과 금융기관이 미국에 투자하려면 달러를 조달해야 하고, 그 과정은 엔 매도 압력으로 이어진다.

미국 현지 언론들은 미 재무부가 일본을 돕는 동시에 일본의 미 국채 매도 가능성을 낮추려는 워싱턴의 방어전으로 평가했다. 공개 확인 방식도 달라졌다. 외환당국은 통상 개입에 침묵한다.
2022년 간다 마사토 당시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일본의 '개입 비확인' 방침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미·일 양국 재무장관이 나란히 성명을 내고 개입을 공개 확인했다. 즉흥적 변화가 아니다.

7월 30~31일 미일 양국의 개입은 이 연장선에 있다. 일본 정부가 공식으로 수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BOJ)의 익일 자금과부족 자료를 근거로 일본 정부가 30일에 6~7조엔, 31일 약 5조엔 등 이틀간 11~12조엔 규모의 엔 매수를 실시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측 물량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난달 31일 캠프데이비드 각료회의 현장에서 로이터 통신 카메라에 포착된 베센트 장관의 메모에는 "일본 엔화 50억~100억달러 매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약속을 집행하려면 일본 금융기관이 대규모 달러를 조달해야 하고, 달러 조달은 그 자체로 엔 매도다. 일본 금융권이 대미 투자 이행 과정의 달러 수요가 오히려 엔저를 가속할 위험을 공개적으로 우려해온 이유다. 외환시장은 실제 인출보다 먼저 수요를 가격에 반영한다. 5500억달러라는 숫자의 존재만으로 엔화에는 상시 매도 압력이 걸린다.
여기에 미·일 금리차, 중동발 유가 급등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의 확장 재정 기대가 겹치면서 엔화는 7월 하순 달러당 164엔에 육박해 1986년 이후 최저로 밀렸다.
미 재무부 국제자본수지(TIC) 통계 기준 일본은 올해 5월 말 현재 1조1431억 달러의 미 국채를 보유한 최대 외국인 보유국이다. 영국(9486억달러)과 중국(6593억달러)을 웃돈다. 일본이 단독으로 엔화를 방어하려면 외환보유액 내 달러자산을 현금화해야 하고, 그 중심에 미 국채가 있다. 이미 신호는 나왔다.
2026년 1분기 일본 투자자의 미 국채·기관채·지방채 순매도는 4조6700억엔으로 2022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였다. TD이코노믹스는 이 속도가 지속되면 중기적으로 미 10년물 금리를 20~50bp(1bp=0.01%포인트) 밀어올릴 것으로 추산했다. 시점도 공교롭다. 지난달 29일 연방준비제도(Fed)가 5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직후 미 10년물은 4.7%를 상회했고 30년물은 5.21%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장기금리 상승이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조달비용으로 번지는 국면에서 일본발 추가 매도는 방치하기 어려운 변수로 읽힌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루이스 루 아시아경제 총괄은 일본이 단독 개입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를 대량 처분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이 미국 참여의 "핵심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미 재무부를 대신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유로를 매도하고 엔을 매입했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거래가 끝난 뒤에 알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FT에 따르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와 베센트 장관은 거래가 완료된 다음날인 8월 1일에서야 이 사안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 ECB 고위 관계자들은 FT에 "매우 충격적이고 유감스러운 일", "이런 일은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는 말로 당혹감을 내비쳤다. 미국이 개입 재원으로 유로화를 동원한 것을 서방 통화당국 간 협력에 관한 오랜 관례를 깬 전례없는 행위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첫째, 미국의 가용 실탄이 제한적이다. JP모건은 6월 기준 미 재무부 외환안정기금(ESF)의 유동성 자산을 유로화 표시 130억달러와 달러 자산 255억달러를 합친 385억달러로 추산했다. 일본이 2022년 이후 회당 동원해온 350억~600억달러에 못 미친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을 전환하면 이론상 1870억달러까지 가능하지만, 추가 자금 조달에는 의회의 예산 승인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 베센트 장관 메모에 적힌 것으로 알려진 50억~100억달러 규모는 이 범위 안에 있다. 그러나 일본의 개입 규모와 비교하면 크지 않다.
둘째, 재무부 단독 행위로 보기 어렵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개입용 외화를 역사적으로 연준 공개시장계정(SOMA)과 재무부 ESF에서 균등하게 조달해 왔다. 2011년 G7 개입 당시에도 미국분 10억달러는 연준 공개시장계정과 재무부 외환안정기금에 균등 배분됐다. 이번에도 뉴욕 연은이 재무부를 대리해 거래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추가 개입은 재무부와 연준의 관계 설정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
셋째, 금리차라는 펀더멘털이 그대로다. 연준 정책금리는 3.50~3.75%인 반면 BOJ는 1%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 나가이 시게토는 미국 금리에 맞서려면 일본이 약 2.5%포인트를 올려야 하고, 미국의 조치가 임시방편임을 트레이더들도 알아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BOJ가 물가 상방 위험을 의식하면서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시장에서 60%대 중반까지 높아진 상태이고, 10월까지의 인상은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미 연준의 9월 경로는 금리 인하와 인상 리스크가 함께 거론될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 미·일 금리차가 좁혀질지는 두 결정이 어떻게 맞물리는가에 달려 있다.
넷째, 무엇보다 되돌림이 이미 진행 중이다. 협조개입 직전 163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8월 초 155엔대 초반까지 사흘 만에 7엔 넘게 급락했지만, 이후 5거래일 만에 하락폭의 절반 이상을 되돌렸다. 8월 6일 158엔대를 회복했고, 7일에도 158엔대에서 거래를 마쳤으며, 11일에는 다시 159엔대로 올라서며 160엔선을 위협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환율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 중국을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다. 문지성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도 "한미일 3국 외환당국이 공조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원화 강세를 공조 효과 하나로만 해석하긴 어렵지만, 영향권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7월 한 달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은 8.81%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0.88%) 이후 월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1416.0원까지 내렸다.
다만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조달액 최대 265억달러 가운데 130억~165억달러가 환전되면서 환율을 45~57원 낮춘 것으로 추정했다. 수출기업 달러 매도와 미국 고용지표 부진에 따른 달러 약세도 겹쳤다. 주목할 것은 한·일이 각각 확보한 문서의 성격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2025년 9월 11일 미·일 재무장관 공동성명은 '개입'을 명시했다. 개입은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되 절하와 절상 대응 모두 동등하게 적절하다고 명시했고, 양국은 최소 월 1회 이상 모든 개입의 실시 상황과 IMF 기준 외환보유액·선물환 포지션을 공표하기로 약속했다.
개입이라는 저량(축적된 외환보유액을 동원하는 일회성 대응) 대응의 근거이자 공조의 틀이다. 2025년 11월 14일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는 '속도'를 다룬다. 8개 항목 중 하나로 '외환시장 안정'을 별도 배치해 3500억 달러 대미 투자패키지 중 현금 납입분 2000억 달러가 "한국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상호 이해를 명문화했고, 한국이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액수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양해각서(MOU)에는 자금 납입을 투자처 선정 통지일로부터 최소 45영업일 이후로 하고,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면 납입 시기나 규모의 조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장치도 담겼다.
투자자금이라는 유량(매년 흘러나가는 자금의 속도)을 조절하는 근거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개입이 드러낸 한계에 비춰 보면 한국이 확보한 쪽이 더 근본적인 처방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은 개입의 틀을 얻었으나 유량을 조절할 장치는 갖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의 장치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미국의 투자금 납입 요청을 이행하지 못하면 미국이 한국이 받을 이자를 대신 수취하고 관세가 인상될 수 있다. 조정 요구권은 있으나 거부권은 아니다.
미국이 ESF를 지정학적 도구로 상시화하는 흐름에서, 한국이 가진 것이 방패인지 청구서인지는 첫 캐피털콜이 도래하는 시점에 판명될 수 있다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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