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보이콧에 움직인 그래미, '아시안 팝' 재검토! K팝에 세운 경계 허물까[이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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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 어워즈 출품을 거부한 지 약 보름 만에 레코딩 아카데미가 논란의 중심에 선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아시안 팝 부문을 둘러싼 음악계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현재 100개가 넘는 그래미 시상 부문을 운영하는 만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아시안 팝 부문의 명칭이나 기준을 일부 손질하는 데 머물 것인지, 아니면 아시아 음악을 바라보는 그래미의 근본적인 시각까지 변화시킬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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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지호 기자] 방탄소년단(BTS)이 그래미 어워즈 출품을 거부한 지 약 보름 만에 레코딩 아카데미가 논란의 중심에 선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에 대한 재검토를 시작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아시안 팝 부문을 둘러싼 음악계의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메이슨 CEO는 "당초 의도와 별개로 일부 아티스트들이 새 카테고리가 자신들의 음악적 정체성과 성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악인들이 그래미 안에서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제도를 살펴보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현재 100개가 넘는 그래미 시상 부문을 운영하는 만큼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관리하는 방식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는지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의 명칭이나 심사 기준, 운영 방식 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레코딩 아카데미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메이슨 CEO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K팝과 J팝, C팝을 비롯해 인도 음악계 등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와 레이블,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를 포함한 음악 산업 관계자들과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사회와 후보선정위원회 역시 논의에 참여했으며, 문제가 된 아시안 팝 부문을 두고 별도의 자문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신설 카테고리를 예정대로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첫 시상 전부터 제도의 적절성을 다시 검토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논쟁의 출발점은 지난 6월이었다. 그래미는 제69회 시상식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를 포함한 신규 카테고리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시장에 기반을 두거나 아시아권 언어를 의미 있게 활용한 음악을 대상으로 별도의 트로피를 수여하겠다는 취지다.
표면적으로는 세계 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반영하고 빠르게 성장한 아시아 대중음악의 성과를 인정하는 조치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발표 직후부터 음악계에서는 정반대의 해석이 나왔다. K팝을 비롯한 아시아 음악이 이미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팝의 한 축으로 소비되고 있는데 굳이 ‘아시아’라는 지역적 경계를 만들어 별도의 경쟁장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었다.
특히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영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자연스럽게 전용 카테고리로 분류될 경우 ‘올해의 앨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등 그래미 주요 부문과의 거리를 오히려 넓힐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랐다.

그 논란의 시발점에는 방탄소년단이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9일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작품을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특정 카테고리에 참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래미 출품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선택이었다. 이들이 내놓은 메시지도 분명했다. 음악이 출신 지역이나 사용 언어에 따라 구분되기보다 하나의 음악으로 평가받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취지였다.
방탄소년단의 결정이 더욱 주목받은 것은 이들이 그래미와 가장 오랜 시간 관계를 쌓아온 K팝 아티스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2019년 시상자로 처음 그래미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이듬해 릴 나스 엑스와 합동 공연을 펼쳤다. 2021년에는 ‘Dynamite’로 한국 대중음악 가수 최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단독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이후 ‘Butter’를 비롯한 작품으로 계속해서 그래미의 문을 두드렸다. ‘My Universe’, ‘Yet To Come’ 등과 관련해서도 후보에 오르며 K팝 아티스트의 그래미 진입 가능성을 꾸준히 확장했다.
그래미 수상을 목표로 수년간 단계적으로 도전해온 팀이 스스로 출품 기회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의 상징성은 컸다.
더욱이 방탄소년단은 올해 정규 5집 ‘ARIRANG’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당장의 트로피 가능성만 생각한다면 그래미에 작품을 제출해 경쟁하는 편이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출품하지 않는 길을 선택하면서 ‘아시아 음악을 별도의 영역으로 분류하는 것이 진정한 포용인가’라는 질문을 시상식 측에 직접 던진 셈이 됐다.
방탄소년단의 문제 제기는 개인적인 수상 여부보다 향후 K팝 아티스트들이 그래미에서 어떤 위치에 놓일 것인가라는 구조적인 문제와도 연결된다.
이미 K팝은 특정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음악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다. 미국 빌보드 차트와 세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대규모 월드투어를 통해 북미와 유럽 스타디움을 채우는 아티스트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그래미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있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Golden’이 수상하고 로제와 캣츠아이 등이 주요 부문 후보로 진입하면서 K팝 및 K팝과 연결된 음악이 별도 지역상이 아닌 기존 그래미 경쟁 구조 안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안 팝’이라는 별도의 카테고리가 등장하자 그동안 넓어지던 문을 다시 좁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물론 장르별·지역별 카테고리의 존재 자체를 배제할 필요는 없다. 세분화된 시상 부문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음악과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조명을 비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카테고리가 주요 부문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되는지, 아니면 특정 음악을 그 안에 머물게 만드는 경계선으로 작동하는지다.
이번 논란은 방탄소년단의 선택이 ‘그래미 보이콧’ 이상의 파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음악 시상식 가운데 하나인 그래미가 신설 카테고리를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계의 의견을 다시 듣고 제도 수정 가능성까지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에게 그래미는 오랫동안 넘고자 했던 상징적인 무대였다. 그렇기에 수상을 향한 도전을 잠시 내려놓고 제도 자체에 질문을 던진 이번 선택은 더욱 무게를 갖는다.
이제 공은 레코딩 아카데미로 넘어갔다. 아시안 팝 부문의 명칭이나 기준을 일부 손질하는 데 머물 것인지, 아니면 아시아 음악을 바라보는 그래미의 근본적인 시각까지 변화시킬지가 관건이다.
방탄소년단이 요구한 것은 자신들만을 위한 별도의 트로피가 아니었다. 어떤 지역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언어로 노래하는지보다 음악 그 자체로 동등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무대에 가까웠다.
보이콧 선언 약 보름 만에 그래미가 재검토 움직임을 보이면서 첫 변화는 시작됐다. ‘아시아 음악을 위한 자리’를 만드는 것과 ‘아시아 음악을 세계 음악의 동등한 일부로 인정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그래미가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 글로벌 음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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