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40억 일부 주식으로 지급’ 협상 불발…최태원 재상고

김수민 2026. 8. 1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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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이혼’ 다시 대법원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원을 지급하라는 파기환송 판결에 불복해 14일 재상고했다. 재산분할 산정 방식의 부당성을 다시 다투는 동시에, 94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현금 마련에 따른 현실적 장벽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9년 넘게 이어지며 ‘세기의 이혼’으로 불린 소송은 다시 대법원에서 마지막 법리 다툼을 벌이게 됐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지난 1일 판결문을 전달받은 뒤 노 관장 측에 재산분할금 9440억원 중 일부를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측이 전액 현금 지급을 고수하면서 협상이 불발되자, 최 회장 측은 무리한 자금 확보보다는 대법원에서 다시 다투는 쪽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 측이 재상고를 결정한 명분은 파기환송심의 산정 방식에 법리적 오해가 있다는 판단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비자금’ 기여를 부정하고 재산 산정 기준 시점도 2심 변론종결일(2024년 4월 16일)로 잡으면서도, 이후 SK 주가가 급등한 사정은 재산분할 비율에 반영해 노 관장 몫을 3분의 1(33.3%)로 인정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재판부가 기준 시점은 과거로 묶어두고 재산분할 비율은 미래의 주가 상승분으로 끌어올린 셈이라 모순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올해 85만8000원(6월 25일)까지 치솟은 SK 주가가 이날 58만5000원으로 마감한만큼 출렁이는 주가를 분할 비율에 적용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실적으로 자금 조달도 만만치 않다. 재판부가 7500억원대로 추산한 최 회장의 SK실트론 개인 지분(29.4%)을 정리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실제 쥐는 현금은 4000억원을 밑돌 수 있단 추산이다. 이미 지주사가 지분을 팔아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지 않는 데다, 2017년 인수 당시 증권사와 맺은 총수익스왑(TRS) 계약으로 증권사 몫(약 2500억원)을 정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양도소득세(27.5%)와 매각 수수료 등 막대한 제반 비용을 빼면 실익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매각 절차와 공시 등에 수개월이 소요되는 동안 연 5%의 지연이자(하루 약 1억2930만원)가 쌓이는 점도 난관이다.

불어난 주식 가치가 되레 ‘부메랑’이 될 수 있단 지적도 나왔다. 주식담보대출은 말 그대로 담보 가치가 주식이라서 주가가 떨어지면 다른 담보를 제공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금융기관의 반대매매(임의 처분) 위험도 있다. 이미 최 회장이 가진 주식의 약 21%(5분의 1)가 담보로 잡혀있기도 하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최 회장의 몫(1297만여주)이 약 7조6200억원(14일 기준)으로 불어나긴 했지만,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무리한 대출이 되는 셈이다.

SK㈜ 지분(17.9%)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주식 시장에 미칠 충격(오버행 이슈)과 경영권 약화 우려가 부담스럽다. 지분 1% 또는 50억 원 이상 매각 시 거래 30일 전에 계획을 밝혀야 하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탓에 즉각적인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점도 발목을 잡는다.

김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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