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슨 사과, 사관학교, 유엔사… 늘 ‘딴 말’ 하는 안규백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경비정전집행여단’을 출범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4일 “(출범하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를 봤다”고 했다가 “협의하고 있다”고 표현을 바꿨다. 지난주 캠프 험프리스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을 직접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안 장관의 말이 오락가락하면서 한미 간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중요한 안보 사안에 대한 국방부 장관의 말이 분명치 않은 것은 큰 문제 아니냐”고 했다.
안 장관은 14일 아침 기자들과 만나 “유엔사 경비여단 창설과 행사는 아마 (하지) 않기로 서로 간에 이야기를 나눴고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창설 자체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안 장관은 “그렇다”고 했다. 그러나 유엔사는 ‘군사정전위원회’와 ‘유엔사 경비대대’를 통합한 ‘경비정전집행여단’을 이미 출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는 이날도 여단 승격을 부인하지 않았고, 여단 출범 계획을 “한국 측 파트너에게도 지속적으로 알렸다”고 했다.

이날 오후 안 장관은 국방부 기자실을 찾아 “유엔사 경비여단 문제는 유엔사 측과 수시로 소통하고 있고 여러 대비태세에 영향 없는 범위 내에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합의를 봤다”는 표현이 “협의하고 있다”로 달라진 것이다.
“(여단을) 창설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안 장관은 “큰 틀에서 보면 서로 합의할 사항이라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했다. 유엔사가 경비정전집행여단 출범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유엔사는 우리 정부의 반대 때문에 여단 출범을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우리 정부가 출범 철회를 고수하면, 한미 간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에서 6년여 근무했던 마이클 보삭 전 군정위 부비서장은 이날 본지에 “(여단 출범은) 행정적 성격”이라고 밝혔다. 유엔사 경비대대는 유엔군사령관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중요 조직인데, 기존에는 제2보병사단 예하 210야전포병여단 소속으로 돼 있어 중령인 유엔사 경비대대장이 4성 장군인 유엔군사령관에게 직접 보고하게 되는 문제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삭 전 부비서장은 “(한미) 갈등의 근저에는 한국 정부와 유엔사 간에 오랫동안 존재해 온 문제들이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이견이 있을 경우 유엔사 권한·입장에 따르고 싶어하지 않고, 미국 측이 전작권 전환을 무력화하기 위해 유엔사를 활용하려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장관과 브런슨 사령관의 대화를 두고 한미가 다른 입장을 보인 것도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 훈련 도중 미·중 전투기가 대치하자, 안 장관은 브런슨 사령관과 통화했다. 당시 MBC는 안 장관이 정보 공유 없는 훈련 강행에 우려를 표했고, 브런슨 사령관이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2월 24일 국방부는 “(해당 보도가) 일정 부분 사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은 그날 밤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란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우리는 대비태세 유지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은 훈련을 사전 통보했고, 브런슨 사령관은 안 장관이 “제때 보고받지 못한 데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12일 안 장관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육·해·공사 총동창회장을 만난 후에도 양측의 말이 엇갈렸다. 총동창회장들은 안 장관이 현재의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지만, 국방부는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튿날 총동창회장들은 “(안 장관의 약속을) 참석자 모두가 분명히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14일 “제가 사관학교 통합을 하면서 현 체제를 유지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나”라며 “그것은 기본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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