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되면, 경찰은 권력자를 수사할 수 있을까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2026. 8. 1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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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서민의 시사 구충제]
감감무소식인 김병기 수사
경찰은 왜 이렇게 더딘가
일러스트=유현호

“김병기 의원에 대하여 제기된 13개 비위 혐의와 관련하여 국회가 ‘국회법’ 제155조에 따른 징계 절차를 개시하고 윤리특별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제명해 줄 것을 청원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다 각종 비위 의혹으로 탈당해 무소속이 된 김병기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국회청원 내용이다. 수사가 시작된 게 작년 9월이니 벌써 11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에 송치된 게 한 건도 없으니 국회라도 나서달라는 취지다. 경찰은 왜 이리 시간을 끄는 것일까? 혐의 하나하나가 너무도 방대한 나머지 고도의 수사력이 필요해서일까? 정말 그런지 13개 의혹 중 대표적인 것 두 가지만 살펴보자.

첫 번째, 김 의원 배우자의 법카 사용 의혹. 배우자 이씨가 2022년 7월부터 8월까지 당시 동작구의회 부의장이었던 조진희 전 구의원의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를 썼다는 것이다. 주요 근거로 제시된 것은 김 의원 보좌진 A씨가 제공한 녹취록. 2022년 8월 28일과 29일, 조씨는 A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7월 12일에 바로 (사모님께 카드를) 드렸다.” 7월 12일은 조씨가 구의회 부의장에 당선된 바로 다음날, 그러니까 조씨는 부의장 몫의 카드를 받자마자 이씨에게 준 셈이다. “어젯밤에 계산을 다 해봤다. 사모님이 쓰신 게 7월 12일부터 8월 26일까지” “중간에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제가 (사모님께) 말씀드려서 한 번 가져왔었다. 그게 한 일주일 정도” “8월은 제가 거의 안 썼다. 다 사모님이 썼다.” “제가 쓴 게 118만원, 사모님이 쓴 게 270만원 정도 된다.” 동작구 의회의 업무추진비가 여의도 소재 고급 일식집 등에서 사적으로 사용됐다는 얘기다.

김병기 의원은 이 사실을 몰랐을까? 그렇지 않다. 보좌직원 A가 조씨와 위와 같은 통화를 한 이유도 김 의원 배우자의 업무추진비 카드 유용에 관한 제보가 민주당에 들어가, 당 지도부로부터 소명을 요구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김 의원은 A와 다음과 같은 통화를 한다. “조진희 부의장 업추비 카드를 안사람이 쓴 것 같다. 누가 조진희한테 ‘야, 너는 왜 밥 안 사냐?’ 그러니까 조진희가 ‘나 카드 없어. 사모가 갖고 있어’ 이랬나 보다. 그게 녹음이 됐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들은 A씨는 이게 업무상 횡령이 될 수 있다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한다. 그러자 조 부의장은 ‘자기가 카드를 다 쓴 걸로 하겠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걱정을 한다. “그거는 할 수 있는데 CCTV에 그 자료가 남아 있으면 빼도 박도 못 하잖아요. (CCTV에) 사모님이 결제하는 게 나오면 모양이 좀 우습잖아.” 이에 김 의원이 A씨에게 자신의 배우자가 업추비를 쓴 식당에 가서 ‘CCTV를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 것을 요청하라’고 지시하고 A씨가 김 의원과의 통화에서 지시 사항을 이행했다고 보고한 내용이 녹취록에 담겨 있다.

자, 이런 녹취록이 존재하는데 경찰이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니, 이해가 되는가? 김 의원은 “법인카드 건은 2024년 4월 22일, 수사기관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사건”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종결 날짜도 사실과 다르고, 혐의 없음에 이르는 과정은 들여다볼수록 이상하다. 동작서는 그해 5월부터 업추비 카드에 대해 조사하는데, 이때 경찰이 소환한 이는 놀랍게도 카드 제공자로 지목된 조씨였다. 김 의원의 보좌직원은 조씨에게 진술 방향과 내용을 지도해 줬다고 하고, ‘업무추진비는 내가 썼다’는 조씨의 진술을 깊이 신뢰한 동작서는 조씨와 김 의원 배우자를 모두 ‘혐의 없음’으로 처리하고 4개월 만에 내사를 끝낸다. 현재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맡아 다시 수사 중이지만, 다음과 같은 의문은 남는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시행되는 10월 2일 이후에는 경찰이 김 의원 같은 권력자를 수사할 수 있을까?

두 번째로 김 의원 차남 B의 숭실대 편입 의혹을 보자. 2021년 B는 말레이시아 소재 한 대학을 다니다 미국 켄터키대로 편입한 뒤, 국내 대학 재편입 방안을 알아보고 있었다. 2022년 4월, ‘토익점수 없이 편입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김 의원의 뜻에 따라 김 의원의 보좌진은 이지희 당시 동작구 구의원과 함께 숭실대를 방문해 계약학과를 소개받는다. 계약학과는 산업체 특별전형의 일종으로, 대학이 기업체와 계약을 맺고 근로자를 입학시켜 학위를 주는 시스템이다. 그중 하나인 혁신경영학과 편입 조건은 ‘10개월 이상 재직’이었다. 김 의원이 B의 편입 조건 충족을 위해 한 중소기업(C기업)에 취업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B는 10개월을 채운 2023년 3월, 혁신경영학과 편입에 성공한다. 주로 직장인들이 다니는 학과다 보니 수업은 주말에 했는데, 김 의원 보좌관들의 대화방에 따르면 B는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단다.

희한한 점은 그 기업이 계약학과에 근로자를 보낸 게 김 의원 아들이 유일하다는 것. C기업은 B를 뽑은 이유가 ‘유창한 영어구사능력’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B가 미국 대학에 휴학신청을 하기 위해 작성한 영문을 보면 영어 실력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만한 대목이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통상 계약학과 졸업자는 규정된 기간만큼 해당 기업에 더 다녀야 하건만, B는 졸업을 앞둔 2025년 1월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에 취업한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빗썸 대표를 만나 취업을 청탁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는데, 이런 의혹들에 대해 김 의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경찰이 너무 자주 부르는 것 같다” “구속영장이 신청될 리가 있겠느냐”고 했다. 현재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 그의 큰소리에 근거가 없는 건 아닐 터. 그래서 다음 질문을 다시 던진다.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고 나면, 경찰은 김병기 의원 같은 권력자를 수사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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