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5·18포럼에 허화평…'전두환 복권' 노림수?
이진숙 의원실과 새역사국민운동 "초대 안해"
발언 안 했지만 참석 자체가 의혹 자아내
12·12와 5·18로 8년 복역했지만 반성 안해
달변가로 "우리는 일단 하고 봤다"고 주장
주동식 "대한민국 주인은 이승만·전두환"
이영훈 "광주 시민 무엇을 세우려 했나"
주대환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반대"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13일 국회 도서관에서 주최한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 포럼' 토론회는 마치 전 대통령 전두환을 복권시키려는 사람들이 결의를 다지는 자리처럼 느껴졌다. 1979년 전두환 국군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12·12 군사쿠데타의 밑그림을 짜고 실행에 옮긴 허화평(89)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이 참석한 사실만으로도 그 점은 도드라져 보였다.
이날 토론회장의 맨 앞줄 내빈석에 이 의원과 함께 자리를 잡은 허 이사장은 고령에도 상당히 건강해 보였다. 그는 양손에 포럼 발표문과 토론문이 담긴 자료집을 들고 열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허 이사장은 포럼 현장에서 발언에 나서진 않았다. 하지만 그가 5.18 당시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비서실장으로 일한 점, 이후 전두환 정권에서 정무1수석을 지내며 '5공 핵심 실세'로 불린 점 등을 고려할 때 5.18을 재조명하는 포럼에 얼굴을 내비친 것만으로도 포럼의 숨은 의도와 관련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없었다.
포럼을 주최한 이진숙 의원실과 새역사국민운동 모두 허 이사장을 초대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숙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에서 (허 이사장을) 초대하지는 않았다"며 "행사 자체가 새역사(국민운동) 그쪽에서 (주도한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허 이사장은) 잠깐 왔다 가신 것으로 안다. 발언은 안 하셨다"라고 부연했다.
2023년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에서 배우 박훈이 연기한 '문일평' 역의 실제 모델이다. 허 이사장은 전두환의 최측근으로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한 군사반란에 성공한 뒤 승승장구했다. 1980년 9월 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대령이던 그는 준장으로 예편, 청와대비서실의 보좌관으로 임명됐다. 비서실 보좌관이란 없던 직제를 만든 것은 오로지 전두환이 그를 곁에 두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그 뒤 그는 청와대비서실 산하 정무제1수석비서관 등을 지내며 권력을 한껏 누려 허삼수, 허문도와 함께 실세 중의 실세 '스리(3) 허'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김영삼 정부 시절 치러진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도 당선됐다. 하지만 그 뒤 12·12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징역 8년의 판결을 받아 국회의원 직을 상실했다가 사면됐다.
허 이사장은 2013년 3월 8일 한 종편 채널에 출연해 "정치적 재판은 끝났지만 역사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고 당당히 주장했다. 달변가로 유명하다. 서울올림픽 개최 30주년을 기념해 만든 다큐멘터리 '88/18'에 나와 올림픽 유치 배경 등을 술회했는데 이때 했던 말이 적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언제 대한민국이 준비해 놓고 뭐 제대로 한 일이 있나요? 우리는 해 놓고 봤다고. 우리는 그것밖에 길이 없는 나라야."

주동식 자유주의작가회의 공동의장은 '5·18이 87체제 오염과 타락의 중심'이라는 주제 발표를 하며 "대한민국의 정통 주인은 이승만 그리고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맥락이다. 비유를 하자면 좌파들은 첩의 자식들"이라고 극언을 했다. 운동권에서 뉴라이트로 전향한 인사인 주대환 민주화운동동지회 의장은 축사를 통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나름의 관점에서 관찰을 열심히 했지만, 헌법 전문에 새길 만큼 새롭고 이전의 대한민국에 없던 어떤 정신, 사상, 대의, 이념, 가치를 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진숙 의원은 환영사에서 "5·18은 특정 진영의 소유물이 돼선 안 된다"며 "연구나 기사에도 금기가 가해지면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영훈 대표는 5·18을 "1980년 5월의 광주에서 있었던 열흘간의 소요 사태"라며 "좌파 정치세력과 좌파 역사문학이 독점하고 있는 5·18 문화권력을 해체하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라이트 출신인 그가 대표로 있는 새역사국민운동은 이번 토론회를 이 의원과 공동 주최했다. 이 단체는 "광주는 이 나라를 분열시키고 다시 한번 패망의 길로 이끌게 될 어두운 세력의 소굴"이라 주장해 왔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이 대표는 발제 중 "불의에 맞서 일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한 몸 던져서 투쟁한다는 게 항쟁이다. 그런데 1980년 5월 광주 시민은 무엇을 타도하고 무엇에 대해 항쟁했나, 무엇을 세우고자 했나"라고 했다. 객석에서 "아직도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단 말인가" "전두환이 옳았단 말이냐" "5·18을 왜곡하지 말라"는 소리가 터져나왔고, 누군가는 이 참석자를 향해 "나가라"고 맞섰다. 이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모두가 함께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운데 '산 자여 따르라'라는 가사를 읊으면서 "어디로 따라가요?"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새역사국민운동은 '광주를 해방하라'를 제1의 강령으로 삼는 단체다. 이 단체는 "(광주시민의) 봉기의 전개 과정에서 발생한 많은 인명의 손상은 몇 가지 우연적 요인이 겹쳐 발생했으며, 이를 두고 국가 폭력이 기획한 학살이라 정의함은 온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의 장기 집권은 정당했다'도 이 단체의 강령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5·18 폄훼' 논란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2019년 2월 8일에는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이종명·김진태 의원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열려 파장이 크게 일었다. 당시 공청회에는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의 개입으로 인한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지만원씨가 발표자로 나서 "북한 특수군만 온 게 아니라 서너살짜리 애기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그들을 돕는 게릴라 세력들", "전두환은 영웅", "5·18은 북괴가 찍어서 힌츠페터를 불러 독일 기자 이름으로 세계에 방송하게 한 것" 등의 황당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에도 전날에 이어 "역사 쿠데타", "시민항쟁 모독"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폭력에 맞서 피와 눈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 항쟁을 학술과 재조명이라는 이름으로 모독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을 훼손하고 민주공화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이 일을 이진숙 의원의 개인 일탈로 치부하지 말고 5·18 역사 왜곡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이 의원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에도 나서기를 바란다. 나서지 않으면 저희가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어제 국회에서 역사 쿠데타가 자행됐다"며 " 이진숙 의원이 뉴라이트 단체와 함께 강행한 5·18 재조명 포럼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소요 사태로 매도하고 학살의 원흉 전두환을 미화하는 망언을 쏟아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탈을 쓴 극우의 궤변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의 반민주적 망동에 대해 사과하고 즉각 사퇴시키라"고 촉구했다.
박규환 최고위원도 "내란 극복의 현장이며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5ㆍ18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반역사적 반민주적 망언 망동으로 더럽혀졌다"며 "국회도 즉시 이진숙에 대한 의원 제명 절차를 시작해 속히 의원직을 박탈하고 국회의장도 패륜적 행사 개최를 허용한 국회도서관장을 즉시 해임하기를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14일 이진숙 의원의 포럼이 논란이 된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토론회와 관련한 입장을 묻자 "토론회 개최 전 정점식 원내대표가 취소를 요청했으나 강행됐고, 강행된 것에 대해 정 원내대표가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부적절하고, 재발되지 않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에 우리 당이 동의한 적도 있고, 모든 근대사의 민주화 운동을 계승하는 것에 대한 당 입장은 확고하다"며 "토론회가 부적절하다고 보지만 개별 의원의 토론회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윤리위에 갈 정도의 사안으로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하게 결론 난 것은 아니지만 부적절했다는 판단, 이 부분을 향후에 어떻게 할지 내부적으로 논의해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윤리위(에 보낼지) 결정 난 게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이 의원은 전날 토론회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재명 민주당 정권은 국정과제 1호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 정신 등 헌법 전문 수록'을 제시하고 있다.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5·18에 대해 토론도 하지 않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민주'를 내세운 운동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정리가 끝났으니 더 이상의 토론은 필요 없다는 말은 5·18을 성역으로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며 "김정은의 서울 방문을 환영하는 모임이 광화문에서 열려도, 어제 토론회만큼 비판을 받았겠나, 그런 생각을 해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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