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통합노조 출범.. 성과급 갈등 속 ‘과반 노조’ 强드라이브
전체 직원 과반인 1만8000명 확보해 대표노조 지위 정조준
성과급 주식 지급안에 반발...현금 보상 원칙 두고 노사 충돌
독립노조 선택한 통합노조, 노사협상 새 변수로 급부상

수천 명의 조합원을 기반으로 출범한 통합노조가 과반 노조 달성을 선언하며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선 것이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기업의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노사 관계 역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 통합노조는 13일 오후 관계 당국으로부터 설립 인증을 받고 정식 출범했다. 출범과 동시에 확보한 조합원 수는 약 24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존 기술·사무직 노조의 가입자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통합노조는 독립노조 형태로 운영되며 특정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노조가 제시한 목표는 더욱 크다. 전체 직원 약 3만5000명 가운데 1만8000명 이상을 확보해 과반 노조 지위를 얻겠다는 것이다. 과반 노조가 되면 향후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에서 교섭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회사와의 협상력 확대는 물론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보다 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통합노조 출범 배경에는 최근 불거진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회사 측은 성과급 일부를 자사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구성원들은 현금 지급 원칙 유지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보상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직원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최근 몇 년 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며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해 왔다. 구성원들은 이러한 성과 창출 과정에서 자신들의 기여도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과급은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노력을 연결하는 핵심 수단인 만큼 지급 방식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존 노조와 회사는 이미 6차 본교섭까지 진행한 상태다. 여기에 통합노조가 본격적인 세력 확대에 나서면서 향후 노사 협상 구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조합원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동계에서는 구성원들의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복수 노조 체제에서 의견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문제는 노사 간 신뢰 회복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성과급 지급 방식에 대한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뿐 아니라,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 환경 속에서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바라보는 보상 체계의 방향성도 엇갈리고 있다. AI 시장 확대에 따른 투자 부담, 글로벌 경쟁 심화, 경기 변동성 확대 등 기업이 안고 있는 과제도 적지 않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통합노조 출범은 노조 조직 하나가 새롭게 생긴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며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에 선 SK하이닉스가 어떤 방식으로 구성원과 성과를 나누고, 어떤 노사 문화를 구축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과반 노조를 향한 도전이 성공할지, 성과급 갈등이 어떤 해법으로 이어질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