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서영철 대표 사망…"항상 정의로웠던 사람"(종합)

정윤주 2026. 8. 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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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정의로웠던 사람이어서 앞장서달라고 부탁만 했어요. 큰 짐을 지게 했는데 이렇게 떠나다니 답답합니다."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인 12일 오후.

서 대표는 두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호흡기 중증 장애, 이형 협심증, 천식, 공황장애 등의 질병에 걸렸다.

2019년에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피해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9월 발족한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의 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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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발생기·휠체어 생활하며 단식투쟁까지…"장례 치르지 말라" 유언
서울대병원에 입원중인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양수연 기자 = "항상 정의로웠던 사람이어서 앞장서달라고 부탁만 했어요. 큰 짐을 지게 했는데 이렇게 떠나다니 답답합니다."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가 세상을 떠난 다음 날인 12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 사무실에는 그를 추모하기 위한 단체 내 피해자들 10여명이 모였다.

김태윤(72)씨는 2022년 3월 서 대표가 서울 종로구 SK본사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를 촉구하며 10여일간 단식농성을 하던 시절을 기억했다.

김씨는 "그때도 서 대표는 아픈 몸으로 와서 단식하면서 고생하다가 (대구로) 내려갔는데, 정작 정부나 기업의 답변은 듣지 못했다"며 "항상 정의로워서 나보다도 남을 위해, 다른 사람을 위해 옆에서 돕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피해자들은 돌아가며 서 대표에 관해 말했다. 이들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과의 생전 추억을 떠올리며 흐느꼈다.

조인재(61)씨는 "서 대표는 늘 정의롭고 따뜻했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작은 걸 물어봐도 친절하게 답변해줬다"며 "보내기 너무 아까운 분"이라고 말했다.

임재이(79)씨는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피해자 권익을 위해 애를 많이 썼는데 이렇게 아무런 결과도 못 보고 갈 줄은 생각을 못 했다"며 "좋은 결과를 보고 웃으면서 갔더라면 좋았을 텐데, 부디 우리가 힘을 합쳐서 못다 이룬 꿈을 잇기를 바란다"고 흐느꼈다.

서씨의 아들 한결씨는 "아버지가 많은 사람에게 정말 좋은 분으로 기억되지만, 저는 가습기 살균제 모임에 아버지를 뺏긴 것만 같았다"며 "아프면서도 단식한다고 하고, 서울에 올라간다고 하고. 너무 괴로웠다"고 눈물을 흘렸다.

서영철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 대표 추모하는 회원들 [촬영 양수연]

서 대표는 전날 오후 9시 33분께 기흉으로 서울대병원 응급센터를 찾았으나 6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서 대표는 서울대병원 응급센터에서 대기하던 중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서 대표는 두 종류의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호흡기 중증 장애, 이형 협심증, 천식, 공황장애 등의 질병에 걸렸다. 이 탓에 항상 산소발생기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타야 했다고 한다.

서 대표는 대구와 경남 창녕에서 군납 회사와 토끼농장을 운영하는 기업 대표였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본 후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하소연해 왔다고 한다.

그는 2016년부터 산소발생기를 착용하고 휠체어를 끌며 수시로 대구에서 서울로 이동해 피해자 운동에 참여했다.

2019년에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피해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9월 발족한 전국가습기살균제참사피해자연대의 대표를 맡았다.

아스팔트 도로 위 투쟁 활동도 마다하지 않았다.

2022년 3월 서울 종로구 SK 본사 앞에서 약 3개월간 텐트 농성을 하고 10여일간 단식농성을 벌였고, 2024년에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등을 고소한 후 경찰청 앞에서 1년간 1인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3∼6월에는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1인 시위를 주도했다.

최근에는 이재명정부가 관련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개정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서 대표는 피해 인정 판정 기준을 늘려 억울한 피해자를 줄이고 구제법 개정안에 경제적·정신적 위자료 산정 등의 내용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단체에 따르면 서 대표는 "내가 죽으면 장례를 치르지 말고 광화문광장에서 투쟁해 달라"는 취지의 유언을 남겼다.

연대 회원들은 서 대표의 분향소를 광화문 광장 일대에 마련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가습기 살균제 종합포털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인한 사망자는 1천957명에 달한다. 이 중 구제법 인정을 받은 사망자는 서 대표를 포함해 1천422명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2011년 급성호흡부전 환자들이 잇따라 병원에 입원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종합 지원 대책 등의 내용을 담은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24일 발의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소통공간 현판 [촬영 양수연]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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