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친 감독이 1이닝 3볼넷 투수를 마무리로 쓰나"...꽃감독 결단, KIA에 마무리를 선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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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 3개를 내준 투수에게 마무리를 맡긴다.
TV로 경기를 지켜봤다는 A팀 단장은 "어떤 미친 감독이 1이닝 3볼넷 투수에게 마무리를 시키겠는가. 이범호 감독의 결단이 마무리라는 대어를 낚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볼넷 위험이 큰 투수를 9회에 내보내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숫자에 갇히지 않은 감독의 결단이 KIA에 없던 마무리 카드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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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경기서 1이닝 3볼넷으로 제구 흔들린 투수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그 뒤의 공의 위력에 집중했고 결국 성공했다

(MHN 정철우 기자) 볼넷 3개를 내준 투수에게 마무리를 맡긴다. 상식적인 선택은 아니다. 특히 한 점이 승패를 가르는 9회를 책임지는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다른 것을 봤다. 볼넷이라는 결과 뒤에 숨어 있던 공의 위력과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이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일단 첫 번째 시험에서 기대 이상의 결과로 돌아왔다.
TV로 경기를 지켜봤다는 A팀 단장은 "어떤 미친 감독이 1이닝 3볼넷 투수에게 마무리를 시키겠는가. 이범호 감독의 결단이 마무리라는 대어를 낚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세이브 하나를 추가했다는 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등판이었다.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삼성은 9회 구자욱-최형우-디아즈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내세웠다. 모두 왼손 타자였다는 점에서 좌완 이의리에게 유리한 부분은 있었다. 그러나 이름값과 한 방 능력만 놓고 보면 KBO리그에서 이보다 부담스러운 9회 타순을 찾기도 쉽지 않다.
특히 마무리 경험이 사실상 없는 투수가 처음 세이브 상황을 맞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2점 차였다. 주자 한 명만 내보내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볼넷 하나가 장타 하나와 만나면 곧바로 동점 위기로 연결되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이의리에게는 늘 따라붙었던 '제구'라는 꼬리표가 있었다.
그래서 이범호 감독의 선택이 더욱 흥미롭다.
폭염 브레이크 직전 이의리의 마지막 등판은 결과만 보면 나쁘지 않았다. 1이닝 무실점이었다. 그러나 과정은 불안했다. 볼넷을 무려 3개나 허용했다. 이의리를 오랫동안 따라다녔던 고질적인 제구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고 해석하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범호 감독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오히려 그 경기 이후 이의리를 마무리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결정에서 중요한 것은 이범호 감독이 볼넷 3개를 보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볼넷 3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데 있다.
이의리의 가장 큰 무기는 타자가 알고도 쉽게 공략하기 어려운 공의 힘이다. 제구가 완벽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에서 승부가 이뤄졌을 때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구위를 갖고 있다. 여기에 위기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배짱이 있다. 선발로 긴 이닝을 끌고 가야 할 때는 볼넷 하나하나가 투구 수 증가로 이어지고 경기 운영 전체를 흔들 수 있지만, 1이닝을 전력으로 막아야 하는 불펜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마무리라면 더욱 그렇다. 반드시 예쁜 투구를 할 필요는 없다. 세 타자를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로 시작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결국 아웃카운트 세 개를 빼앗는 것이다. 위기가 닥쳤을 때 삼진을 잡아낼 수 있고, 스트라이크존 안에서 타자를 힘으로 누를 수 있다면 제구의 약점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그리고 11일 삼성전은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 첫 번째 장면이었다. 더 의미 있는 것은 이의리가 볼넷을 남발하면서 가까스로 세이브를 따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걱정했던 출루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도 구자욱과 최형우, 디아즈를 상대로 만든 퍼펙트 이닝이었다.
KIA 입장에서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수확이 될 수 있다.
KIA는 확실하게 9회를 맡길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하다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불펜 운영에서 마무리가 정해지지 않으면 9회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7회와 8회를 맡길 투수까지 매일 달라질 수 있다. 한 명의 확실한 마무리가 생기면 그 앞에 던지는 투수들의 역할까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때문에 이의리가 9회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KIA 불펜 전체가 안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첫 단추는 제대로 끼웠다. 그리고 그 첫 단추를 끼울 기회를 만들어준 사람이 이범호 감독이었다.
만약 폭염 브레이크 직전 기록된 '1이닝 3볼넷'이라는 숫자에만 매달렸다면 이의리에게 9회는 돌아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제구가 안정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판단은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포장될 수 있었다. 실패할 위험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은 그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았다.
볼넷 세 개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봤다. 타자가 쉽게 받아치지 못하는 공의 힘, 위기에서 물러서지 않는 배짱, 짧은 이닝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을 때 더 위력적일 수 있는 이의리의 특성을 높게 평가했다. 약점을 없앤 뒤 쓰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강점을 극대화하면 약점을 덮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투수의 제구는 중요하다. 특히 마무리에게 볼넷은 언제든 치명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투수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압도적인 무기를 가진 투수에게 지나치게 약점 보완만 요구하다 보면 정작 그 투수가 갖고 있던 가장 강력한 장점까지 잃을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이의리에게서 볼넷보다 공의 힘을 먼저 봤다. 위험을 감수하고 9회를 맡겼다. 그리고 이의리는 구자욱-최형우-디아즈라는 삼성의 강력한 타선을 퍼펙트로 지우며 감독의 믿음에 답했다.
아직 이의리를 'KIA의 새로운 수호신'이라고 부르기는 이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볼넷 3개만 바라봤다면 절대로 나올 수 없었던 첫 세이브였다.
숫자에 갇히지 않은 감독의 결단이 KIA에 없던 마무리 카드를 만들어냈다. 이의리의 첫 세이브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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