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검열 흔적…심훈 '그날이 오면' 원고 첫 공개

이주상 기자 2026. 8. 1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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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대표적 저항 시인이자 소설가인 심훈의 친필 원고가, 사후 90주년을 맞아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생전 출간되지 못했던 시집 '그날이 오면'에는 붉은색으로 남겨진 일제의 검열 흔적이 선명했습니다.

심훈 선생은 1932년 '심훈 시가집'을 준비하면서 이 시의 제목을 '그날이 오면'으로 바꿔 직접 쓴 뒤 총독부의 검열을 받았습니다.

선명한 검열의 증거와 선생의 필체가 담긴 원고가 사후 90주년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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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강점기 대표적 저항 시인이자 소설가인 심훈의 친필 원고가, 사후 90주년을 맞아 국내로 돌아왔습니다. 생전 출간되지 못했던 시집 '그날이 오면'에는 붉은색으로 남겨진 일제의 검열 흔적이 선명했습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심성보/심훈 선생 손자 :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은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그날이 오면'의 원래 제목은 '단장이수',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심훈 선생은 1932년 '심훈 시가집'을 준비하면서 이 시의 제목을 '그날이 오면'으로 바꿔 직접 쓴 뒤 총독부의 검열을 받았습니다.

총독부의 반응은 '삭제'라는 붉은 도장.

일부 문구가 아닌 시 전체를 삭제하라는 거였습니다.

결국 시집은 선생 사후, 광복 이후인 1949년에서야 출간됐습니다.

선명한 검열의 증거와 선생의 필체가 담긴 원고가 사후 90주년을 맞아 고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임헌영/국립한국문학관장 : 일제의 필화 감시 감독은 굉장히 철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재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게 이거 하나라고 보면 됩니다.]

원고는 선생의 셋째 아들인 심재호 씨가 미국으로 이주하며 간직해 오다 최근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했습니다.

[심영주/심훈 선생 손녀 : 아버님(심재호 씨)도 조국에 돌아가야 된다고 생각을 항상 하셨고, 저희도 그렇게 항상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1936년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쯤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소식을 듣고 신문 호외 뒷면에 손으로 급하게 써 내려간 마지막 시 '오오, 조선의 남아여!' 역시 처음 공개됐습니다.

선생의 대표작인 소설 '상록수'의 친필 원고 700여 매도 함께 돌아왔습니다.

귀환한 원고와 관련 자료들은 내년 초 개관하는 국립한국문학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입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 영상편집 : 김종미)

이주상 기자 joos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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