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GM 지분 전량 인수…북미 배터리 '승부수'
27GWh 인디애나 공장, 전기차·ESS 투트랙 생산기지로 전환
GM과 고에너지밀도 각형 배터리 개발…차세대 시장 정조준
전기차 수요 둔화 변수…ESS 확대와 수익성 확보가 관건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추진해온 합작법인의 지분을 모두 확보하면서 북미 첫 단독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함께 겨냥하고 차세대 각형 배터리 개발까지 병행하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11일 이사회를 통해 GM이 보유한 합작법인 지분 49.99%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분 100% 확보를 마무리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합작법인은 삼성SDI가 전면적으로 운영하는 구조로 전환된다. 법인명은 향후 ‘삼성 SDI 시너지셀즈홀딩스’로 변경될 예정이다. 이번 지분 인수는 삼성SDI가 북미 생산 및 사업 전략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핵심 생산기지는 미국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건설 중인 27GWh 규모 배터리 공장이다. 삼성SDI는 이곳에서 전기차용 배터리뿐 아니라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도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북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에 대응해 전력망용 ESS와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전략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생산시설 확보와 기술 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점이다. 삼성SDI와 GM은 고에너지밀도 각형 배터리의 공동 선행 개발을 위한 협약도 체결했다. 양사가 개발하는 차세대 배터리는 향후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며, 고용량·고효율 배터리를 요구하는 ESS 시장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북미에서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삼성SDI의 경쟁력 강화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으며,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도 지속되고 있다.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하면 물류비 절감과 공급망 안정성 확보는 물론 미국 시장의 정책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선택지도 넓어진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전기차 수요다. 북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서 당초 계획했던 2027년 양산 일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기차 판매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생산설비 가동률과 수익성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보한 만큼 초기 투자비와 고정비 부담 역시 삼성SDI가 감당해야 할 요소다.
ESS 시장 역시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다.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ESS 시장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면서 가격 경쟁과 기술 경쟁이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까지 고려하면 북미 현지 생산만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는 어렵다.
삼성SDI의 승부처는 공장 확보 이후에 있다는 평가다. 전기차 수요 회복을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ESS를 통해 생산 기반을 안정적으로 활용하면서 고에너지밀도 각형 배터리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 GM과의 협력 관계를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으로 이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첫 단독 생산기지가 삼성SDI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성과 기술 경쟁력, 시장 다변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