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모르고 가면 헤맵니다" 영화 '오디세이,' 원작 번역가가 말아주는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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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귀빈 : 당연히 교수님 영화 보셨을 텐데요.
영화 보신 분들은 교수님이 번역하신 원작 있잖아요, <오디세이아> 책 분명히 찾아보실 것 같거든요.
◆ 박귀빈 : 영화 <오디세이> 보시고 새로 교수님이 번역하신 신작입니다, <오디세이아> 책도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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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6년 8월 11일 (화)
□ 진행 : 박귀빈 아나운서
□ 출연자 : 김헌 교수 /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박귀빈 : 영화 <오디세이>가 큰 흥행을 이끌고 있습니다. 트로이 전쟁을 끝낸 영웅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와 아들 텔레마코스가 기다리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한 오디세우스의 파란만장한 여정이 담긴 작품인데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 신작 번역본도 출간이 됐습니다. 영화 <오디세이> 보러 가기 전에 꼭 알아야 할 포인트입니다. 전문가와 자세히 짚어보죠.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 모셨습니다. 교수님, 어서 오세요.
◇ 김헌 :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김헌입니다.
◆ 박귀빈 : 어서 오십시오. 요즘에 많이 바쁘시죠?
◇ 김헌 : 예.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더라고요.
◆ 박귀빈 : 당연히 교수님 영화 보셨을 텐데요. 한 줄 평 부탁드립니다.
◇ 김헌 : 지난 토요일 가족들과 함께 관람했는데, 그냥 '네 번 울었다.'
◆ 박귀빈 : 네 번이나요? 3시간에 네 번이면 많이 우셨네요.
◇ 김헌 : 그렇죠. 모험 이야기가 가득 차 있어서 사실은 그 장면에 몰입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렇게 저를 울릴 줄 몰랐습니다.
◆ 박귀빈 : 교수님이 우셨다는 말씀이신가요?
◇ 김헌 : 제가 네 번 울었습니다.
◆ 박귀빈 : 저는 함께 간 가족분들 중에 누군가 울었다, 이런 말씀인 줄 알았죠.
◇ 김헌 : 제 아내는 끝난 다음에 일어나지 못하더라고요.
◆ 박귀빈 : 그 정도로…. 과연 어떤 작품이길래. 사실은 우리 교수님께서 이 영화 <오디세이>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라고 하는 <오디세이아>가 원작인 거고, 그 원작을 본 놀란 감독이 영화로 만든 거잖아요. 그리고 우리 교수님께서 그 원작을 번역을 하신 거죠?
◇ 김헌 : 맞습니다. 제가 사실 그 서양 고전학자로서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던 게, 석사 과정부터 이렇게 공부를 시작한 게 1995년이었는데, 그때 처음 읽었던 작품이 우연치 않게 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였습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이 작품은 내가 언젠가 한번 번역을 해봐야겠다' 이런 마음을 먹고 있었고 꾸준히 읽었죠. 그러다가 유학 갔다 오고 2004년에 한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서, 이제 그때는 제가 야심에 차 가지고 '한 3년 정도 시간을 주시면 번역을 하겠다' 그랬는데, 22년 걸려서 지금 요번에 냈습니다.
◆ 박귀빈 : 이번에 이 신작이 번역에 22년 걸린 건가요?
◇ 김헌 : 그런 셈이죠. 그런데 사실 재작년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영화를 발표한다 그러는 바람에 제가 뜨끔했었죠. 이분은 오펜하이머라는 대작을 만들어 놓고 3년 만에 영화를 만들어 내는데, 20년 동안 나는 뭔지….
◆ 박귀빈 :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인터넷에서 신간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봤는데, 여러분, 영어나 이런 게 아닙니다. 글자가 그림 같아요. 그리스어잖아요?
◇ 김헌 : 그렇죠, 예. 호메로스가 그리스 사람이고, 특히 이오니아 지역에서 이오니아 방언으로 썼다고 볼 수 있거든요. 보통 그리스어를 한다 그러면 기원전 5세기, 4세기에 아테네 사람들이 쓰던 고전 그리스어를 공부하게 되는데, 그보다 한 300년 전에 쓰여진 거니까 이오니아 방언이어서 조금 읽는 방식도 다릅니다.
◆ 박귀빈 : 그러니까 지금의 그리스하고도 다른 건가요?
◇ 김헌 : 현대 그리스어랑은 완전히 다릅니다.
◆ 박귀빈 : 그거를 번역하신 거고, 여러분, 이 신작이 760쪽입니다. 와, 760쪽을 번역을 하셨고, 이번에 마침 근데 영화 개봉과 맞춰서 사실은 교수님의 번역 신작 <오디세이아> 책도 출간이 돼서 이 책에 대한 반응도 뜨거울 것 같아요.
◇ 김헌 : 예. 많은 분들이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신 게 너무 감격적이죠. 그리스 로마 고전을 공부한다 그러면 소수 또는 보호 학문이라고 취급을 받았었는데,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특히 제가 굉장히 열심히 번역한 거에 대해서 사랑해 주시니까 몸 둘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 박귀빈 : 책 잘 나가죠, 교수님?
◇ 김헌 : 출판사에서 좋아하더라고요.
◆ 박귀빈 : 그러면 우리 원작, 더더군다나 이제 전문가시고요. 전문가 시선으로 봤을 때 이번 영화에 대한 해석과 더불어서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많은 분들이 미리 예습할 부분은 어떤 건지도 한번 쉽게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그거부터 볼게요. 이 주인공이 오디세우스잖아요? 그런데 영화는 <오디세이>네요.
◇ 김헌 : 예, 그러니까 '오디세이'라는 말은 그리스 말 '오디세이아'에서 온 건데, 오디세이아라는 말은 '오디세우스에 관한 노래', '오디세우스에 관한 이야기' 이런 뜻입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은 오디세우스고 작품 이름은 <오디세이>, <오디세이아> 이렇게 되는데, 오디세이아가 그리스 원어에 충실한 발음이라면 오디세이는 영어식 발음이다, 이렇게 보시면 돼요.
◆ 박귀빈 : 그렇군요. 오디세이는 작품의 이름, 주인공은 오디세우스입니다. 여러분, 보통 이제 영화를 많이 연상시키실 테니까 제가 중간중간 그 배우의 이름도 함께 거명하겠습니다.
◇ 김헌 : 예전에는 '율리시즈'라는 이름으로 불렸었던 사람이 바로 오디세우스입니다.
◆ 박귀빈 : 율리시즈가 이 오디세우스인가요?
◇ 김헌 : 예, 맞습니다.
◆ 박귀빈 : 율리시스, 굉장히 귀에 익은 이름인데요. 일단 그거부터 여쭐게요. 이번에 영화에 보면 많은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교수님이 보실 때 '야, 이 사람 진짜 캐스팅 잘했다.'
◇ 김헌 : 아, 오디세우스 역할 한 맷 데이먼하고 페넬로페, 저는 그 두 조합이 굉장히 잘 캐스팅됐고 원작과도 비슷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창의적인 인물로 재탄생하는 데도 굉장히 크게 역할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 박귀빈 : 오디세우스 주인공 맷 데이먼이고요. 맷 데이먼의 아내 페넬로페 역이 앤 해서웨이입니다. 이렇게 두 사람 머릿속에 연상을 하시면서 생각하면 되겠고, 왜냐하면 번역하시면서 연상을 하셨잖아요, 장면을. 그렇다면 분명히 그 사람들에 대한 어떤 이미지도 함께 연상을 하셨을 거기 때문에 여쭌 거예요.
◇ 김헌 : 맞습니다. 그래서 '잘 캐스팅됐다' 이런 느낌 받았습니다.
◆ 박귀빈 : 영화 <오디세이> 보기 전에 이것만큼은 꼭 알고 가시라, 뭐가 있을까요?
◇ 김헌 : 일단 이 전체 이야기가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시면 좋을 텐데요. 하나는 전쟁이 끝나고,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가 겪은 게 뭔가, 그러니까 귀향과 모험의 이야기라는 게 하나 있고요. 이제 집에 막상 들어가서 "여보, 나 왔어" 또는 "여러분, 저 왔습니다" 하고 자기를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왜냐하면 그의 빈자리를 노리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 앞에 바로 나설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귀향 이후에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자기 자리를 노렸고 자기 가족을 괴롭혔던 그 사람들을 어떻게 처단하는가, 그런 응징과 보복의 이야기. 귀향의 모험과 응징과 보복의 이야기라는 이 두 축으로 이루어졌다는 걸 보시고 가시면 전체 스토리를 잘 꿰어 나가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박귀빈 : 네, 그러니까 트로이 전쟁을, 10년간 이어진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람이 바로 맷 데이먼입니다. 오디세우스. 그래서 이 사람이 밖에서 전쟁하다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 오디세우스의 고향 이름이 뭐죠?
◇ 김헌 : 이타카.
◆ 박귀빈 : 이타카로 돌아가는 겁니다. 보통 트로이 전쟁 이야기를 하면 이 트로이라는 곳이 호메로스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곳이다, 이런 이야기 있었잖아요. 그런데 실제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그거는 실제였다, 이렇게 됐다면서요?
◇ 김헌 : 그러니까 '트로이아 전쟁이 정말 있었느냐' 이 논쟁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어디까지 가냐면 '트로이아라는 도시 자체가 정말 있었냐' 그걸 도전했던 사람이 19세기 말에 하인리히 슐리만이라고 하는 독일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정식으로 고고학을 공부한 사람은 아닌데 사업하다가 사업을 잠깐 접어두고, 그동안 모아뒀던 돈을 가지고 예전에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읽었던 트로이아 전쟁의 흔적을 찾아가야겠다 그러면서 발굴을 한 거예요. 그리고선 거기서 발굴되는 모든 유물과 유적에 대해서 트로이아 전쟁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것들과 이렇게 껴 맞추면서 이름을 붙였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트로이 전쟁, 트로이아라는 도시가 정말 있었다'라고 얘기가 되고, 그 층을 이후에 고고학자들이 쭉 발굴을 해 보니까 9개 층이 발견이 된 거예요. 9개 층 중에 일곱 번째 층을 A, B로 나누는데, 그중에 A층이 불탄 흔적이 있고 뭔가 전쟁에 의해서 무너진 흔적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이 흔적은 우리가 트로이아 전쟁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역사적 사실이다' 얘기를 하는 학자들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런데 이제 그 화재와 파괴가 정말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설의 트로이아 전쟁이냐, 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물론 있죠. '이 이야기 자체가 하나의 전설이었다'라고 얘기가 되는 점이 있고, '아니다, 이건 정말 있었던 전쟁이다'라고 얘기하는데, 예전에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이 전쟁 분명히 있었다'라고 다 믿고 있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활약했던 영웅들도 다 실제 인물이다라고 생각을 했고, 심지어 오디세우스도 그렇고 오디세우스가 고향에 돌아가서 응징하고, 자기 아내와 다시 만나는 모든 장면들이 실제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죠. 그런데 고대 그리스인들 중에서도 거기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생각하면 그리스 로마 문명, 그리고 특히 이제 로마 문명의 기반이 되었던 그리스 문명, 또 알렉산더 대왕, 이런 사람들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큰 문명을 이루고 부유했을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 트로이 전쟁이 일어났던 그 시점으로 가면 그리스는 굉장히 척박한 나라였어요. 먹을 것도 별로 없고 자원도 별로 없고, 항상 빈곤에 허덕이기도 하고 궁핍에 시달리던 사람들이거든요. 이걸 만회할 수 있는 곳은 이제 밖에 나가서 뭔가를 얻어오는 것인데, 딱 보니까 트로이 쪽, 지금의 튀르키예 쪽이죠. 거기는 농사도 너무 잘되고 자원도 풍부하고 문명도 상당 수준으로 이루어 놓으니까 '저기를 약탈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실제로 그리스 사람들이 간헐적으로 트로이아 쪽, 그쪽뿐만 아니라 아나톨리아 반도 쪽을 노략질하고 해적질을 했을 것이라는 그런 얘기는 있어요. 그 당시에, 기원전 5세기만 해도 투키디데스라는 역사가가 '트로이아 전쟁 같은 게 어떻게 있을 수 있냐' 그 당시에 호메로스의 기록대로 가면 1,186척의 배를 모아야 되거든요. 그리고 거기에 100명씩만 타도 10만 명이란 말이에요. 그렇게 모을 수가 없었다는 거죠. 그런 규모는 있을 수 없었고, 그렇게 빈곤했던 그리스인들이 그쪽으로 가서 노략질을 하고, 작은 규모의 전쟁을 일으키고 그런 것들이 이야기로 모아지면서 트로이아 전쟁이 마치 있었던 것으로 얘기된 거 아니냐, 이렇게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기원전 5세기만 해도 있었습니다.
◆ 박귀빈 : 교수님은 계속 연구를 하셨으니까,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헌 : 저는 그런 비슷한 전쟁이 있었으리라고 봐요. 그러니까 거기에 나온 그대로는 아니지만 그리스인들이 끊임없이 약탈을 했을 것이다. 우리가 전쟁이라고 하면 끔찍한 범죄랑 연계시키는데, 그 당시로 생각해 보면 가장 효율적인 경제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잖아요. 특히 자원이 없는 자들은 전사들만 잘 키워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1년 동안 농사지은 거, 몇 년 동안 일구어 놓은 거를 순식간에 탈취할 수 있으니까 이게 굉장히 수지맞는 경제 활동이라고 생각을 했던 거예요. 특히 그리스처럼 척박한 곳에 있는 사람들은 더더욱 그랬을 테고요. 그러니까 이쪽 침탈당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이거는 해적이고 강도인데, 집으로 돌아오면 해적, 강도가 아니잖아요. 우리의 영웅, 우리의 아빠, 우리의 지도자.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을 영웅화하고 찬양하고 이런 노래들이 모아지면서 영웅이라는 개념도 이렇게 형성이 된 거 아닌가, 이렇게 볼 수 있죠.
◆ 박귀빈 : 청취자님이 '입소문 자자해서 오늘 퇴근 후에 보러 가기로 했어요. 줄거리 최대한 자제해 주세요.' 하셨어요. 큰일 났네. 저희 스포일러는 안 하고 배경지식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런 거 보십시오,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실제로 이타카라는 고향의 왕이잖아요. 여기서 오디세우스가 왕입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이제 트로이 전쟁을 하느라고 10년 동안 밖에 있었어요. 밖에 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 속에 엄청난 모험 이야기가 펼쳐지는 건데, 오디세우스는 어떤 인물입니까? 왜 신화에서 유명한 영웅이 된 거예요?
◇ 김헌 : 일단 영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원작에 나온 모습만 보면, 이 사람은 굉장히 지략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호메로스의 표현 중에는 '꾀가 많은', '지략이 많은', 그렇게 계략을 잘 짜내는 인물로 소개가 돼 있고요. 그다음에 호기심이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어디를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데, 위험하다고 할 수 있는 것조차도 '얼마나 위험한지 내가 확인해 봐야겠다. 저기 위험한 사람들, 무서운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그러면 그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를 대접해 주는지 좀 봐야겠어.' 이런 호기심이 가득 차 있는, 그 영리함 때문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영리함 때문에 역경을 이겨 나가지만, 사실 그 영리함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호기심 때문에 항상 고통과 괴로움 속으로, 시련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그런 역설적인 인물입니다.
◆ 박귀빈 : 인간이 사실은 원래 그렇긴 하잖아요. 어떤 호기심이나 그 궁금증을 못 참아서 가면 안 되는 길을 가기도 하고. 약간 그런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그려져 있는 거네요.
◇ 김헌 : 그렇죠. 사실 모든 인간이 호기심을 갖는데, 호기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에 똑똑해지고 영리해지는 거거든요. 그 똑똑해지고 영리해지는 것이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는데, 사실 그 호기심 자체가 갖는 위험성을 우리가 또 생각해 봐야 합니다. 오디세우스가 딱 그런 인물, 그래서 굉장히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인물이고요. 그다음에 이 사람 이름을 한번 소개해 드리면, 이 사람이 오디세우스잖아요. 무슨 뜻이냐 하면, 그 할아버지한테 그랬어요. "이 아이의 이름이 아직 없는데 이 아이의 이름을 좀 지어주세요." 그랬더니 그 할아버지가 뭐라고 그러냐면 "내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사람들한테 화가 많이 났어. 그러니까 얘 이름을 오디세우스라고 해." 이렇게 해요. 이거 한국말로 하면 이해가 안 되잖아요. 그런데 '화가 났어'라는 말이 그리스 말로 뭐냐면 '오디사오'예요. 그러니까 거기에 그리스어로 읽으면 언어유희, 말장난이 나와요. "내가 인간들한테 오디사메노스 했으니까 얘 이름을 오디세우스라고 해."
◆ 박귀빈 : 홧김에 지었네요.
◇ 김헌 : 그러니까 이걸 한국말로 번역을 하면 "내가 화가 많이 났으니까 얘 '화돌이'라고 해." 그런 의미예요. 그리고 앞에도 그런 말장난이 있는데, 아테나가 오디세우스를 굉장히 아끼잖아요. 그러니까 제우스한테 그래요. "아니, 제우스님, 왜 제우스님은 오디세우스한테 그렇게 화가 나 계셔요?" 이런 식으로 말하거든요. 그걸 그리스 말로 하면 "아니, 제우스님, 왜 당신은 오디세우스에게 오디사오 하세요?" 이런 식이에요. 그러니까 이름 자체를 보면 '분노하는 자', '화가 많은 자' 이런 뜻인데, 이 작품 속에서는 어떤 특징을 나타내냐면 화와 분노를 잘 참아내는 인물로 나와요. 그러니까 이런 점에서도 굉장히 역설적이고, 이 원작에서는 오디세우스를 호메로스가 그런 역설적인 인물로 굉장히 많이 그려내요. 그러니까 호기심, 그리고 영리함 때문에 그 많은 것을 이겨내지만 사실 호기심 때문에 위험에 빠진 것처럼, 이 사람은 기질적으로 분노가 많은 사람이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에요. 화를 잘 낸다는 건 내가 무슨 일을 당했을 때, 그걸 상대를 때려눕힐 수 있는 힘이 있는 자만이 분노할 수 있다면, 그 많은 일에서 자기가 능력이 있다는 거거든요, 분노라는 개념이. 그런데 그거를 아무 때나 막 분노하고 막 화풀이하고 뛰어들면, 잘못하면 이제 망하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영리함하고 결합이 돼 가지고 순간순간의 분노를 잘 참아내요.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이거를 삭이는 게 아니라 꼭 갖고 있어요. 그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지략을 짜서 그 분노를 폭발시키면서, 자기를 괴롭혔던, 그리고 자기를 방해했던 모든 요소들을 다 때려눕히죠.
◆ 박귀빈 : 그 이름에도 상당한 의미가 있는 거네요. 호메로스가 이름을 지었을 때부터. 또 다른 분이 '오디세우스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인물은 누가 있을까요?' 질문하셨어요.
◇ 김헌 : 이 작품 자체가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니까 오디세우스를 당연히 주목해 봐야 되는데, 사실 오디세우스가 그렇게 10년을 전쟁을 치르고 10년을 방황하면서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구심점으로서의 누군가가 그 자리를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당연히 페넬로페에 우리가 주목해 봐야겠죠.
◆ 박귀빈 : 돌아갈 곳이 있다는 얘기잖아요.
◇ 김헌 : 그렇죠. 그런데 페넬로페의 입장을 잘 생각해 보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자마자 남편이 떠난 거거든요. 얼마나 취약한 상태에서 그 자리에 혼자 있었겠어요. 우리가 그런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이 사람이 얼마나 힘들었던 사람이었나. 10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켰단 말이에요. 그리고 전쟁이 끝났다고 그러니까 남편이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고 주변에서는 '누구는 집에 왔다', '누구도 집에 왔다' 참전했던 용사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여드는데 내 남편만 안 오는 거예요. 그러니까 1년, 2년, 3년 불안해지잖아요. 이게 10년인 거예요. 그러니까 20년 동안 기다리고 있는데 기다릴 수 있겠냐, 이렇게 물어보면 사실 그게 쉽지 않은 이야기거든요. 군대 가는 남학생들이 제일 걱정하는 게 여자친구가 변심할까 봐 그런 거거든요.
◆ 박귀빈 : 그리고 페넬로페도 이게 왕비니까, 권력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꾸 그 자리를 넘보잖아요.
◇ 김헌 : 얼마나 위협을 받고 있었을까, 그리고 혼자서 나라를 지키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고요. 그리고 이제 17년 되는 해부터 남자들이 하나씩 하나씩 꼬이기 시작한 거예요. "야, 네 남편 죽었어. 안 와. 그러니까 나를 택해라" 그러면서 몰려든 인물이 무려 108명이에요. 영화에서 보면 이제 그런 108명이 가득 차 가지고 재산을 탕진하고 있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그 자리를 당당하게 지키고 있는 모습으로 페넬로페를 볼 것인지, 아니면 불안에 떨면서 초조해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지켜야 될 자리를 지켜 나가고 있는 모습으로 상상할 수 있을지. 호메로스의 작품을 보면 두 가지가 다 상상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불안에 떨고 두렵고, 이 자리를 포기할까, 남편이 안 오는 것 같으니 누구에게 기대버릴까, 이런 불안한 심리도 있고요. 또 하나는 '아니야, 올 거야. 오지 않더라도 난 이 자리를 혼자라도 지킬 거야' 이런 강한 의지의 모습을 읽을 수가 있어요, 원작에서는.
◆ 박귀빈 : 그래서 사람들의 리뷰를 읽어보면 다 어떤 본인의 인간의 심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리뷰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인간의 심리를 다각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서 바라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고. 교수님, 큰일 났습니다. 시간이 1분 반밖에 없어요. 그래서 놀란 감독이 원작을 보고 놀라서 만든 영화입니다. 이 원작에 있는 내용과 놀란 감독의 상상력이나 해석이 들어갔잖아요? 원작 번역가로서, 이거 한 몇 퍼센트로 보시나요?
◇ 김헌 : 그렇게 딱 몇 퍼센트로…. 그런데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상당히 새롭게 각색해냈다. 그리고 그 각색해낸 내용은 굉장히 천재적이다, 창의적이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원작이 가지고 있는 복잡함에 대해서 크리스토퍼 놀란이 명쾌하게 해석하고, 해명하고, 답을 주었다. 그래서 저는 한마디로 얘기한다면 "호메로스가 던진 질문에 크리스토퍼 놀란이 답을 던졌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박귀빈 : 끝으로 30초 있습니다. 영화 보신 분들은 교수님이 번역하신 원작 있잖아요, <오디세이아> 책 분명히 찾아보실 것 같거든요. 영화와는 또 다른 어떤 부분에 주목해서 이 책을 읽어야 될까요?
◇ 김헌 : '호메로스의 인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 그리고 나와 얼마큼 비슷한가'에도 주목을 해야 되지만, '나와는 어떻게 다른가', 굉장히 다른 점이 있거든요. 제가 그것에 주목해서 소위 말하는 '호메로스적 인간의 특이성' 이런 것들을 부각시키려고 노력을 했고, 그것이 호메로스 언어가 갖고 있는 생생함을 살려내는 데에 많이 성과를 낸 게 아닌가, 저는 그냥 그렇게 자부하고 있습니다.
◆ 박귀빈 : 영화 <오디세이> 보시고 새로 교수님이 번역하신 신작입니다, <오디세이아> 책도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헌 : 예, 감사합니다.
YTN 이시은 (sieun080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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