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메가프로젝트' 본격화.. 광주 군공항 이전까지 직접 챙긴다

손유지 2026. 8. 1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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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원 반도체 투자, 호남 산업지형 바꿀까
광주 군공항 이전... 클러스터 조성 최대 변수
전력·용수·인허가 확보가 사업 성패 관건으로
인재·정주여건 확보도 풀어야 할 핵심 과제
[지데일리] 800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가 호남을 향하면서 국가 산업지도의 대전환이 시작됐다. 그러나 거대한 투자 계획만으로 산업 거점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전력과 용수, 인허가, 인력 확보에 더해 광주 군공항 이전이라는 난제가 동시에 풀려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주재한 것도 이런 현실적인 과제를 속도감 있게 풀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와 기업은 호남·충청·영남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투자 속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6월 공개된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 구상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호남권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으며, 반도체 팹 4기 조성을 비롯한 전체 투자 규모는 약 800조원에 달한다.

핵심은 광주 군공항 부지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핵심 입지로 광주 군공항 이전 부지가 거론되면서 군공항 이전 일정이 산업단지 조성 속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광주 군공항 기능을 다른 군공항으로 임시 배치하는 방안 등을 거론하며 부지 활용 시점을 앞당기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필요로 한다. 첨단 팹 한 기가 완전히 가동되면 최대 1GW 수준의 전력을 소비할 수 있으며, 호남권에 추진되는 4기 규모 클러스터에는 8~12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용수 역시 대규모 공급망이 필요하다. 정부가 전용 송전망 확충과 수자원 확보 방안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인력 문제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산업은 제조시설만 확보한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산업이 아니다. 장비·소재·부품 기업과 연구개발 인력, 생산기술 인력이 함께 모여야 지속적인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수도권에 익숙한 전문 인력이 지방 근무를 꺼리는 현상이 존재하는 만큼 교육·의료·주거·문화시설을 갖춘 정주 여건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와 노동제도 역시 주요 쟁점이다.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적기에 가동하려면 인허가 절차를 효율화하고 기반시설 구축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특례 조항을 둘러싼 부처 간 입장 차이도 조율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감안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노동시간 규제 완화가 근로자의 건강과 안전을 희생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논의도 뒤따라야 한다.

정부가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정책의 지속성이다. 수십 년을 내다보는 산업 프로젝트는 정권이나 정책 기조가 바뀔 때마다 방향이 흔들려서는 기업의 투자 결정을 끌어내기 어렵다. 

호남권 반도체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착공과 공장 가동까지 이어지는 장기 로드맵과 함께 예산·인프라·규제 지원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장치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도 정부 발표 이후 착공까지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서면 협력업체 유입과 일자리 창출, 산업용지 개발, 주거와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광주·전남이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의 일부를 분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가 지역에 공장을 건설하는 데 그친다면 기대했던 경제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지역 대학과 기업의 공동 연구, 전문인력 양성, 소부장 기업 육성, 청년 정착을 위한 주거·교육 정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군공항 이전 역시 지역 주민과 이전 대상 지역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만큼 속도와 함께 사회적 합의를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대통령의 이번 점검회의는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발표 단계에서 실행 단계로 이동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됐다. 800조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돈이 언제 투입되고 언제 공장이 가동되느냐는 점이다. 

전력과 용수, 군공항 이전, 인허가, 노동제도, 인력과 정주 여건이라는 퍼즐을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맞추느냐에 따라 호남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반도체 거점으로 자리 잡을지가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