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태양을 피하는 방법' 찾을 때...박세웅은 묵묵히 폭염 속으로 걸어 들어가 던지고 또 던졌다

정철우 2026. 8. 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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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갈 때 한 사람은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전반기를 끝낼 때만 해도 박세웅을 향한 기대는 컸다.

이제 박세웅에게 또 한 번의 개막이 찾아온다.

모두가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을 때 박세웅은 햇볕 아래 불펜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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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웅 폭염 브레이크 기간 동안 매일 불펜 피칭
후반기 개막 이후 최악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머리로 생각하기 보다 몸으로 깨닫기 위한 구도의 길
출처:롯데 자이언츠

(MHN 정철우 기자) 모두가 더위를 피해 실내로 들어갈 때 한 사람은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였다. 햇볕 아래에서는 잠깐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나 박세웅은 불펜을 떠나지 않았다. 공을 던지고 또 던졌다.

유니폼은 금세 땀으로 흠뻑 젖었다. '비 오듯 땀이 흘렀다'는 흔한 표현만으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박세웅이 폭염 브레이크를 보내는 방법이었다.

박세웅에게 이번 휴식기는 말 그대로 '브레이크'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을 다시 세우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었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이유가 있었다. 후반기 출발이 너무 좋지 못했다.

전반기를 끝낼 때만 해도 박세웅을 향한 기대는 컸다. 지난 7월5일 KT 위즈전에서 7이닝 동안 5피안타(1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토종 에이스다운 투구였다.

긴 이닝을 책임졌고 볼넷은 하나뿐이었다. 삼진은 8개를 잡았다. 박세웅이 가진 힘과 안정감을 동시에 보여준 경기였다. 좋은 기억을 안고 전반기를 끝냈다.

때문에 후반기를 향한 기대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자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후반기 첫 두 차례 등판에서 각각 4이닝 5실점, 2⅔이닝 2실점에 그쳤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특히 지난달 28일 한화 이글스전은 충격이 컸다. 2⅔이닝 동안 안타 3개를 맞았고 사사구를 무려 4개나 허용했다. 박세웅답지 않은 투구였다.

박세웅의 장점은 스트라이크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자신의 공을 믿고 타자와 싸울 줄 아는 투수다. 그런 투수가 3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사사구 4개를 내줬다. 단순히 안타를 많이 맞아 무너진 경기보다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었다.

더 답답했던 것은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 이미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는 점이었다. 무엇인가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 흐름을 후반기까지 이어가면 된다고 믿었다.

그런데 다시 흔들렸다.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투구 밸런스가 문제인지, 공을 놓는 지점이 달라졌는지, 힘을 쓰는 타이밍이 잘못됐는지 하나씩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었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오히려 반대로 갔다. 생각을 줄였다. 대신 몸을 움직였다. 박세웅은 “후반기를 부진하게 출발했기 때문에 전환점이 필요했다. 생각이 너무 많은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몸으로 부딪혔다”고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불펜 피칭이었다.

한 번 던지고 쉬는 정도가 아니었다. 폭염 브레이크 기간 매일 불펜에 들어갔다.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투구 수도 정해놓지 않았다. 몇 개를 던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몸이 제대로 된 움직임을 기억할 때까지 던지는 것이 목표였다.

머리로 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다. 몸이 먼저 깨닫게 만들려고 했다. '이렇게 던지는 것이다'라는 감각이 다시 몸 안에 들어올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무엇보다 폭염이 절정에 달한 시기였다. KBO리그가 선수와 관중의 안전을 위해 경기 자체를 멈춰야 할 만큼 더위가 심했다. 사람들은 햇볕을 피했다. 선수들도 가능하면 체력을 아껴야 했다. 시즌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폭염 속에서 무리한 훈련은 자칫 체력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박세웅은 불펜으로 향했다. 누가 시켜서 한 훈련이 아니었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원한 실내에서 자신의 투구 영상을 몇 번 더 돌려보는 대신 뜨거운 불펜에서 직접 공을 던지는 길을 택했다.

한 번 던지고 땀을 닦았다. 다시 공을 잡았다. 또 던졌다. 땀은 다시 쏟아졌다.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불펜에 섰다. 그것이 반복됐다.

박세웅에게 폭염 브레이크는 몸을 쉬게 하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다시 다잡는 시간이었다. 잘 던지는 방법을 새롭게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박세웅은 이미 자신이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알고 있는 투수다. 다만 흔들리면서 잠시 잃어버린 자신의 감각을 되찾아야 했다. 머리가 아닌 몸에 다시 새기려 했다.

박세웅은 롯데의 토종 에이스다. 에이스라는 이름에는 좋은 기록만 따라붙는 것이 아니다. 팀이 어려울 때 버텨줘야 한다는 책임도 함께 따라온다. 잘 던질 때보다 흔들릴 때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박세웅은 도망가지 않았다. 후반기 두 경기에서 무너진 이유를 외부에서 찾지도 않았다. 자신이 다시 던졌다. 그것도 가장 뜨거운 시간에 가장 뜨거운 방법으로 답을 찾았다.
출처:롯데 자이언츠

이제 박세웅에게 또 한 번의 개막이 찾아온다. 시즌 개막이 첫 번째였다. 후반기 시작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폭염 브레이크가 끝난 뒤 다시 시작되는 레이스는 사실상 '제3의 개막'이다.

두 번째 출발에서는 실패했다. 그래서 세 번째 출발을 준비하는 과정은 더욱 치열했다. 물론 훈련을 많이 했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야구는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보상받을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폭염 속에서 수백 개의 공을 던졌다고 다음 경기의 호투를 보장받을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기대만큼은 품게 한다.

그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며 흘린 땀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다.

모두가 더위를 피해 그늘을 찾을 때 박세웅은 햇볕 아래 불펜에 섰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몸을 움직였고, 몸이 기억할 때까지 공을 던졌다. 후반기 두 경기의 실패를 지우기 위해 흘린 땀의 양은 셀 수 없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땀이 결과로 바뀌는 일이다. 롯데도 기다리고 있다. 다시 긴 이닝을 책임지고, 위기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믿으며 타자와 싸우던 박세웅을.

제3의 개막을 앞두고 박세웅은 누구보다 뜨겁게 준비했다. 뜨거운 여름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 에이스의 시간. 그 땀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이유는 거창한 말에 있지 않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아도 매일 불펜으로 향했고, 힘들어도 다시 공을 잡았다는 사실에 있다. 박세웅은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

이제 마운드가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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