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50대 근로자 사망.. 평택공장 탱크 청소 중 참변
외상 없이 발견...질식·유해가스 중독 가능성 집중 조사
경찰, 안전수칙 준수 여부 확인…사망 원인 부검으로 규명
중대재해수사팀 이관 예정…사업장 안전관리 책임도 조사
[지데일리] 한순간의 작업이 두 명의 근로자를 쓰러뜨렸고, 한 명은 끝내 목숨을 잃었다.

9일 오후 경기 평택시 진위면에 있는 매일유업 평택공장에서 연유 저장 탱크 청소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 2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사고로 A씨가 숨졌으며 B씨는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B씨는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있던 두 근로자에게서 뚜렷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질식이나 유해가스에 의한 중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장 탱크 내부는 작업 과정에서 산소 농도가 떨어지거나 세척 과정에서 발생한 화학물질, 잔류 물질에서 나온 가스가 머물 수 있는 대표적인 밀폐공간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청소 작업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내부 환경은 작업자의 생명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두 근로자가 어떤 방식으로 탱크 청소 작업을 진행했는지, 작업 전 유해가스 측정과 환기가 이뤄졌는지, 보호구와 구조 장비가 제대로 준비됐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사업장에서 마련한 작업 절차와 현장에서 실제 적용된 안전수칙 사이에 차이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A씨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부검도 실시될 예정이다. 경찰은 기초 조사가 마무리되면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중대재해수사팀으로 이관할 예정이다. 중대재해 관련 법령 적용 여부를 비롯해 사업주의 안전보건관리 의무가 적절하게 이행됐는지도 수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사고는 제조·식품업계에서 반복되는 밀폐공간 작업의 위험성을 다시 보여준다. 탱크나 배관, 저장조, 맨홀처럼 외부와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장소는 산소 결핍이나 유해가스 체류 가능성이 있어 작업 전 위험성 평가와 가스 농도 측정, 충분한 환기, 적절한 호흡보호구 착용이 필수적이다. 특히 작업자가 내부에서 의식을 잃었을 때 동료가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구조에 나서면 추가 인명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산업현장에서는 생산 일정과 작업 효율이 안전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청소와 점검처럼 정규 생산공정과 거리가 있는 작업에서 안전관리 체계가 느슨해지면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작업 허가 절차와 감시자 배치, 구조계획 수립, 비상연락체계 등 사전 준비가 형식적으로 운영됐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매일유업은 사고 이후 안전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뒤 대책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탱크 청소와 같은 고위험 작업에 대해 사전 위험요인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측정·환기·보호구·감시·구조체계를 하나의 절차로 묶어 반복적으로 점검하는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경찰과 관계기관은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숨진 근로자의 희생이 또 다른 사고를 막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작업 과정에서 어떤 위험요인이 있었고 안전조치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를 끝까지 확인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익숙한 작업’이라는 이유로 위험성이 축소되는 관행을 없애는 것이 재발 방지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