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장기화에 美 패트리엇 '바닥'…한국 배치 물량까지 중동 차출

이가영기자 2026. 8. 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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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엇 재고 1700기 미만…이란전서 1500기 이상 소모
소진 물량 보충에 2년 이상…亞 방공전력도 중동 이동
美 당국자 "한반도 유사시 주한미군 취약 우려"
美 국방부, 방산업계에 생산 확대…21일 내 계획 요구
3월 8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방공 무기체계인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뉴스1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에서 대규모 정밀무기와 방공미사일을 소모하면서 핵심 방공 체계인 패트리엇(PAC-3) 미사일 재고가 1700기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된 물량을 다시 채우는 데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등 아시아에 배치됐던 방공 전력까지 중동으로 차출되면서 한반도 유사시 대응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은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이란 작전 과정에서 패트리엇 미사일 1500기 이상을 사용했다. 현재 남아 있는 미군의 패트리엇 재고는 1700기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패트리엇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 연합 방공망의 핵심 체계로 주한미군도 PAC-2·PAC-3 등을 혼합한 패트리엇 포대를 운용하고 있다. 방산업체들의 생산 능력을 고려하면 이란전에서 소모한 패트리엇 물량을 보충하는 데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추산된다.

다른 정밀무기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은 이란 전쟁 첫 달에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850발 이상과 패트리엇·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요격미사일 1000발 이상을 발사했다. 전투 초기 수주 동안 사용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도 1300발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은 다른 지역에 배치된 전력까지 중동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NYT는 수백 발의 최첨단 방공 요격 미사일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중동으로 보내졌으며, 중국과의 유사시 필요한 토마호크 등 장거리 무기도 상당수 중동으로 이관됐다고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국방부가 전술 감시·정찰 자산을 중동으로 돌리고 방공 전력을 철수하면서 북한과의 전쟁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이전보다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비핵 전력을 통한 미국의 방어 능력에 의구심을 품고 자체 핵무장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전력 공백을 이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당국자들은 양국이 미군의 무기 재고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으며 미국이 특정 전쟁 계획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재고를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톰 카라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미군의 무기 재고 고갈을 "재래식 억제 수단의 세대적 파멸"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상황이 중국과 러시아의 계산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무기 부족의 영향은 우크라이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5일 서방에서 지원받는 방공미사일 물량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도 미국의 공급 지연에 대비해 무기 구매처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방산업계에 생산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다. WP에 따르면 스티븐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은 지난 5일 주요 방산기업에 서한을 보내 핵심 전력의 납품 확대와 생산 속도 향상, 생산 능력 확대 계획을 21일 이내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파인버그 부장관은 "수년이 걸리는 개발 주기는 용납할 수 없다"며 사업 일정을 단축하고 생산 능력을 즉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미사일 재고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보고된 미사일 비축량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한 새로운 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백악관과 국방부는 무기 부족 우려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국방부는 "대통령이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타격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관련 정보 유출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처벌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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