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청래만 사라진 ‘이재명·이희자 사진’…겹쳐보니 같은 원본
당시 영상엔 이지은이 식당 안내…이희자는 등장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신천지 개입 의혹이 ‘사진 조작’ 공방으로 번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희자 한국근우회 회장이 함께 찍힌 사진에서 정청래 당대표 후보가 빠진 채 유튜브 방송에 사용된 것을 두고 김용·박선원 최고위원 후보가 비판하자, 박시영 박시영TV 대표는 자신이 사진을 편집한 것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문제의 사진은 22대 총선을 앞둔 2024년 3월 1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찍혔다. 전체 사진에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와 이희자 회장, 정청래 의원이 함께 등장한다. 그러나 박시영TV가 지난 7월 23일 방송에서 소개한 사진에는 정 후보가 빠지고 이 대통령과 이 회장만 남아 있었다.
박시영 대표는 당시 권혁부 한국근우회 자문위원장의 페이스북 글을 인용했다. 권 위원장은 정 후보가 2019년 ‘노벨길 명명식’에서 이 회장과 함께 찍힌 사진을 근거로 신천지 연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그렇다면 이희자 회장과 사진을 찍은 이재명 대통령도 해명하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김용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8일 “정청래는 오려내고 대통령은 신천지에 갖다 붙였다”며 박시영TV를 비판했다. 김 후보는 “정청래를 의도적으로 오려내고 대통령만 남긴 명백한 사진 조작이자 음해 공작”이라며 사진의 출처와 편집 경위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박선원 후보도 이날 인천 합동연설회에서 “사진에서 정 후보를 빼내고도 조작이 아니라고 한다”며 박시영TV를 비판했다. 그는 일부 인물만 도려낸 사진으로 이 대통령이 골프 접대를 받은 것처럼 주장했던 과거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박 대표는 직후 “박시영TV의 사진 조작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7월 22일 권 위원장이 사진을 게시했고, 다음 날 자신의 방송이 이를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성수TV와 박 의원 등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다만 공개된 2인 사진과 3인 사진을 대조하면 별개의 순간에 촬영된 사진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과 이 회장의 표정과 자세, 옷 주름은 물론 뒤편 창틀과 꽃 장식의 위치까지 일치한다. 2인 사진은 3인 사진과 동일한 원본에서 정 후보가 서 있는 오른쪽 부분을 제외하고 화면비를 달리해 잘라낸 크롭본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8월 3일 공개된 이 회장 인터뷰 사진을 근거로 이 회장이 2인 사진과 3인 사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회장 사무실에 2인 사진이 액자로 전시돼 있다는 사실은 별도의 사진이 촬영됐다는 근거로 보긴 어렵다. 액자 속 2인 사진 역시 3인 사진과 같은 장면을 잘라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박시영 대표가 직접 사진을 편집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박시영TV 방송에 사용된 사진이 편집된 사진이라는 사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박 대표는 직후 ‘사진 인용 일지’를 공개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진을 입수한 경로는 설명하지만 누가, 어떤 이유로 정 후보를 잘라냈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방송 전에 3인 원본의 존재를 확인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담은 2024년 3월 유세 영상들을 보면 현재 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지은 민주당 마포갑 지역위원장이 이 대표를 식당으로 안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일행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간다. 다만 영상에는 이 회장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 대표가 이 회장이 식당에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만남이 약속돼 있었는지는 영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이희자 회장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이 대표와 정 의원을 우연히 만나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신천지와 정치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혹으로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합수본은 이 회장이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후원한 자금의 출처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 회장은 신천지 로비스트라는 의혹과 정 후보와의 관계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사진 한 장만으로 정 후보나 이 대통령의 신천지 연관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박 대표는 자신이 크롭을 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김용·박선원 후보는 정 후보가 빠진 사진을 검증 없이 사용해 이 대통령을 신천지 공방에 끌어들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을 실제로 누가 잘랐는지와 박시영TV가 전체 사진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가 향후 공방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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