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못 받으면 경매?”…재건축 아파트는 얘기가 다르다 [집과법]

최현정 기자 2026. 8. 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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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를 팔면서 매매대금 일부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대신 매도한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인 아파트라면 근저당권을 바탕으로 경매를 신청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결국 근저당권이 있다고 해서 재건축 전 과정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경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재건축 아파트를 경매에 넘기기 전에는 해당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인지, 낙찰자가 새 아파트를 받을 조합원 자격을 이어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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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공사가 진행되면서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권은 건물 철거만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업 절차에 따라 토지 지분이나 신축 아파트 등으로 담보 대상이 이어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를 팔면서 매매대금 일부를 나중에 받기로 하고, 대신 매도한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매수인이 끝내 돈을 갚지 않는다면 집을 경매에 넘겨 못 받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으니 안심해도 될까.

일반적인 아파트라면 근저당권을 바탕으로 경매를 신청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재건축 아파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업이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에 따라 경매 대상과 실제 채권 회수에도 차이가 생길 수 있고, 이주가 시작되면 기존 근저당권 때문에 이주비 대출이나 신탁등기 과정에서 근저당권을 없애거나 순위를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 재건축 현장에서도 이주 단계는 기존 근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근저당권을 설정해뒀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정비사업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담보권 실행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사업 단계와 규제지역 여부에 따라 실익이 크게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경매 자체는 가능하지만 언제 경매에 들어가는지, 낙찰자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따라 실제 채권 회수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재건축 중이어도 경매할 수 있을까

매수인이 약속한 매매대금을 갚지 않는다면 근저당권자는 원칙적으로 해당 부동산을 경매에 넘겨 못 받은 돈을 받을 수 있다. 재건축 사업이 시작됐다고 경매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담보로 잡아둔 부동산의 모습이 계속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업 초기에는 일반 아파트를 경매에 넘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고시되면 원칙적으로 기존 아파트를 사용하거나 임대해 수익을 얻기 어려워진다. 이후 이주를 마치고 건물까지 철거되면 더 이상 ‘아파트 한 채’를 경매에 넘기는 것도 아니다. 건물은 사라지고 남아 있는 대지권이나 토지 지분이 경매 대상이 될 수 있다.

새 아파트가 완공됐다고 바로 경매를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새 아파트의 소유권을 옮기는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일정 기간 다른 등기가 제한돼 경매 절차를 바로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소유권 이전 절차가 모두 끝난 뒤에는 새 아파트를 대상으로 다시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결국 근저당권이 있다고 해서 재건축 전 과정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경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아파트에서 토지 지분, 다시 새 아파트로 담보 대상이 바뀌는 만큼 어느 시점에 경매를 신청하느냐에 따라 상황도 달라진다.

투기과열지구라면 새 아파트 못 받을 수도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해서 근저당권자가 원하는 만큼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아파트라면 낙찰자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 조합설립인가 이후 부동산을 넘겨받은 사람이 조합원 자격을 이어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경매로 부동산을 산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국가·지방자치단체나 법령에서 정한 금융기관에 대한 빚을 갚지 못해 경매나 공매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개인이 받아야 할 돈 때문에 근저당권을 실행해 진행하는 경매는 이런 예외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기관과 실무의 해석이다.

예외가 인정되지 않으면 낙찰자는 새 아파트를 받을 조합원 자격을 이어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없다면 입찰하려는 사람이 줄고 경매가격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엄 변호사는 “낙찰을 받아도 새 아파트를 받지 못하므로 응찰을 꺼리게 되고, 유찰이 반복되며 매각가가 떨어진다”며 “담보권은 살아 있는데 회수 실익이 줄어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건축 아파트를 경매에 넘기기 전에는 해당 지역이 투기과열지구인지, 낙찰자가 새 아파트를 받을 조합원 자격을 이어받을 수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 진짜 고비는 이주할 때 온다

재건축이 진행된다고 기존 근저당권 때문에 사업 전체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주 단계에 들어가면 근저당권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조합원이 이주비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기존 근저당권을 없애거나 순위를 조정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기존 근저당권이 있으면 채무자와 조합은 근저당권자에게 말소나 순위 양보, 신탁 동의를 요청하게 된다”며 “아무 조건 없이 응하면 담보는 사실상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건축 현장에서도 이주는 기존 근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꼽힌다. 4392가구 규모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주민대표단 측도 개별 주택에 근저당권이나 전세권이 설정돼 있더라도 전체 정비사업 일정에는 원칙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민대표단 측은 “실제 권리관계의 정리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실무적 분기점’은 이주 단계”라며 “이주비 대출 실행 단계에서 사업시행자가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정리하는 절차를 돕게 된다”고 밝혔다.

● 근저당권 풀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매도인이 매매대금을 아직 모두 받지 못한 경우다. 돈을 받기 위해 잡아둔 근저당권을 아무 조건 없이 없애거나 순위를 뒤로 미루면 나중에 돈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엄 변호사는 이주비 대출 과정에서 근저당권 말소나 순위 양보 등을 요구받는다면 일부 금액을 먼저 받거나 다른 담보를 받는 방법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 조건 없이 근저당권을 풀어주면 기존 담보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계약할 때부터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매수인이 분양신청을 하거나 현금청산을 선택했을 때 매도인에게 사전에 알리도록 하고, 신탁등기나 추가 담보 설정처럼 기존 근저당권에 영향을 줄 일이 생기면 근저당권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계약서에 정하는 식이다.

매수인에게도 기존 근저당권은 부담이 될 수 있다. 근저당권이 남아 있으면 이주비나 중도금 대출이 제한될 수 있고, 남은 매매대금을 갚아야 할 시기와 추가분담금 등 재건축 과정에서 목돈이 필요한 시기가 겹칠 수도 있다.

엄 변호사는 결국 중요한 것은 근저당권을 설정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재건축 과정에서 담보를 어떻게 유지할지를 계약 단계부터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분양신청과 이주비 대출, 신탁등기 등 권리관계가 달라지는 시점을 고려해 관련 통지·협력 의무를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정해둘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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