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폐버스 청년주택'이 5000만원?.. '버스 하우스' 논란 확산
5000만원 청년주택 구상에 안전성·주거환경 지적 이어져
야권·온라인 여론 집중포화에 황희 의원 결국 제안 철회
버스하우스 대신 주교·주관 복합개발 대안으로 방향 전환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폐기되는 버스를 리모델링해 대학가 주변에 청년 단기 주거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황 의원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보트하우스 사례 등을 참고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1세대당 약 5000만원, 1만 세대 공급에 5000억원가량이면 사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폐기되는 교통수단을 주거자원으로 활용한다는 발상은 자원 재활용과 청년 주거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했다. 특히 대학가의 높은 월세와 보증금 부담으로 독립을 미루거나 고시원·원룸 등 열악한 주거환경을 선택하는 청년들에게 저렴한 임시 거처를 제공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공개 직후 실현 가능성과 주거의 질을 둘러싼 비판이 거세졌다. 폐버스를 주거시설로 바꾸려면 구조 안전성과 단열, 환기, 냉난방, 화재 안전, 상하수도, 전기 설비 등을 갖춰야 한다.
차량 내부의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점도 쾌적성과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버스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토지 확보와 주차·소방시설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주거를 비용과 공급량 중심으로 접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1세대당 사업비를 산정하는 것과 청년이 장기간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폐버스 확보와 개조 비용뿐 아니라 부지 임차료, 기반시설 설치비, 관리비, 유지보수 비용까지 고려하면 사업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치권의 반응도 냉담했다. 국민의힘은 황 의원의 구상을 강하게 비판하며 청년을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 수 있다는 취지의 공세를 펼쳤다. 황 의원과 가족이 먼저 ‘버스 하우스’에 입주해 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민주당 역시 당 차원의 정책이 아니라 황 의원 개인의 의견이라는 입장을 내놓으며 거리를 뒀다.
온라인 여론에서도 ‘정책을 제안한 사람이 먼저 살아봐야 한다’는 반응과 함께 청년 주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황 의원은 버스 하우스 구상을 게시 하루 만에 삭제했다.
논란 이후 황 의원이 새롭게 제시한 해법은 학교와 주택을 결합한 ‘주교 복합’과 행정기관 및 주택을 묶는 ‘주관 복합’ 공동주택 개발 방식이다. 도시가 이미 고밀도로 개발된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주택을 대량 공급하기보다 학교나 행정시설과 주거시설을 결합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후속 제안은 폐버스를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보다 도시계획 차원의 접근이라는 점에서 논의할 여지가 있다. 학교와 행정기관 주변의 유휴공간을 활용하고 생활 인프라와 주거시설을 연계하면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새로운 구상 역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학교와 주거시설을 결합하려면 교육환경 보호, 학생 안전, 토지 소유권, 용도지역, 건축 규제 등 다양한 제도적 장벽을 넘어야 한다. 행정기관 역시 공공청사 부지와 주택을 어떻게 결합할지에 대한 법적·재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논란이 보여준 핵심은 청년주거 정책에서 ‘얼마나 많이, 얼마나 싸게 공급할 것인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주거는 잠을 잘 수 있는 공간만이 아니라 안전과 사생활, 교통 접근성, 교육·일자리와의 거리, 생활 편의시설까지 갖춘 지속 가능한 생활공간이다.
폐버스를 활용한 주거 아이디어가 빠르게 철회된 것은 정책 제안 과정에서 현장 검증과 수요자 관점의 검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청년 주거난이 심각할수록 눈길을 끄는 아이디어보다 공급 부지와 비용, 관리체계, 안전기준, 거주자의 삶까지 따져본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치권 역시 주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만큼이나 제안의 현실성과 실행 가능성을 먼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