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와 봄날의 햇살

전북CBS 김대한 기자 2026. 8. 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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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 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줘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지난 2024년 발생한 '아리셀' 화재 참사는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으며, 이들은 원청의 불법파견 및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적절한 안전교육과 비상구 안내를 받지 못한 채 그렇게 낯선 타국에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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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혐오 대신 손 내미는 사회
그들에게도 '봄날의 햇살'이 있기를
전주의 한 이주노동자 쉼터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네팔 이주노동자들.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김현주PD


"너는 봄날의 햇살 같아, 너는 나한테 강의실의 위치와 휴강 정보, 바뀐 시험 범위를 알려 주고 동기들이 날 놀리거나 속이지 못하게 하려고 노력해. 지금도 너는 내 물병을 열어줘 너는 밝고 따뜻하고 착하고 다정한 사람이야,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야."

지난 2022년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명대사다. 천재성을 지닌 자폐 변호사인 주인공은 줄곧 속임을 당하거나 집단에서 배제되고 괴롭힘을 당한다. 그런 주인공 곁에서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은 동료 변호사 최수연이다. 우영우는 그를 '봄날의 햇살'이라고 불렀다.

어느덧 이주노동자 110만 시대가 도래했다. 인력 수급이 어려운 농촌과 어촌, 건설 현장에선 "이들이 없으면 당장 생산을 이어갈 수 없다"고 토로한다. 구석진 산업 현장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한 지 오래지만, 이들에 대한 부당한 처우는 여전하다. 사업주에게 폭언·폭행 등 인권침해를 당해도 사업장을 떠나기 어렵다. 도망친 들 갈 곳이 없다.

이주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곳을 찾아 '꼭 불법체류자에게 일을 맡겨야 하느냐'고 물으니 "기자님이 일해볼래요? 하루도 못 버틸걸요. 얘네(미등록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라도 안 쓰면 공장 문 닫아야 하는데 어쩌라고요."라고 대답했다.

부당한 처우를 넘어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지난 2024년 발생한 '아리셀' 화재 참사는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으며, 이들은 원청의 불법파견 및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적절한 안전교육과 비상구 안내를 받지 못한 채 그렇게 낯선 타국에서 목숨을 잃었다.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지난 2025년 2월 26일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화물에 결박당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상황.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부당한 처우와 죽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를 향한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냄새나는 거지들' '어차피 범죄 저지를 애들' '세금만 축내는 범죄자들' 등 근거 없는 혐오 표현이 즐비하다. 누구 하나 저 친구들이 끼친 산업 현장의 긍정적 역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거나 나쁘게 평가해 실제로 점점 더 부정적인 행동을 보이게 되는 현상을 '낙인 효과'라고 한다. 기자가 만난 이들도 그 시선을 오롯이 느끼고 있었다. 손님이 잔돈 됐으니, 거스름돈을 가지라고 해서 가졌는데, 편의점주로부터 '거지 근성이 어디 가겠냐'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눌렸다고 전했다.

"나 한국말 조금 해요. 무슨 말인지 다 알아요. 나 거지 아니에요…"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췄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의 이주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도움이 아니다. 다 똑같이 김치를 먹고, 차 색깔도 비슷한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동질성·집단주의적 정서가 깊은 것은 그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

다만 근거 없는 혐오를 퍼뜨리지 않는 것, 국적이 아니라 사람을 보는 것,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이주민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봄날의 햇살'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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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대한 기자 kimabou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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