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정 출산 차단’ 행정명령 서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자녀의 미국 시민권 획득을 위한 이른바 ‘원정 출산’을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에 임시 혹은 불법으로 체류하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가 시민권을 얻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트럼프 정부 이민 정책의 일환으로,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을 금지한 행정명령이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번 행정명령이 “훨씬 더 강력한 방식으로 (출생 시민권을 금지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에게 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우리는 출생 시민권에 대한 대법원의 매우 불행한 판결을 받았다”며 “그래서 (제도를) 조정(adjustment)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정 출산으로 이득을 보는 이들의 규모가 수십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하며 국무·국토안보부 장관이 미 영토 내에서 출산하려는 이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도록 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취임 직후 출생 시민권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지만 대법원은 같은 해 6월 30일 수정 헌법 14조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행정명령은 시민권이 미국이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고, 원정 출산을 통해 이를 ‘상품’처럼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광, 학생, 교환, 취업 같은 비(非)이민 비자를 받아 입국한 뒤 출산을 하는 외국인들과 이를 조직·지원하는 행위를 겨냥했다. 반(反)이민 정책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출산 관광은 미국 시스템에 대한 사기”라며 “영사관 직원에게 관광객으로 왔다고 말하면서 실제 목적과 의도가 출산을 하고 시민권을 얻으려는 것이라면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런 비자는 거부되어야 하며 앞으로 거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행정명령이 “대통령이 (취임한 뒤) 한 일 중 중요도로 따지면 세 손가락 안에 든다”며 “미국 시스템의 가장 중대하고 악랄한 남용 중 하나를 끝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외국인 부모의 원정 출산으로 태어난 아기에 대해 시민권을 인정하는 문서를 발급할 수 없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여기에는 외국 대사를 포함해 미국 내 외교 공관 직원이 미국에서 낳은 아기, 테러단체로 규정된 집단이나 적성국 소속 인사가 낳은 아기 등이 해당한다. 발효일은 별도로 명시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대통령 서명과 함께 국무부, 국토안보부가 시행 조치를 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AP는 구체적인 집행 방식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는데, 추후 주무 부처가 내놓을 새로운 규정과 가이드라인에 따라 발효 시점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번 행정명령이 대법원 판결 취지와 상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무효 소송이 잇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있는데, 트럼프는 중국 부자들이 원정 출산을 이용해 자녀의 미국 시민권 획득을 한다는 불만을 여러 차례 토로한 바 있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성과를 내세우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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