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재정 비상’ 선포한 추미애…‘정청래 지원사격’?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의 재정 상태를 ‘비상 상황’으로 공식 규정하고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그러나 선언 시점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이 초접전으로 진행되는 때와 겹치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 재정상태가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악화됐다는 논쟁을 발생시켜 친명 후보인 김민석 총리에게 타격을 안기고 정청래 후보를 지원사격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친명 커뮤니티에서 제기되고 있다.
추 지사는 지난 5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이 시간부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다”며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불과 2~3년 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민선 8기 김동연 도정이 2025년 세 차례에 걸쳐 지방채 발행 한도 9460억원의 99.6%인 9430억원을 발행하고, 각종 기금에서 5588억원을 일반회계 등으로 끌어다 썼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노인장기요양과 학교급식비, 산후조리비,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등 상당수 필수·민생사업의 2026년 예산이 12개월분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지만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며 이를 “미완의 미생 예산”이라고 표현했다. 경기도는 올해 약 7700억원을 구조조정하는 추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기도는 취득세를 비롯한 세입 감소도 위기 원인으로 들었다. 경기도 전체 예산은 약 41조7000억원이지만 도가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약 3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원에서 올해 약 8조원으로 30%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49%를 차지한다.
추 지사는 그러면서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 감액, 일회성·선심성 행사와 불요불급한 사업의 중단, 연구용역·민간위탁·대행사업 재평가, 공직조직과 공공기관 인력 재배치, 경기도 세입구조 개선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선언 시점이다. 민주당은 오는 17일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를 선출한다.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경선을 합산한 결과 정청래 후보와 김민석 후보의 격차는 0.99%포인트에 불과하다. 경기도 권리당원 투표는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고, 결과는 전당대회 하루 전인 16일 발표된다. 경기지역 표심이 최종 승부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에서 추 지사가 재정 비상선언을 내놓은 셈이다.
추 지사가 외견상 김동연 전 지사의 재임시절을 문제 삼았지만, 그 이전인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지사 재임시기를 은연중 겨눴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재정 악화의 출발 시점을 이재명 대통령의 경기지사 재임 시기로 돌렸다. 이 대표는 “경기도 채무가 2020년 1조7693억원에서 2021년 2조9112억원으로 64.5% 증가했다”며 “공개된 최근 5년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였다”고 주장했다. 청년기본소득과 산후조리비, 무상교복 등 복지사업을 확대했고, 당시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취득세 수입을 통해 이를 감당했지만 지금은 세입이 감소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재정위기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니라면 최근 8년 동안 도정을 맡은 이재명 지사와 김동연 지사를 함께 봐야 하는데 추 지사는 민선 8기만 지목하고 있다”며 “경기도 재정위기는 대한민국 국가재정 위기의 예고편”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추 지사의 의도를 의심하는 글이 잇따랐다.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서 ‘추미애’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전대 앞두고 왜 지금인가”, “발표 타이밍이 절묘하다”, “선거 개입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다수 확인된다. 한 이용자는 “경기도민 민심을 자극해서 정청래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며 김민석 후보 캠프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100건이 넘는 추천을 받았다. 익명 게시판의 반응이 전체 민주당원 여론을 대표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정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전당대회 후보 간 대립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추 지사 쪽 재정·예산 전문가는 6일 주간경향과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주장이 채무 증가율만을 떼어낸 분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재정에 연속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4년 단위의 임기 책임성은 따로 있다”며 “이준석 대표는 2021년 증가폭만으로 이재명 지사 때와 연결하려 하지만, 임기 전체의 절대액과 별도 지방채·기금 사용을 보면 김동연 도정의 책임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 채무는 이재명 지사 임기 마지막 해인 2021년 급격히 증가했지만, 김동연 지사 임기 동안인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약 3조2200억원 늘었다.
이 전문가는 발표 시점이 전당대회를 고려한 것이라는 주장도 부인했다. 그는 “재정 문제는 8월 5일 처음 꺼낸 것이 아니라 인수위 때부터 계속 공개적으로 제기해왔다”며 “이번 선언은 감액 추경을 앞두고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도민에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 지사는 당선인 시절인 6월부터 7조원대 채무와 감액추경 필요성을 거론했고, 7월 취임사와 첫 도정연설에서도 재정위기 문제를 반복해서 제기했다.
결국 추 지사의 비상선언이 실제 재정위기를 공개하고 구조조정에 착수하기 위한 행정적 조치인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싣는 정치적 행위인지는 향후 감액추경안의 내용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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