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사필귀정’이라더니... 개정 형소법 안 읽어봤다

김태준 기자 2026. 8. 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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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행안부·법제처·경찰청 업무보고
李대통령 “검사 수사 ‘금지’인가, ‘근거 소멸’인가?”
정성호 “직접 수사 시 위법 논란, 합수본 유지 어렵다”
개정 형소법 검사 직접 수사의 법적 성격 두고 난상토론
李 “주요 사건 합수본 재구조화 미리 고민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무조정실 등에 대한 부처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행정안전부·법무부·법제처 등의 업무 보고 자리에서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른 검사의 직접 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수사·기소가 명확하게 분리가 돼 있는데 국민의 걱정이 사실 많다”고 밝혔다.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사필귀정의 조치”라며 개정 형사소송법의 정당성에 힘을 실었으나 이날은 경찰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특히 검사의 수사 행위가 법적으로 ‘명시적 금지’인지 아니면 ‘법적 근거의 소멸’인지를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나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봤다”고도 했는데,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 주도로 개정된 형소법에 대해 이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9개 합수본 근거 문제로 공방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 보고 자리에서 개정 형사소송법 통과 이후 현재 가동 중인 9개 주요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운영 근거 문제를 먼저 짚었다. 이 대통령이 “합수본 운영 근거가 금지되지 않았으면 기존처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법적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 장관은 “공소청 검사들이 수사에 직접 참여하게 됐을 때 증거 능력 문제가 발생해 수사를 못 하게 되어 있다”며 “마약이나 금융·증권 합수본 등에서 공소청 검사들이 참여해 수사할 경우 역할 한계가 불명확해지고, 수사 준칙 등에 명확한 근거가 없으면 공소 유지 과정에서 법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함께 참석한 대검찰청 이규형 기획조정부장 역시 “법 통과 이후 종전과 같은 방식으로 합수본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솔직히 의문이 있다”고 했다.

현재 검경 합동 수사 기구는 보이스피싱범죄합동수사부(서울동부지검), 마약범죄합동수사본부(수원지검), ‘정교유착’ 합동수사본부, ‘투표용지 부족’ 합동수사본부 등 9개가 운영되고 있다.

◇李 대통령 “검사 수사 행위 금지됐나” 법무부 “검사 직접 수사 시 ‘위법 수사’ 논란”

그러자 이 대통령은 개정 형사소송법이 검사의 수사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법적 근거가 소멸’한 것인지를 따져 물었다.

이 대통령이 “나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봤다”며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검사는 수사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느냐, 하지 말라고 금지된 것이냐”고 묻자, 정성호 장관은 “일체의 수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소멸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이 “근거가 없어진 것과 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금지된 것은 다르지 않으냐”고 재차 질문하자, 정 장관은 “금지 조항의 형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답변에 나선 이진수 법무부 차관은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검사는 공소 제기와 유지를 책임지고,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책임진다’고 명문화되어 있다”고 답했다. 또 “이와 같이 검사가 수사 권한을 완전히 행사하지 않는 것으로 법이 설계됐고 책임도 분명히 규정되었기 때문에, 앞으로 검사가 직접 수사에 개입하는 경우에는 수사 절차상 ‘위법 수사’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지금과 같은 합동수사본부 체계는 법적 논란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법무부의 법리 검토를 듣고 “이 법이 시행되는 때까지는 괜찮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한 것은 유효할 테니, 그 이후의 상황이 문제”라고 했다. 이로써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기 전까지 기존 합수본이 진행해 온 수사의 법적 효력은 유지되나, 법 시행 이후에는 검사가 직접 수사를 주도하는 형태의 합수본은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협력 관계’ 조문 해석 두고 난상 토론 “지휘권 폐지 뜻일 뿐 수사권 부여 아냐”

토론에서는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안한 ‘공·중·경(공소청·중수청·경찰) 합동수사본부’ 구상과 법 조문상의 ‘협력 관계’ 단어 해석을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윤 장관이 “앞으로는 검경 합수본이 아니라 공소청·중수청·경찰이 협력하는 수사권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법률상 ‘협력 관계’의 실제 의미를 법제처에 확인했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개정법상 협력 관계라는 것은 종전의 상하 ‘지휘 관계’가 수평적 관계가 됐다는 뜻일 뿐, 검사에게 수사 역할이나 권한을 분담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검사 직무 범위에서 수사 기능이 완전히 빠지고 수사와 공소 유지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개정 형소법의 가장 근본”이라고 했다.

이진수 차관 역시 “경찰이 수사하다 필요한 경우 검사에게 자문을 요청하고 검사는 자문에 응해야 한다는 ‘자문’ 규정만 있다”며 “검사가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고 영장 검토나 자문만 하는 구조에서는 기존 합수본처럼 검사 파견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합수본 운용에 대한 두 부처의 견해가 갈리자 “행안부와 법무부 두 분 원래 친하시지요. 법무부 장관이 고개를 가로젓는데, 두 분 사이가 엄청 나빠질 수 있는 모양인데”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중수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개 작동하고 있는 주요 사건들의 합수본을 어떻게 할지도 미리 고민해 둬야 한다”며 “합수본을 어떻게 처리할지 점검해서 보고해 달라”고 지시했다.

◇李 “경찰이 사건 암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 대통령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는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되면서 사건 암장이 더 쉬워지는 것 아니냐며 대책을 물었다. 유 직무대행은 “불송치 사건에 대해 고소인 등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불송치 사건 기록이 검찰에 송부되더라도 자신들이 수사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없는 인지 사건의 경우 경찰이 1차적으로 종결해 버리면 그 이후로는 더더욱 들여다볼 유인이 없어진다”고 했다.

이 차관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불송치 사건, 즉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검찰이 기록만 받아 보게 되는데, 이미 불기소로 정리된 종이 기록만으로는 실체 관계를 파악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확인한 사실관계 자료를 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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