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공기관 이전, 대구 해법은?…‘기관 유치’보다 ‘기능 집적’

박수연 기자 2026. 8. 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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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 표류와 대기업 투자 소외라는 이중고를 겪는 대구 경제에 반전의 기회는 있을까. 지역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대구 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시 짤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대구시 유치전략 정책토론회에서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이 지역에 이전했지만 각 기관이 단일 기능만 담당하면서 기업은 사업 단계마다 다시 수도권 기관을 찾아야 하는 구조"라며 "1차 이전이 기관 배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이전은 기능 결합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기관 수보다 기능과 산업 연계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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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81주년 기획]
1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조성된 대구 동구 신서동 혁신도시 전경. 입주한 공공기관 사이의 유휴부지가 눈에 띈다. 대구일보 DB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유치 표류와 대기업 투자 소외라는 이중고를 겪는 대구 경제에 반전의 기회는 있을까. 지역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대구 산업의 성장 기반을 다시 짤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다.

다만, 1차 이전의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단순히 많은 기관을 확보하는 데서 벗어나 대구가 강점을 가진 산업과 연계할 기관을 선별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관 이전과 함께 연구개발(R&D) 기능을 끌어들이고, 정주여건까지 갖춰야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는 하반기 중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과 정부 출자·출연기관 등 최대 350여 곳을 대상으로 2차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선도기관 이전에 착수할 계획이다.

1차 이전이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기관을 나눠 배치하는 '균등 분산'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지역 주력산업과 공공기관 기능을 묶는 '집적형 배치'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공공기관 청사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이 함께 성장할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시 2차 공공기관 이전 유치 희망기관. AI 생성 이미지

◆대구 승부수는 '중소·중견 제조업 AX 혁신도시'

대구시가 내세운 핵심 키워드는 '중소·중견 제조업 AX(AI 전환) 혁신도시'다. 전통 제조업에 AI를 접목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공공기관의 자본·기술·지원기능을 더해 지역 산업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대구시는 AI·로봇·미래모빌리티·헬스케어·반도체 등 5대 미래 신산업과 물산업을 중심으로 △금융·중소기업 지원 △AI·데이터 및 산업 진흥 △첨단의료·헬스케어 △기후·에너지·환경 등 4대 기능군을 설정하고, 34개 유치 희망기관을 선정했다.

분야별로는 AI·데이터 및 산업진흥 분야가 16곳으로 전체의 47.1%를 차지한다. 첨단의료·헬스케어는 8곳, 금융·중소기업 지원과 기후·에너지·환경은 각각 5곳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등도 핵심 유치 대상으로 꼽힌다. 이들 기관을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수성알파시티,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등과 연계해 R&D부터 실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은 단순 이전을 넘어 기능 결합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윤상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대구시 유치전략 정책토론회에서 "신용보증기금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이 지역에 이전했지만 각 기관이 단일 기능만 담당하면서 기업은 사업 단계마다 다시 수도권 기관을 찾아야 하는 구조"라며 "1차 이전이 기관 배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2차 이전은 기능 결합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 지원 인프라의 집적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서재형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장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산업기술 지원 기능을 집적하고,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을 중심으로 R&D 기획부터 기술 개발, 제조 적용, 시험·검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 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추경호 대구시장과 대구·경북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2차 공공기관 이전 대구 유치전략 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대구시 제공

◆1차에 12개 기관 왔지만, 지역 성장효과는 제한적

대구시가 기관 수보다 기능과 산업 연계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자리 잡고 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2~2015년 대구 동구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종사자는 2천937명에 불과했다. 전남 나주(7천262명)나 경북 김천(5천451명)에 비해 규모가 현저히 적었고, 2010년 인구 대비 이전인원 비율도 0.87%에 그쳤다.

수도권 인구 유입효과도 제한적이었다. 2024년 대구혁신도시 유입인구 중 수도권에서의 유입은 3천310명에 그친 반면, 경북·경남·부산 등 인근 지역에서의 유입인구는 9천14명에 달했다. 수도권 인구 분산보다는 비수도권 인구를 이동시키는 데 머문 셈이다.

대구혁신도시 조성 이후 주변 지역에서도 유의미한 인구 증가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유성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선임연구원이 한국행정논집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대구혁신도시 반경 10㎞ 이내 인구는 2005년 147만3천763명에서 2015년 150만1천521명으로 늘었지만, 2023년에는 143만5천973명으로 줄었다.

성태근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회장은 토론회에서 "공공기관 이전의 성과는 기관 숫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지역 기업이 성장하고 청년들이 정착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주중에만 머물다 주말이면 떠나는 지리적 이전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기관이 지역 대학 및 중소기업과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면, 기업은 숙련 인력을 확보하고 청년에게는 지역에서 꿈을 펼칠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며 "교육과 문화, 의료 등 정주여건도 함께 개선해야 외부 인재까지 대구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1차 이전이 남긴 숙제는 건물이 아닌 생활"

이전 공공기관 직원과 가족이 지역에 뿌리내리지 못한 점도 1차 이전의 대표적인 한계로 꼽힌다. 이에 2차 이전에서는 정주 기반을 갖춘 기존 도심과 유휴부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택지 개발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원도심 공동화를 막고, 이전기관 직원과 가족의 정착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미래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혼·독신자를 포함한 이전기관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71%로, 정부 목표치인 75%에 미치지 못했다. 2024년 정주여건 만족도도 100점 만점에 69.4점에 그쳤다.

박구선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토론회에서 "1차 이전이 남긴 숙제는 건물이 아니라 생활"이라며 "2차 이전에서는 새 혁신도시를 조성하는 방식보다 이미 생활 인프라가 갖춰진 도심에 기관을 배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교육·의료·문화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직원들의 정착 가능성을 높이고, 원도심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도심형 유치 모델은 대구가 다른 후보지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라고 강조했다.

◆전국 경쟁 본격화…34곳 모두 좇아선 승산 낮아

유치경쟁도 만만치 않다. 대구가 최우선 대상으로 꼽는 기업은행은 경남과 충북 등 여러 지자체가 동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부가 행정통합 지역을 우선 고려하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때문에 34개 기관을 같은 비중으로 공략하면 행정력과 정치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북과는 동일 기관을 두고 경쟁하기보다 대구·경북 산업권 전체의 기능을 고려해 사전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구선 이사장은 "유치 논리의 핵심은 '우리 지역에도 필요하다'가 아니라, '왜 대구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라며 "대구가 갖춘 연구·임상·제조 기반에서 비어 있는 규제와 인허가 기능을 이전기관이 채우는 '마지막 퍼즐'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관별 이전 부지와 정주 지원, 지역인재 채용, 지역 기업과의 공동사업, 예상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정책연구원이 수행 중인 유치전략 연구용역은 오는 11월 마무리된다. 대구시는 앞으로 기관별 유치 논리와 지역 기업 연계사업 등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결국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기관을 확보하느냐보다 대구 산업과 맞는 핵심기관을 선별해 기업 투자와 연구개발, 정주 인프라를 함께 묶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수연 기자 waterkit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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