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 재정 비상" 선언…민생예산마저 '휘청'
민생예산 부족 심화…긴축 재정 불가피
고위공직자부터 허리띠…강도 높은 개혁
세입구조 전면 손질…재정 정상화 시험대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한 배경에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재정 구조의 붕괴 위험이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는 대대적인 재정개혁과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지만, 도민 생활과 공공서비스에 미칠 파장 역시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며 강도 높은 재정 정상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선언은 재정 운용 여건이 급격히 악화된 현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도정 전반의 지출 구조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재정 여건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조차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악화됐다. 필수 행정서비스와 복지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재원이 부족해지면서 긴축 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노인장기요양을 비롯한 민생 분야 예산마저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긴급 대응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재정 악화의 핵심 원인으로는 민선 8기 동안 대규모 지방채 발행과 기금 전용이 지목됐다. 지방채는 9천430억 원이 발행돼 발행 한도인 9천460억 원의 99.6%를 사용한 상태다. 여기에 5천588억 원 규모의 기금까지 전용되면서 활용 가능한 재정 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지방채는 긴급한 재정 수요를 충당하는 수단이지만 지속적인 의존은 미래 재정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기금 역시 특정 목적을 위해 조성된 재원인 만큼 반복적인 전용은 재정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입 감소도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취득세 수입이 약 30% 감소했고, 기업 유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수 귀속 구조 역시 지방재정 확충에 한계를 드러냈다.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지방세 수입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는 지방정부 재정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대표적인 문제로 꼽힌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정 정상화에 나선다. 우선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업무추진비와 업무경비를 감액해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이어 행사성·전시성 사업 등 낭비 요소가 있는 예산을 전면 재점검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조직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체질 개선도 병행된다. 아울러 세입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정부와 협의하며 보다 안정적인 재정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족한 민생예산은 감액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확보한다. 노인장기요양 등 긴급한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약 3개월분의 재원을 마련해 복지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필수 복지사업이 차질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예산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긴축 재정만으로는 지방재정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경기 변동에 따라 지방세 수입이 크게 흔들리는 구조를 개선하고, 지방정부의 안정적인 세입 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 역할을 보다 균형 있게 조정하는 논의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 위기가 장기화될 때 도민들이 체감하는 행정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사업 축소와 지역개발 지연, 공공 인프라 투자 감소는 지역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긴축 정책이 불가피하더라도 예산 감축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도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세밀한 재정 운용이 요구된다.
한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재정 비상 선언은 위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 동시에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