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트럭부터 연예기획사 사옥까지...빚더미에 강제경매 최다

김성태 기자 2026. 8. 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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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는 5일 한 주류 도매업체가 영업에 사용하던 화물트럭 3대가 나란히 경매 물건으로 나온다. 주류 상자를 싣고 음식점과 소매점을 오가던 화물트럭마저 경매에 넘어가면서 빚을 갚고 다시 일어설 최소한의 영업 기반마저 잃게 된 것이다.

가수 겸 배우 임창정 씨가 법인 명의로 보유한 건물 등도 지난해 임의경매 절차에 돌입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채무 불이행이 늘어 경매가 증가하는 것은 경제 내부의 자금 순환이 막히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향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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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경매 연간 첫 5만건 돌파 전망
상반기 월평균 4178건…14.3% ↑
자동차·영업용 장비 경매도 급증
매각률 하락에 채무 부담 더 커져
고금리 지속…가계·기업 동반 부실

서울남부지방법원 경매법정에는 5일 한 주류 도매업체가 영업에 사용하던 화물트럭 3대가 나란히 경매 물건으로 나온다. 거래처에서 공급받은 주류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채권자가 강제집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류 상자를 싣고 음식점과 소매점을 오가던 화물트럭마저 경매에 넘어가면서 빚을 갚고 다시 일어설 최소한의 영업 기반마저 잃게 된 것이다.

같은 날 의정부지법에서는 음향기기 제조업체가 공장에서 사용하던 지게차 1대가 경매에 붙여진다. 이 업체는 대형 전자업체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스피커를 납품했지만 경영 사정이 악화하면서 공장 임대료를 수개월간 내지 못했다. 결국 임대인에게 건물인도소송을 당해 패소했고 생산 현장에서 사용하던 지게차까지 경매로 넘어갔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이른바 ‘3고(3高)’가 장기화하면서 부동산뿐 아니라 생계와 영업에 쓰이는 차량과 장비 등도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다.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은 호황을 보이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내수경제의 취약 부문은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른바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

이날 법원행정처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6월 강제경매 신청은 월평균 4178.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4.3% 증가했다. 하루에 약 135건의 매물이 강제경매로 나오는 것이다. 강제경매는 전세보증금 미반환이나 개인·기업 간 채무 불이행이 발생했을 때 법원 판결 등을 토대로 채무자의 재산을 처분하는 절차다.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강제경매 신청 건수는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5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강제경매 신청 건수는 2022년 이후 지속해서 늘고 있다.

황용 법무법인 상림 대표변호사는 “내수경기 악화로 외식업계 등을 중심으로 미수금 채권 소송이 늘고 있다”며 “과거에는 처분 실익이 크지 않아 손대지 않았던 자동차나 선박 같은 자산까지 조금이라도 채권을 회수하기 위해 경매에 넘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담보로 잡은 부동산 등을 처분해 대출금을 회수하는 임의경매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임의경매 신청은 월평균 6274.5건으로 지난해 월평균보다 5.9% 증가했다. 금융권 대출 원리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가수 겸 배우 임창정 씨가 법인 명의로 보유한 건물 등도 지난해 임의경매 절차에 돌입했다. 채권자인 IBK기업은행이 약 36억 원을 청구하며 임의경매를 신청하면서다. 해당 건물은 임 씨가 세운 연예기획사 사옥과 카페로 활용됐지만 빚을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8일 유찰됐던 임 씨 측의 건물 등은 이달 12일 다시 법정에 매물로 나온다.

전세 사기 여파 또한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단독주택·다가구주택과 연립주택·다세대 주택 경매 건수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2.7%, 64.0% 증가했다.

아울러 경매 대상은 논·밭 등 토지, 자동차와 영업용 장비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토지 경매는 4만 1592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5.2% 늘었다. 자동차 등 경매 물건도 4827건으로 같은 기간 9.5% 증가했다. 사업과 생계를 이어가는 데 필요한 자산까지 빚을 갚기 위해 처분되고 있는 것이다.

경매 물건은 늘고 있지만 이를 사려는 수요는 줄고 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평균 매각률은 21.2%로 2021년 상반기(37.1%)보다 15.9%포인트나 감소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을 뜻하는 매각가율도 같은 기간 78.4%에서 59.4%로 19.0%포인트 떨어졌다. 감정가보다 가격이 크게 낮아져도 매수자를 찾지 못한 채 여러 차례 유찰되는 물건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고금리와 고물가 속에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사정이 동시에 악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 비율은 27.4%로 통계 개편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법인파산 신청 건수(1299건)와 국내 은행 대출 연체율(0.68%) 역시 수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원혁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반도체 등 일부 산업의 호황과 달리 자영업자와 소규모 사업장, 일반 직장인이 체감하는 경기는 계속 악화하고 있다”며 “고금리·고물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매출 감소가 겹치면서 내수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무 불이행에 따른 경매 물건은 앞으로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채무 불이행이 늘어 경매가 증가하는 것은 경제 내부의 자금 순환이 막히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는 향후 경기가 더 나빠질 것임을 보여주는 확실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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