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2명이나 쓰러진 인천, 어찌됐건 오늘도 경기한다? 졸속 매뉴얼과 현실의 차이, KBO 책임자는 누구인가

김태우 기자 2026. 8. 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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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막판에는 자칫 심각한 사태로 번질 뻔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인천은 한 단계 아래인 폭염경보였고, KBO는 경기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경기장이 속한 지역이 아닌 인접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경우에는 경기 취소가 불가하다"고 말한 KBO의 기준이라면 5일 경기도 무조건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환자가 발생했다고, 여론이 부정적이라고, 혹은 야외 활동 자제 방침을 내밀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반대한다고 5일 경기를 하지 않는다면, KBO가 어떤 설명을 할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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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번지는 기록적인 폭염에 리그 일정을 진행하는 데 있어 차질을 빚고 있는 KBO리그는 그나마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기계적이고 현장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한몸에 받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막판에는 자칫 심각한 사태로 번질 뻔한 일이 있었다. SSG가 10-8로 앞선 9회 초 LG의 마지막 공격을 앞둔 오후 10시 2분, 경기가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1루 측 관중석에 있던 한 20대 중반 남성이 쓰러졌기 때문이다. SSG의 8회 말 공격 도중 해당 관중은 온열질환으로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계단을 굴러 떨어질 정도로 의식을 완전히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위에 있던 관람객들이 즉시 신고했고, 곧바로 안전요원 팀장이 현장에 도착했다. 환자는 의식이 없었다. 심각한 상태였다.

즉시 119에 신고가 들어갔고 출동한 대원들이 기도를 확보했다. 최초 판단은 심정지 추정이라 현장에서 약 20초간 심폐소생술까지 실시했다. 이후 자동심장충격기가 도착했고, 1회 전기충격까지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119 가이드에 따라 현장에서 신속하게 응급 대응을 한 결과 다행히 해당 관중은 현장에서 의식을 찾았다.

이 조치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경기를 그냥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심판진도 빠르게 상황을 전달받은 뒤 경기 중단을 선언해 약 9분 정도 경기가 중단됐다. SSG는 “구단 담당자 동행하에 길병원으로 이동하여 상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면서 “경기 중단과 관련해서는, 관중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이 진행되는 위급한 상황이었기에, 심판진이 이를 중대한 응급 상황으로 판단하여 신속히 경기를 중단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는 SSG가 10-8로 앞선 9회 LG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될 무렵인 오후 10시 2분에 중단됐다. 1루 측 관중석에서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하면서 자칫 큰 사건으로 이어질 뻔했다. ⓒSSG랜더스

주위 관람객들이 빠르게 신고했고, 현장 조치도 매뉴얼대로 잘 이뤄졌으며, 심판진의 판단도 옳았다. 다행히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큰 일이 날 뻔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경기 종료 후 관중들이 퇴장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한 관람객이 의식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오후 10시 21분경 응원지정석에 있던 또 하나의 20대 남성이 평소 앓고 있던 병증으로 인해 쓰러진 것이다. 안전요원이 현장에 도착한 직후 다행히 의식을 회복하여 정상적으로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구급차를 타고 기존에 진료를 받던 인하대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더위가 사람을 잡는다는 말이 딱 생각나는 4일 인천이었다. 이날 경기장 일대는 폭염경보가 발효된 상황으로, 전국을 뒤덮고 있는 무더위가 그대로 덮쳤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경기 개시 시점인 오후 6시 30분 당시의 온도는 약 35도였으며, 대기와 지면을 머금고 있는 덥고 습한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37도 이상을 가리켰다.

특히나 3루 측 LG 팬들의 고충이 컸다. 상당수 팬들은 경기 시작 시점까지 착석하지 않고 그나마 해를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공격을 할 때만 착석하고, 수비를 할 때는 다시 최대한 시원한 곳으로 피하는 팬들도 눈에 띄었다. 팬들이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경기 내내 지정된 임무와 자리를 지켜야 하는 안전 요원과 아르바이트생들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얼굴이 벌겋게 익고 있었다.

해가 지면 온도가 떨어지고, 그나마 선선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좀처럼 기온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후 10시에도 기온은 섭씨 31도가 넘었고, 체감 온도는 33도에 이르렀다. 이례적인 무더위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경기는 한 차례도 중단되지 않았고, 경기장의 모든 선수들과 팬들은 4시간 가까이 이 무더위를 몸으로 이겨내야 했다. 경기를 마친 SSG 선수들은 “너무 덥다”며 연신 물을 들이키기 일쑤였다. 구단에 접수된 온열질환 관련 신고만 무려 25건이었다.

▲ 폭염에 선수들은 정상적인 경기 준비조차 하지 못한 채 경기에서 뛰고 있으며, 팬들과 관계자들의 건강 또한 심각한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곽혜미 기자

사실 이날 잠실과 광주 경기는 폭염으로 일찌감치 취소된 상황이었다. 오후 12시 46분 취소 공지가 떴다. KBO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어 있을 경우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경기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광주와 서울 지역은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어 있었고, KBO는 신속하게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인천은 한 단계 아래인 폭염경보였고, KBO는 경기를 예정대로 강행했다. 폭염경보 이상인 경우 1시간 이내의 지연 개시도 규정상 가능했으나 이조차도 없었다. 일단 하고 봤다. KBO는 이날 오전 “경기장이 속한 지역이 아닌 인접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경우에는 경기 취소가 불가하다”고 했고, 이 케이스였던 인천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 것이다.

폭염중대경보가 떠 있는 잠실, 그리고 폭염경보가 떠 있는 인천의 온도 차이는 사실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인천도 분명 정상적으로 야구를 할 날씨는 아니었다. 실제 SSG와 LG 선수단은 경기 전 훈련을 간소하게 하거나 생략했다. 몸도 제대로 안 풀린 선수들이 그대로 나가 경기를 했으니 경기력이 제대로 나올 리는 만무했다. 경기 전 KBO가 뭔가를 분주하게 점검한다는 느낌도 없었다.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천에 보이지 않았다.

KBO는 지난 주 폭염 속 경기 진행에 대한 불만이 들끓자 서둘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는 분명히 해야 할 일이었지만, 지난 주부터 극심한 폭염이 예정되어 있고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염중대경보가 곳곳에 뜨는 데도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기준이 없어 오락가락했다.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잘한 일이지만, 이 또한 기상청 예보와 경보 발령에 의존한 기계적인 가이드라인이라는 비판이 컸다.

▲ 전국을 뒤덮은 심각한 무더위로 4일 잠실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프로야구 경기는 일찌감치 취소됐지만, 인천 지역은 미세한 차이로 폭염중대경보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기는 정상 진행됐다 ⓒ연합뉴스

물론 앞으로 계속된 폭염이 예상된 상황에서 단순히 ‘덥다’고 경기를 계속 못하면 리그 일정이나 흥행에도 큰 차질이 생긴다. KBO로서도 덮어두고 취소를 외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결국 인천에서 사고가 났다.

그렇다면 5일 경기는 어떻게 될까. ‘KBO의 가이드라인’이라면 경기가 강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천 지역은 8월 5일 오전 11시부터 인천 북부와 강화군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다. 하지만 랜더스필드가 위치한 인천 남부 지역은 아니다. 랜더스필드 인근은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예보되어 있지만, 온도가 살짝 낮아 해당 사항은 아니었다.

“경기장이 속한 지역이 아닌 인접지역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경우에는 경기 취소가 불가하다”고 말한 KBO의 기준이라면 5일 경기도 무조건 정상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매뉴얼을 졸속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유다. 환자가 발생했다고, 여론이 부정적이라고, 혹은 야외 활동 자제 방침을 내밀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반대한다고 5일 경기를 하지 않는다면, KBO가 어떤 설명을 할지도 궁금해진다. 잘못이 있다면 누가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지는 감조차 안 잡힌다. 스스로 진퇴양난, 외통수의 길을 걸었다.

▲ 갑작스레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을 일사분란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 KBO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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