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관중 심정지 사태' KBO, 폭염 취소 매뉴얼 전면 재수정 필요하다...중대 경보만 취소, 심각한 허점 노출

김용 2026. 8. 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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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 만에 심각한 구멍 뚫린 매뉴얼, 전면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폭염 중대 경보라 취소된 광주는 소나기가와 오후 6시 기온이 28도까지 떨어졌는데, 35도인 인천은 경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하지만 폭염 중대 경보 기준만으로는 역부족일 듯 하다. 지난 1일 창원 경기는 그 기준을 적용해 오후 6시 35도 예보가 있어 취소를 했는데, 중대 경보 기준에만 사로잡혀 인천 경기를 강행한 후폭풍이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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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9회초 1루 관중석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자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고 있다. 119구급대가 출동해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8.04/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단 하루 만에 심각한 구멍 뚫린 매뉴얼, 전면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큰일 날 뻔 했다. 하마터면 야구장에서 치명적 인명 사고가 날 뻔 했다. 하늘이 살렸다.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린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9회초 들어가기 전 심판진이 그라운드에 나온 선수들을 철수시켰다. 1루 관중석쪽에서 뭔가 일어난 듯 보였다.

사실 조짐이 있었다. 8회말 SSG 공격 때부터 응원단이 응원을 멈추고 한 쪽을 주시했다. 관중들도 웅성웅성하는 모습이 있었다.

응급 상황이었다. 한 20대 젊은 남성팬이 갑자기 쓰러져 계단을 굴렀다. 구장 안전 요원들이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119에 신고를 한 후 응급 처치에 들어갔다. 심정지로 추정이 돼 기도를 확보하고, 심폐소생술 이후 자동심장충격기로 충격을 가해 환자를 살렸다.

SSG 관계자는 "환자는 매우 많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음주 상태 등도 아니었다. 온열 질환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운 날씨에 열성적으로 응원을 하다 탈수 증상이 심정지까지 이어진 걸로 보인다.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폭염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LG 선수들이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8.04/

사실 경기 전부터 불안했다. 랜더스필드가 위치한 문학동 인근은 한낮 최고 37도까지 기온이 올랐다. 문제는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30분 무렵에도 35도가 넘는 더위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경기를 했을까.

지난 주말 경남권 폭염으로 인한 부산, 창원 경기 취소-미취소 사태로 골머리를 앓은 KBO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에 대한 세칙을 정비했다. 정확한 기준이 있어야 현장의 불만 없이 경기 취소와 개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한 게 폭염 중대 경보였다. 최고 수준의 경고. 폭염 중대 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된 뒤, 다음 날 최고 체감 온도 38도 이상 또는 일 최고 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때 발령된다. 그래서 첫날 잠실과 광주 경기가 오후 1시 전에 취소됐다.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9회초 1루 관중석에서 온열질환자가 발생하자 심판이 경기를 중단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8.04/

문제는 첫 시행부터 허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인천은 낮 최고 기온이 37도였다. 37도나 39도나 더운 건 마찬가진인데, 랜더스필드가 있는 인천 남부 지역은 최근 온도를 기준으로 중대 경보 발령 조건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원칙대로 경기가 진행됐다. 양팀 감독과 관계자들도 "너무 덥다"만 연발할 뿐, 경기 진행에 대해 토를 달 수 없었다. KBO가 새롭게 규정을 정비한 첫날부터, 불만을 표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문제는 인천의 특이한 날씨였다. 보통 낮에 최고 기온을 찍으면 저녁에는 기온이 내려가기 마련. 그러니 폭염 중대 경보가 아닌 지역들은 저녁 30도 초반대 기온을 기대할만 했고, 보통은 그랬다. 하지만 인천은 낮 최고 기온이 중대 경보 기준을 살짝 넘기지 못하는 가운데, 저녁에도 열기가 식지 않았다. 폭염 중대 경보라 취소된 광주는 소나기가와 오후 6시 기온이 28도까지 떨어졌는데, 35도인 인천은 경기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오후 11시가 넘었는데도 30도가 넘는 기온이었다. 그리고 결국 사고까지 터졌다. 이날 그라운드에서 뛴 양팀 선수단 중 한 명은 "경기를 치르면서도 쓰러지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계속 했다. 너무 습하고 더웠다. 무조건 취소해야 할 날씨였다. 30분, 1시간 지연은 의미가 없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칠 것인지 궁금하다. 정말 사고가 터져야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라고 분노했다.

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LG의 경기. 폭염 속에서도 SSG 홈 팬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인천=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6.08.04/

KBO도 노력했다. 빠르게 세칙을 정하고 적용하기 위해 애썼다. KBO도 최대한 안전하게, 그리고 일정상 무리가 없게 하기 위한 절충안을 중대 경보 기준으로 잡은 것이기 때문이다. 기준이 없으면, 여기저기서 다 취소를 시켜달라고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폭염 중대 경보 기준만으로는 역부족일 듯 하다. 폭염 중대 경보가 아니더라도, 경기가 진행되는 시간 온도나 실제 체감 온도 등을 면밀히 체크해 저녁 시간임에도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이 되는 기온 이상의 예보가 있다면 취소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듯 하다. 지난 1일 창원 경기는 그 기준을 적용해 오후 6시 35도 예보가 있어 취소를 했는데, 중대 경보 기준에만 사로잡혀 인천 경기를 강행한 후폭풍이 엄청났다. 경기 감독관이 현장 상황을 냉정히 판단하고, 경기 취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더 강력한 권한을 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각 구단들도 심각히 여길만한게, 폭염 경보가 있을 때는 응원도 최소화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랜 시간 열정적으로 응원을 하면, 땀을 많이 흘리고 탈수 증세가 생길 수박에 없다. 팬 뿐 아니라 응원단장, 치어리더들도 걱정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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