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60% 반대에도… 전대 앞둔 與 속전속결 처리, 李는 곧바로 의결

박상기 기자 2026. 8. 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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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 개정안 의결]
‘檢 보완수사권’ 왜 완전히 없앴나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에서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거부권 행사 없이 통과시키자,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성 지지층이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을 의식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조사에서 보완 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61%였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으로 조사 대상을 좁히면 보완 수사권 유지는 46%, 폐지는 39%로 격차가 7%p(포인트)로 줄었다. 야당은 “결국 대통령이 국민이 아니라 민주당 강성 당원만 보고 72년 유지된 형사 사법 시스템을 허물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뒤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에는 찬성했지만, 검사의 보완 수사권은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보완 수사권이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사건을 예로 들었다. 범죄자가 이득을 보고 범죄 피해자가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은 막자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규

하지만 여당 내에서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강경파가 ‘닥치고 검찰 수사권 전부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자, 이 대통령도 입장을 바꿨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금도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정치는 현실”이라며 “국회에 맡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너무 많이 망가뜨렸다. 업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검찰을 탓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검찰이 없는 사건 만들고 마음대로 편파 수사, 별건 수사, 먼지 털기 하다가 이렇게 돼 버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건 오는 17일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대표 선거가 친명(친이재명) 대 친청(친정청래) 구도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권을 일부 유지하자는 입장에 서 있으면 친청 진영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검찰 수사권 폐지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복수이자 지상 과제로 여긴다”며 “이 대통령이 검찰 편을 들면 누구보다 이들이 먼저 배신감을 느끼고 정청래 후보 쪽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서는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재판을 지우기 위해 피해자를 울리는 악법에 서명했다”고 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 수사에 의해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와 ‘현저히 공소권을 남용했을 때’ 법원이 공소 기각 선고를 해야 한다는 조항이 새로 삽입됐다. 여당은 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기소가 ‘조작’되었다며 국정조사를 강행하고 특검까지 추진하고 있다. 야당은 이 대통령이 과거엔 보완 수사권이 필요하다고 했으면서 이날 거부권을 포기한 것을 두고 “대통령 본인 사건의 공소 기각과 민주당의 보완 수사권 폐지를 맞교환하는, 추악한 거래의 최종 승인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안전 보장을 위해 국민 안전을 팔아넘겼다”고 했다.

법조계와 학계, 시민사회에서는 지난 5월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사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경찰의 수사권 독점 폐해가 범죄 피해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이날 “참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람이 만든 문제는 또 사람이 다 해결할 수 있다”며 “문제가 있으면 보완하고 부족한 게 있으면 채우면 된다”고 했다. 한병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 권리 강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신속히 가동해 후속 입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문제가 없게 최대한 빈틈없이 준비했어야 하는데 ‘문제 생기면 개정하겠다’라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며 “애초에 국민이나 범죄 피해자를 고려한 입법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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