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광주일보 2026. 8. 5.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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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 관련 변화를 접하다 보면 한국은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영국은 산업혁명 시기 급속한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자본은 축적되었고 인구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양면적 성격이 있어서 대규모 살상에 쓰일 수도 있고 인간의 삶을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AI와 연관된 신기술들은 인간의 선택과 방향성, 고민의 정도에 따라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될 수도 있고 이란의 여자 초등학교를 오폭한 기술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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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윤정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최근 AI 관련 변화를 접하다 보면 한국은 산업혁명 시기의 영국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영국은 산업혁명 시기 급속한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자본은 축적되었고 인구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대기 중 탄소가 증가하기 시작한 것도 그 시점부터였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지면 인류는 엄청난 혜택을 누리기도 하지만 기술에는 그늘이 없지 않아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사회가 만들어 온 균형이 급속하게 파괴되고 전환된다.

과학기술의 발전 속에서 우리는 많은 위험과 피해를 경험했고 그것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왔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때 우리는 기술이 보여주는 장밋빛 전망만큼이나 그 리스크와 느리게 축적되는 피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원자력의 경우 기술이 안정화되어 있어 제2의 후쿠시마는 없다고 과학기술자들은 확신하지만 불확실성의 영역은 여전히 남아 있다. 유럽에서는 폭염으로 냉각수로 쓰는 강물의 수온이 올라 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현재의 기술로 대응할 수 없는 차원의 문제이다.

한편 기술 발전에서 초기에 취약계층이 배제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AI와 AI 기반 성장에 대한 기대로 막대한 부가 쌓이고 있지만 그 부를 나누는 사람보다 거기서 배제된 사람이 훨씬 많다. ETF가 뭔지, 레버리지가 뭔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기술 발전과 거기서 파생되는 금융상품의 내용을 이해하며 부를 쌓고 있는 사람들은 인구의 몇 퍼센트나 될까?

미래의 부를 앞당겨 거래하는 선물 투자처럼, 신기술의 장밋빛 전망에 기대어 이루어지는 투자는 정작 그 비용을 미래 세대와 취약한 이들에게 떠넘기는, 미래를 캐내어 쓰는 추출주의적(extractivist) 착취가 아닐까? 데이터센터가 전력과 물, 토지를 빨아들이는 동안 그 부담은 지역 주민이 진다. 현재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저항이 좌우를 막론하고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영향에 대해 생각하다가 최근에는 이것이 산업혁명을 넘어서는 차원의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특정 계층에 부를 집중시키는 것을 넘어 인간의 역할과 능력, 가치에 대한 근본적 재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특히 인간 존엄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양면적 성격이 있어서 대규모 살상에 쓰일 수도 있고 인간의 삶을 비약적으로 개선할 수도 있다. 애초에 폭탄 개발로 만들어진 핵기술로 현재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공장을 돌리고 있다. 전쟁에서 감시 기술로 개발되었던 것들이 최근에는 고립 가구와 노인들을 위한 디지털 돌봄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 상황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들은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그 안전은 어떻게 보장되어야 할까? 디지털 돌봄 기술이 격무에 시달리는 사회복지 현장의 업무를 재편해 사회복지사들이 단순 업무 대신 본질적인 돌봄에 집중하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산업 현장에서는 명장들의 암묵지를 데이터화해 피지컬 AI(Physical AI)의 기초 데이터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제조업에서는 숙련공들의 고령화로 그 기술을 배울 사람이 없고, 이른바 3D 업종으로 분류되면서 한국인들이 기피하고 이주민들이 일하는 일자리가 되고 있다.

피지컬 AI를 접목하면 이런 일자리가 재구조화되면서 다른 방식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인간 대상 연구에 대한 생명윤리법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인간이 평생을 쌓아 만든 데이터를 AI가 학습하면 거기서 생기는 가치는 누구에게 귀속되며 어떻게 보상되어야 하는가?

AI와 연관된 신기술들은 인간의 선택과 방향성, 고민의 정도에 따라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 될 수도 있고 이란의 여자 초등학교를 오폭한 기술이 될 수도 있다. AI로 인해 우리가 사회적으로 어떤 대응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토론, 논쟁, 관심 그리고 전문적 연구와 공론화가 모두 필요하다.

AI는 단지 편리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가치, 취약성, 자연과의 관계를 모두 재정의하고 있다. 산업혁명의 충격 속에서 19세기 공장법이 아동 노동을 규제해 취약한 인간을 보호했던 것처럼 인류는 다시 한번 새로운 사회계약을 통해 인공지능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인간과 사회, 기술의 가치를 정렬하는 사회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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