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서술·논술형 문제 도입

황규락 기자 2026. 8. 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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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위, 초등 6학년부터 적용 검토
변별력 저하·채점 공정성 우려도
지난달 19일 서울 대치동 강남종로학원에서 열린 ‘2027 수시·정시 대학 선택전략 특집 설명회’를 찾은 학부모들이 강연장 실내에 자리가 없자 강연장 밖에 앉아 강의를 듣고 있다. /뉴스1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 과목을 절대 평가로 전환하고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추진한다. 고교 내신도 절대 평가로 바꾸고 서·논술형 문항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에서 정답을 찾는 한계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고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 저하와 함께 새로운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교위 산하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대입 특위)는 최근 이런 내용으로 대입 개편의 큰 방향을 정한 뒤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다. 국교위는 중장기 국가 교육 정책의 방향을 세우는 기구로, 현재 2028년부터 2037년까지 10년간 적용될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대입 개편안의 핵심은 ‘절대 평가’와 ‘서·논술형 도입’이다. 현행 수능은 영어·한국사·제2외국어만 절대 평가로 치르고, 나머지 국어·수학·탐구 등은 모두 상대평가다. 특위는 이를 모두 절대 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상대 평가 과목은 상위 4%만 1등급을 받지만, 절대 평가에서는 일정 점수를 넘으면 모두 1등급을 받게 된다. 특위는 또 수능에 서·논술형 문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논술형 문제가 도입되면 시험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수능을 이틀에 걸쳐 치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새로운 개편안의 적용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치르는 2033학년도 대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교위는 국민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 개편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양인성

◇내신 시험도 서술·논술형 확대… “새로운 사교육 늘 것”

국교위 대입 특위가 논의 중인 개편안은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후 30여 년간 유지해온 대입의 기본 틀을 뒤엎는 내용이다. 시험 형식과 성적 산출 방식, 시행 일수까지 모두 논의하고 있다. 대입은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국교위 산하 11개 특위 가운데 유일하게 차정인 국교위원장이 특위 위원장을 맡아 챙겨왔다.

특위는 대입의 양대 축인 ‘수능’과 ‘내신’을 동시에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수능에서는 현재 9등급 상대평가로 치르는 국어·수학·탐구도 모두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서·논술형 문항 도입도 검토 중인데, 과목별로 적용 여부나 비율은 달라질 전망이다. 예컨대 국어는 서·논술형을 많이 출제하고, 영어는 지금처럼 객관식만 낼 수 있다. 서·논술형 문제를 도입하면 객관식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능을 이틀에 걸쳐 치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고교 내신도 절대 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고1·2는 ‘고교 학점제’가 도입됐는데도 5등급 상대평가로 대부분의 내신 시험을 치르고 있다. 상대 평가제로 운영하다 보니, 본인 진로에 따라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하는 고교 학점제 당초 취지와 달리 점수 받기 쉬운 교과목을 고른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 30~40%에 그치는 내신 시험의 서·논술형 비율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교위가 이 같은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현행 시험 방식으론 미래 인재를 키우지 못한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 내 정답을 빠르게 골라내는 객관식 수능으론 사고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에 목숨을 걸고 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 말고는 찾기 어렵다. 이런 후진성을 극복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학교 시험부터 글을 읽고 분석해 글로 풀어내도록 하고, 수능에도 이런 형식을 도입해야 교육이 바뀌고 사고력을 키운다는 취지다. 또 상대 평가 제도가 과잉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교위 대입 개편안이 확정되면 사회적 논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서·논술형 도입 시 ‘채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수십만 명이 치르는 수능을 누가, 어떻게 채점하는지를 놓고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국교위는 채점의 공정성을 ‘AI기술’로 보완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험생·학부모들이 납득할지는 미지수다. 내신 역시 공정성 시비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전남광주교육청이 내신 시험에서 서·논술형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전교조 등이 일제히 반대하기도 했다. 새로운 서술형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대학들은 수능과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자체 면접 등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교위 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과거 문재인 정부도 대선 공약이었던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백지화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교위도 수능에 서·논술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대통령 탄핵 사태로 실현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국무회의에서 “입시 제도 등 갈등 사안에 뚜렷한 답 찾기 어려우면 명확한 답 나올 때까지 손대지 말라”고 언급했다. 국교위 관계자는 “결국 청와대를 설득해 밀어붙일만한 의지와 실행력이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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