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묘에서 돌아온 '고양고양이'… 시장 따라 갈리는 지방 마스코트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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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특례시에 20년 가까이 거주해 온 김가영(가명·38)씨는 두 달 전 6·3 지방선거 때 민경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고양시장)에게 표를 던졌다. 민주당 소속 시장(최성) 재임 시기인 2012년 탄생해 10년간 '고양시의 얼굴' 역할을 했던 캐릭터 '고양고양이'에 대한 각별한 마음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이동환 전 시장 시절(2022년 7월~2026년 6월) 갑자기 사라진 고양고양이를 민 후보가 부활시켜 줄 것으로 믿었고, 이는 현실이 됐다.
6·3 지방선거 때 고양시장 후보들에게 해당 이슈에 대한 입장을 직접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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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고양고양이', 부활 프로젝트 성공
2024년 밀려난 서울 종로구 '종돌이'도 생환
경남 김해시 '토더기' 퇴장 위기에 시민들 반발
"지역 캐릭터 교체 땐 주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경기 고양특례시에 20년 가까이 거주해 온 김가영(가명·38)씨는 두 달 전 6·3 지방선거 때 민경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고양시장)에게 표를 던졌다. 민주당 소속 시장(최성) 재임 시기인 2012년 탄생해 10년간 '고양시의 얼굴' 역할을 했던 캐릭터 '고양고양이'에 대한 각별한 마음 때문이었다. 국민의힘 소속 이동환 전 시장 시절(2022년 7월~2026년 6월) 갑자기 사라진 고양고양이를 민 후보가 부활시켜 줄 것으로 믿었고, 이는 현실이 됐다. 김씨는 "시장의 소속 정당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시의 상징이었던 고양고양이가 일궈낸 성과까지 갈아엎는 일들에 매우 화가 났다"며 "고양고양이를 돌려받고 싶다는 생각에 민 시장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전국구 스타'였던 고양고양이의 귀환
고양고양이는 지방자치단체 캐릭터의 세계에선 '전설적 존재다. 마스코트를 활용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민들과 소통하는 문화가 전무했던 시절, 고양고양이는 '고양시'의 이름을 딴 작명과 귀여운 외모, 그리고 '~고양'으로 끝나는 특유의 '고양체' 말투로 화제몰이를 했다. 행정 구역으로 치면 '구(區)'에 불과한 일산보다도 덜 알려진 '고양시(市)'를 알리기 위해 공무원이 만든 캐릭터가 지역 명물을 넘어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 것이다.

그런데 2022년, 이 전 시장 취임 이후 고양고양이는 사실상 '고양시의 얼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임자 행적 지우기'라는 시민들 불만이 쏟아졌고, "고양고양이가 유기묘가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흘러나왔다. 결국 '고양고양이 부활 프로젝트'까지 등장했다. 지역 캐릭터 굿즈를 제작하는 벤처기업 '로컬러'의 정현빈 대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 "지자체 캐릭터가 시민들 의사와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나쁜) 선례를 막아야겠다는 목적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 캐릭터는 주민들의 자랑거리이자, 지역을 홍보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기획 단계 초반, 로컬러는 '고양고양이 부활'을 주민들이 실제로 바라는지를 묻는 설문 조사부터 실시했다. 2만3,000여 명에게 '고양고양이가 사라진 것을 아쉽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을 했더니, 응답자의 96%가 '그렇다'고 답했다. 로컬러는 이를 토대로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 6·3 지방선거 때 고양시장 후보들에게 해당 이슈에 대한 입장을 직접 묻기도 했다.
지난달 1일 취임한 민 시장은 민선 9기 고양시의 1호 안건으로 '열린고양 프로젝트'를 결재했다. '고양고양이 운영 정상화'도 여기에 포함됐다. 1년 반 동안 이어진 '고양고양이 부활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은 셈이다. 로컬러는 프로젝트 종료 소식을 알리면서 "세금으로 만들어진 지역 캐릭터는 공공의 무형 자산"이라고 짚은 뒤, "공공 예산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나 장비 같은 유형 자산을 쉽게 처분할 수 없듯, 지역 캐릭터 역시 지역의 중요한 자산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 싶었어" 2년 만에 돌아온 종돌이

지자체장 교체로 사라졌다가 이번에 생환한 마스코트는 고양고양이만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의 상징이었던 '종돌이'도 되살아났다. 보신각종을 형상화한 종돌이는 2001년 국민대에서 개발해 무상 기증한 마스코트다. 오랜 기간 종로구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쓰이다가 2024년 '서울의 길 종로'라는 통합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뒤안길로 밀려났다.

그런데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찬종(민주당) 구청장 취임과 함께 종로구는 다시 종돌이 홍보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공식 홈페이지와 각종 SNS에 종돌이가 복귀한 것은 물론, 종로구 곳곳에 남아 있는 종돌이를 찾아 촬영한 사진이나 그림을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고 있다. 또 키링·펜·손거울 등 구민들이 원하는 종돌이 굿즈 신청도 받는 중이다. 종돌이 굿즈 제작을 알리는 글에 댓글 580개가 달릴 정도로, 구민들 역시 종돌이의 복귀를 반기고 있다.

"함부로 '토더기' 버리지 말라" 반발 목소리
최근 들어 주민들이 지자체 마스코트에 특별한 애정을 쏟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과거와는 달리 마스코트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박상희 경희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국가나 도시의 상징을 만드는 방식이 '톱다운(Top-down·하향식)'인 경우가 많았다면, 2000년대 이후부터는 시민들의 참여 사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 마스코트가 물성을 가진 캐릭터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감정적 교류를 하는 대상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더 큰 애착과 연대감을 형성하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지역 상징물의 성공 과정에 '나도 일조했다'는 자부심이 주민과 마스코트 간 일체감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마스코트를 교체하는 데 대한 반발도 강해졌다. 경남 김해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영두(민주당) 신임 김해시장은 선거 당시 '해동이'(과거의 김해시 마스코트)를 부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는데,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3년 전 탄생한 마스코트 '토더기'의 인기 때문이다.
가야 시대의 오리 모양 토기에서 착안한 토더기는 2023년 홍태용(국민의힘) 당시 김해시장의 주도하에 개발된 캐릭터다. 홍 전 시장이 '토더기 아빠'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김해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엔 '2025 대한민국 지자체·공공 캐릭터 페스티벌 공모전'에서 대상까지 차지했다. 그런데 토더기를 밀어내고 해동이를 복귀시키려 하자, 김해시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코너에는 민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토더기 지우기를 멈추라"는 목소리가 쏟아진 것이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김해시는 "토더기를 폐지하지 않고 해동이와 함께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시 홈페이지에는 "김해시 브랜드 이미지가 분산된다" "예산이 중복 지출된다" "해동이를 돌려받고 싶지 않다" 등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선출 결과와는 관계없이, 토더기가 계속 김해시의 마스코트로 남길 바란다는 뜻이다.
"과도한 '전임자 지우기', 불필요한 갈등 비용"
전문가들은 지자체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 온 캐릭터를 교체할 때는 주민들 의견을 존중하고 적절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고 제언한다. 박 교수는 "상징물을 만들 때 드는 비용보다 새로운 상징물로 브랜드를 재구축하는 비용이 훨씬 더 크다. 시민들 머릿속에서 기존의 상징들을 지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자체 캐릭터를 바꿀 때 발생하는 매몰 비용은 단순한 산술적 비용보다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적으로 오염될 소지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최진혁 충남대 도시자치융합학과 명예교수는 "주민들과의 충분한 소통 없이, 과도하게 이뤄지는 '전임자 흔적 지우기'는 불필요한 갈등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1년이 됐다. 지자체 권력이 교체되더라도 전임자의 성과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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