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만 남은 與 전당대회…‘신천지 수렁’에 빠져들 與
사실이면 與 근간 ‘뿌리’부터 흔들…합수본 수사 맞물려 ‘후폭풍’ 클 듯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계파 갈등이 내전 수준으로 격화하면서 후보들이 그간 건드리지 않던 '판도라의 상자'에까지 손을 대기 시작했다.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던 적통 논쟁에 이어, 같은 당 후보를 반명(反이재명)과 분열주의자로 규정하는 것을 넘어 사실상 종교단체의 조직적 개입 의혹과 한데 묶는 공세가 전면에 등장하면서다.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정교유착 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나선 만큼 여당의 내부 갈등으로 시작된 공방전이 결국 여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당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사실 민주당의 이런 모습은 낯설지 않다.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당시 이낙연 후보는 갈등이 격화하자 경쟁자였던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을 전면에 내세우고 거친 공세전을 펼쳤다. 그 후폭풍은 야당의 공격과 검찰 수사 등으로 수년간 여권 전체의 발목을 잡는 문제로 확대됐다. 이후 이낙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 속에 떠밀리듯 당적을 내려놓아야 했다. 민주당의 역사에서 내부 경쟁 격화로 누군가가 금기를 깼을 때 결과적으로 누구도 승리하지 못하는 전례가 많았던 셈이다.

金 "반명, 분열, 신천지 3자 비밀연합 깨야"
김민석 후보는 7월20일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라고 포문을 열었지만, 그 근거에 대해선 공개를 미루고 있어 논란은 오히려 일파만파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번 의혹 제기는 오히려 대장동 의혹보다 훨씬 당에 부담이 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설사 김 후보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청래 후보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히는 데 성공하더라도, 민주당의 당원 구조와 당내 경선 전반에 대한 신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이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김 후보의 의혹 제기는 당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고, 만약 근거가 부족하면 당권을 잡기 위해 당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책임론이 김 후보에게 되돌아올 전망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민주당엔 후폭풍과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에 가까운 셈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천지 의혹을 꺼낸 것 자체가 김 후보 캠프의 불안감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초 김 후보 우세로 평가되던 당대표 선거가 정 후보와의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자 기존 방식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판을 흔드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조사에서 두 후보는 초접전 양상이다. 오마이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가 7월27~2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184명을 대상으로 차기 민주당 대표 후보 지지도를 물은 결과 김 후보 41.6%, 정 후보 37.7%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8%p) 내 격차를 보였다. 민주당 지지층(966명)만 따져봐도 김 후보 44.9%, 정 후보 39.7%로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내 접전을 보였다. 다른 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기준 정 후보가 김 후보를 앞서는 결과도 나온 만큼 김 후보로선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쫓기는 김 후보가 상황 타개를 위해 신천지 카드를 무리하게 꺼낸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강성 당원들의 표심과 직결되는 검찰 개혁이나 당원주권 프레임 내에서 경쟁을 펼칠 경우 김 후보는 '더 강력한 개혁 당대표'를 슬로건으로 내건 정 후보에 비해 강점이 적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이재명 정부를 지킬 안정적인 지도부, 당의 정통성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 차단 등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내세울 경우 초대 국무총리로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였던 김 후보의 강점은 살아날 수 있다.

대장동 데자뷔? 친명도 불안한 승부수
문제는 근거다. 현재까지 검경 합수본 수사로 확인된 것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당원 가입이 이뤄진 정황뿐이다. 합수본은 또 국민의힘 사건과 달리 민주당에 대해서는 신천지 총회 차원의 조직적 가입 지시나 강요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진행 중인 민주당 전당대회나 정 후보 등 특정 정치인과의 연결고리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김 후보의 문제 제기가 종교단체의 정당정치 개입 가능성이라는 의혹의 영역에서 출발했지만, '반명·신천지 연합'이라는 정치적 결론으로 건너가는 과정은 여전히 텅 비어있다.
당 안팎에서 김 후보의 의도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간극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가 당내 신천지 문제를 인지하고 순수한 의도로 경고하려 했다면 특정 계파를 하나로 묶고 해석의 여지를 처음부터 남길 이유가 없었다"고 짚었다. 반대로 정 후보를 겨냥한 선거 전략이었다면 전당대회뿐 아니라 당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의혹을, 근거를 공개하기에 앞서 주장한 이유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런 흐름 속에 김 후보를 향한 역풍 기류도 조금씩 감지된다. 정청래 후보는 "근거를 못 대고 있다면 깨끗하게 사과할 일"이라며 김 후보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민주당과 신천지의 정교유착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며 특검까지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당원명부가 오염됐다는 김 후보 측 주장대로면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신천지 영향을 받은 당원들이 뽑은 대표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소하기 어려운 만큼 전당대회 이후 계파 갈등이 더 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후보도 나름의 출구 전략을 짠 모양새지만, 후폭풍은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김 후보는 파장이 거세지자 "포지티브 본선 경쟁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뒤 신천지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이중 당적 문제 등은 조사와 대응을 당에 일임했다. 정 후보 측은 이를 '치고 빠지기' 전략이라 규정하고 오히려 지지층 역결집에 이용하는 모양새다. 정 후보는 페이스북에 신천지의 조직적 민주당 가입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언급하며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 없는 음모론인가. 치고 빠지기 식 한탕주의인가. 벼랑 끝 위험한 도박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정 대표는 신천지 의혹 제기 이후 이를 "당원이 심판해 달라"는 메시지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만큼 민주당 차원에서도 조사에 나서야 하고, 수사기관이 전당대회와 지방선거 경선 과정까지 들여다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대장동 의혹 역시 당내 경쟁에서 제기됐을 당시에는 한 후보의 책임을 묻는 공격이었지만, 이후 야당의 핵심 공세와 장기간의 수사로 이어지며 당 전체의 부담이 됐다. 신천지 개입설도 특정 후보나 계파를 겨냥한 카드로 출발했지만, 논란이 커질수록 부담은 민주당 전체가 짊어질 전망이다.
신천지를 둘러싼 공방이 전당대회 첫 순회경선 결과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첫 승부처인 충청권 결과에 따라 양측의 전략과 공세 수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충청권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첫 권역별 투표를 진행한 뒤 8월1일 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결과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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