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를 입은 한정판 911"...'올리브 네오' 포르쉐 스피릿 70 [기똥찬 모빌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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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접는다.
911 스피릿 70은 포르쉐가 브랜드 헤리티지를 기념해 내놓은 한정판 카브리올레다. 1970년대 포르쉐의 디자인 언어와 최신 T-하이브리드 기술을 한 차에 담았다.
포르쉐 911 스피릿 70의 국내 판매 가격은 3억2600만원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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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1마력 T-하이브리드로 제로백 3.1초
올리브 네오 컬러에 파샤 패턴 실내까지
오픈톱으로 즐기는 새 배기음의 여운



911 스피릿 70은 포르쉐가 브랜드 헤리티지를 기념해 내놓은 한정판 카브리올레다. 1970년대 포르쉐의 디자인 언어와 최신 T-하이브리드 기술을 한 차에 담았다. 생산은 전 세계 1500대로 못 박혀 있다. 대시보드에는 개체별 고유 번호가 'xxxx/1500' 형태로 새겨져, 이 차가 몇 번째인지를 알려준다. 소유하는 순간 세상에 하나뿐인 개체가 되는 셈이다.
가장 먼저 눈을 붙드는 건 색이다. 외장에는 이 모델을 위해 선택된 올리브 네오(Olive Neo)가 입혀졌다. 짙은 카키에 가까운 이 색은 흔한 스포츠카 컬러가 아니다. 채도를 낮춘 무광에 가까운 톤이라, 화려함 대신 깊이로 시선을 끈다. 보닛에는 헤리티지 포르쉐 크레스트가, 펜더 좌우에는 금색으로 처리된 포르쉐 엑스클루시브 마누팩투어 배지가 자리한다. 도어에는 큼직한 '70' 그래픽과 'PORSCHE' 레터링이 들어가, 1970년대 레이스카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20인치 전륜과 21인치 후륜의 스포츠 클래식 휠은 푹스(Fuchs)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문을 열면 시대가 한 번 더 겹친다. 시트와 도어에는 포르쉐의 상징적인 파샤(Pasha) 패턴이 들어간다. 1970년대를 풍미했던 체크무늬 직물로, 올리브 네오와 톤을 맞춰 실내를 채운다. 계기반은 포르쉐 356에서 영감을 받은 헤리티지 디자인으로, 초록색 숫자와 흰색 바늘이 조합됐다. 스티어링 휠에는 헤리티지 포르쉐 크레스트가 박히고, 대시보드에는 한정 번호 배지가 자리한다. 곳곳의 금장 디테일과 가죽 마감이 이 차가 단순한 고성능 모델이 아니라 수집을 염두에 둔 물건임을 말해준다.
겉모습이 반세기 전을 향한다면, 파워트레인은 정반대로 최신 기술로 채워져 있다. 3.6리터 수평대향 6기통 박서 엔진에 전기 터보차저와 전기 모터를 결합한 T-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다. 엔진 단독으로 485마력을 내고, 전기 모터가 더해진 시스템 합산 출력은 541마력, 최대토크는 610Nm에 이른다. 8단 PDK 변속기를 통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1초, 최고속도는 312km/h다.
가속 페달을 밟자 반응이 즉각적으로 따라왔다. 전기 터보차저가 배기가스를 기다리지 않고 부스트를 채워, 흔히 터보 엔진에서 느껴지는 짧은 지연이 거의 없었다. 회전수가 낮은 구간에서도 힘이 곧바로 실리고, 밟는 만큼 정직하게 밀어붙인다. 오픈톱이라 이 감각은 더 생생했다. 지붕이 없으니 배기음과 바람소리, 가속의 몸감각이 그대로 몸에 닿았다. 새로 조율된 사운드는 시내 저속에서는 절제돼 있다가, 회전수가 오르면 굵게 부풀며 오픈톱 밖으로 퍼졌다.
시내를 벗어나 고속 구간과 굽잇길로 들어서자 섀시의 완성도가 드러났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저속에서는 회전 반경을 줄여 도심에서 다루기 쉽게 하고, 고속에서는 차를 안정적으로 붙잡았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는 노면에 따라 감쇠를 조절해, 굽잇길에서 차체를 평평하게 유지했다. 카브리올레는 지붕을 덜어낸 만큼 강성이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차는 코너에서 흔들림이 크지 않았다. 오픈톱의 개방감과 쿠페에 가까운 단단함을 함께 쥔 느낌이었다.





일상 영역도 놓치지 않았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가 기본으로 들어가 주행 모드를 바꾸면 성격이 달라지고, 컴포트 쪽으로 두면 시내 주행도 무난했다. 앞 트렁크 135리터에 뒷좌석을 접으면 짐을 더 실을 수 있어, 주말 드라이브 정도의 채비는 소화한다. 12개 스피커의 보스(BOSE)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15W 무선 충전, 2존 공조 등 편의 사양도 최신 911의 것을 그대로 따른다.
물론 이 차가 모두를 위한 선택지는 아니다. 오픈톱 카브리올레인 만큼, 지붕을 열고 달릴 때의 감각이 이 차의 핵심이다. 실용성이나 사계절 활용도를 먼저 따진다면 굳이 이 차일 이유는 줄어든다. 뒷좌석은 성인이 장시간 앉기엔 좁고, 헤리티지 사양 대부분이 개조 불가한 고정 옵션이라 취향을 얹을 여지도 크지 않다. 이 차는 '고르는' 차가 아니라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는' 차에 가깝다.
포르쉐 911 스피릿 70의 국내 판매 가격은 3억2600만원부터다. 시승차처럼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 프런트 리프트 시스템, 부메스터 사운드 등 개별 옵션을 더하면 3억4950만원에 이른다. 모든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한 포르쉐코리아 권장 소비자가 기준이다.
시내와 고속을 오가며 하루를 함께한 뒤 남은 인상은, 이 차가 성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541마력의 T-하이브리드는 분명 빠르고 정교하지만, 스피릿 70의 진짜 값어치는 숫자 바깥에 있다. 올리브 네오의 색감, 파샤 패턴의 질감, 356을 닮은 계기반, 그리고 문을 열 때마다 확인하는 1500분의 1이라는 고유 번호. 성능이 뛰어난 차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이렇게 특정한 시대와 감성을 통째로 담아낸 차는 흔치 않다. 성능표가 아니라 소장의 이유로 차를 고르는 사람에게, 스피릿 70은 흔치 않은 답이 된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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