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8% 폭등한 날, 개인은 8조 던졌다

배현정 2026. 8. 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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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급등…예측불가 증시
코스피가 31일 전장 대비 1001.89포인트(17.91%) 오른 6595.45로 마감해 일일 기준 역대 최대 상승률과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코스피 지수와 더불어 SK하이닉스(171만8000원)와 삼성전자(26만2500원)의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스1]
7월 코스피는 23거래일 가운데 17거래일에 걸쳐 멈춰 섰다. 사이드카나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날이 발동되지 않은 날보다 많았다. 온라인에는 발동일을 검게 칠한 ‘음의 달력’이 돌 정도였다.

마지막 나흘이 이달을 압축한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코스피는 1162.19포인트, 17.20% 떨어졌다. 지난달 29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에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됐다. 그리고 31일, 지수는 전일 대비 1001.89포인트(17.91%) 급등한 6595.45로 마감했다. 이날 상승률과 상승폭은 국내 증시 사상 가장 컸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7조2500억원을 순매수하며 대대적인 저가 매수에 나선 반면, 개인은 8조2700억원 순매도하며 급등장을 청산의 기회로 삼았다.

이번에는 개장 직후 매수 사이드카가 걸렸다. 같은 안전장치가 나흘 사이 정반대 방향으로 작동했다.

반도체주가 반등을 이끌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나란히 역대 최고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는 약 17년 만에 상한가로 장을 마쳤다.

하루 전까지 시장을 짓누르던 공포는 하룻밤 사이 환호로 뒤집혔다. 개인은 반등과 함께 매물을 쏟아냈고, 그 자리를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가 메웠다.

전문가는 이런 진폭을 일시적 혼란이 아니라 구조화된 현상으로 봤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경험하고 있는 급격한 변동성 자체가 하나의 ‘노멀’이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급등에도 7월 코스피는 월간 기준 22.19%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3.1%)에 근접한 수준이다. 6월 19일 장중 고점(9385.59)과 비교하면 지수는 여전히 29.7% 낮다.


삼전닉스 나란히 최고 일간 상승률…외국인 7조 순매수
급락의 출발점은 대외 악재였다. 지난달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상하이 상장으로 중국 업체의 메모리 증설과 가격 경쟁을 우려하는 심리가 커졌다. 빅테크의 대규모 인공지능(AI) 투자가 실제 이익으로 돌아올지에 대한 의구심도 겹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유가 반등에도 금리를 동결한 것도 부담이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약 20년 만의 최고 수준인 5.24%까지 치솟으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했다.

해외 헤지펀드의 강제 청산 악재도 덮쳤다. AI 테마 투자로 알려진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대규모 손실 끝에 보유 주식 대부분을 시타델에 매각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4세의 레오폴드 아센브레너는 2년 전 이 펀드를 설립한 뒤 올해 3월까지 누적 수익률이 1000%에 달할 정도로 한때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투자자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이 펀드가 고배율 레버리지를 쓰다 마진콜에 몰렸고, 그 과정에서 쏟아진 물량이 다시 물량을 부르며 지수를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반등의 첫 계기는 주요 매도세가 멈춘 것이었다. 물량을 쏟아내던 그 헤지펀드(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가 포트폴리오를 넘기면서 주요 매도 주체가 사라졌다.

이어 실적이 의구심을 걷어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15.51% 뛰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8.19% 급등했고 마이크론(18.36%), 샌디스크(25.99%), AMD(13.00%)이 일제히 올랐다. 나스닥은 2.78% 상승하며 6거래일 연속 약세를 끊었다.

외국인도 돌아왔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반등의 첫 번째 조건은 외국인 매수”라며 “MSCI 신흥국지수 내 한국 비중이 급격히 낮아진 만큼 이를 다시 맞추려는 패시브 자금의 유입 여부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급락 과정에서 반대매매와 손절매가 이어지며 국내 투자자들의 추가 매수 여력이 크게 줄어든 만큼 외국인 자금이 반등의 열쇠라는 분석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영향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변동성 완화 요인으로 거론된다. 지난달 31일부터 기본예탁금은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됐다. 첫 거래일인 31일 16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거래대금은 약 3조원으로 전날(12조4000억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순자산총액이 추가로 감소하면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함께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심은 ‘바닥 확인’에서 ‘추세 전환’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학균 센터장은 AI 투자 서사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런 만큼 전고점을 다시 넘어설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내놨다. 다만 AI는 아직 ‘안 가본 길’인 만큼 앞으로도 기대와 우려가 반복되며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등이 추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급등은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짙다는 평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6000 후반대까지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할 수 있지만 그 이후는 시장 신뢰 회복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종목의 투자 심리도 크게 훼손됐다는 분석이다.

배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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