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온 40℃ 육박…“논물 바싹 마른지 오래” 영남농가 속탄다

이선호 기자 2026. 7. 3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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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물을 대면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지경까지 왔어요. 마을 사람들 모두 논밭에 물 한 방울도 못 대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형편입니다."

30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영안마을에서 만난 주민 이상용씨(77)는 마을 위편의 영안저수지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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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달 강수량, 평년의 33% 수준
경남지역 평균 저수율 42.6% 불과
폭염 겹쳐 벼·과수·밭작물 피해 확산
경남 밀양시 무안면 영안마을에 거주하는 이상용씨(77)가 수위가 크게 낮아져 흙이 드러난 저수지를 바라보고 있다. 예년 같으면 이 시기 나무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 있어야 한다.

“한 번만 더 물을 대면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지경까지 왔어요. 마을 사람들 모두 논밭에 물 한 방울도 못 대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형편입니다.”

30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영안마을에서 만난 주민 이상용씨(77)는 마을 위편의 영안저수지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나무 바로 밑까지 차올랐던 물은 자취를 감추고 바닥 한쪽에만 웅덩이처럼 남아 있었다. 모내기를 마친 6월 초 이후 이렇다 할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저수율은 10%대로 떨어졌고,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벼와 과수, 밭작물까지 생육에 비상이 걸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성희 영안마을 이장은 “논에 댄 물은 바싹 마른지 오래고, 이에 더해 하루 최고기온이 38℃를 찍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20여일 후면 이삭이 패는 출수기가 다가오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열흘도 채 버티지 못하고 벼가 죄다 말라죽어버릴 판”이라며 우려했다.

경남지역이 장마기간 중 이례적인 가뭄을 겪으며 농업용수 고갈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두달간 누적 강수량이 평년(487.4㎜)의 33% 수준에 불과한 161.9㎜를 기록하며 저수지 수위가 함께 내려가면서다. 

실제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경남 지역 평균 저수율은 31일 기준 42.6%로 전국 57.7%보다 15.1%포인트 낮았다. 특히 밀양은 33.2%로 그 정도가 심해 양산·의령과 함께 ‘심각한 가뭄’을 의미하는 농업용수 가뭄 ‘경계’ 단계를 받은 상태다.

가뭄으로 저수율이 크게 낮아진 경남 창녕군 계성면의 한 저수지.

여기에 일 최고기온 40℃를 육박하는 더위가 이어져 과수농가들은 햇볕데임(일소)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 이상용씨는 “8264㎡(2500평) 규모로 단감농사를 짓는데, 벌써 20%가량은 한쪽 면이 빨갛게 달아올라 아예 상품가치를 잃었다”며 “가뜩이나 나무에 수분이 부족해 열매도 영 크지를 못하고 있어 비가 더 늦어지면 아예 올해 농사를 접어야 할 수도 있다”며 고개를 떨궜다. 

깨와 고구마 등 밭작물은 이미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김정국 창녕군 계성면 광계마을 이장은 “저수지가 말라 일부 농가는 수돗물까지 끌어다 버텨봤지만 깨는 줄기가 바싹 타 소생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고구마도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심만 남고 길쭉하게 자라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녕지역 평균 저수율도 39.5%에 그쳐 창원·진주 등 6개 시군과 함께 농업용수 가뭄 ‘주의’ 단계로 지정됐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서 배농사를 짓는 김기섭씨(74)가 평년에 비해 작게 영근 열매를 살펴보고 있다.

물부족에 허덕이는 건 경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접한 울산도 가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서 1만3223㎡(4000평) 규모로 배농사를 짓는 김기섭씨(74)는 “이번 달초 이슬비 정도만 오고 아직 비소식이 없어 평년보다 배 무게가 한개당 200g 정도는 덜 나갈 듯하다”며 “크기도 크기지만 이렇게 가물다 비가 오면 열매가 갈라지는 열과 피해가 생길까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경남도는 30일 도청에서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들과 ‘농업용수 확보 대책회의’를 열고 비상용수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시군별로도 밀양시가 현장점검을 실시하고 창녕군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도 관계자는 “도민과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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